"동아일보는 지금 몇시인가? 신문시장은 요동치는데… 아직도 꿈만 꾸는가."

"고만고만한 컨텐츠, 대동소이한 판매 및 광고전략으로는 '승부'를 낼 수 없다는 판단으로 구독료 인하라는 비장의 카드를 들고 나온 중앙, 체면 차리지 않고 재빨리 합류한 조선…. 그런데 우리 동아는?"

동아일보 노조(위원장 정경준)가 지면배치 변화(페이지네이션), CRM(독자관리시스템) 도입에 이어 최근 구독료 할인 등 조선일보와 중앙일보의 1위 경쟁이 한창인 상황에서 동아일보는 정작 이들을 제대로 따라가지도 못하다며 경영진을 상대로 강한 어조의 쓴소리를 내뱉었다.

노조는 지난 10일자 노보 '동아는 지금 몇시인가'라는 글에서 "현 상황이 백척간두, 건곤일척의 시기"라는 한 기자의 말을 소개하며 "조선은 자타가 공인하는 1등 신문인데다 중앙은 차별화 전략으로 앞서나가고 있는데 우리만 '조선 따라하기'에 급급하고 있다"면서 "이래서는 1등 탈환은커녕 살아남기도 힘들다는 얘기였다"고 지적했다.

노조는 이어 "과연 '따라하기'라도 제대로 하고 있는 것인지"라며 "이대로 가다간 올 연말에는 '동메달 신문'으로 떨어지고 그 정도에 자족하고 마는 사태가 벌어질 것이라는 우려도 많다"고 지적했다.

특히 지난해 동아일보를 떠난 기자들도 하나같이 동아일보에 미래를 찾지 못했기 때문이라는 점도 강조됐다. 노조는 국제부와 경제부 수석기자였던 박래정 홍찬선씨, 광고국 김창규씨 등을 거론하며 "지난 연말, 연초 동아일보를 떠난 적지 않은 선후배, 동료들을 떠올리지 않을 수 없다. 이런 저런 이유로 동아를 떠났지만 이들을 공통분모는 분명하다. 누구보다도 동아일보를 사랑했지만 '내일'이 보이지 않았다는 점"이라고 울분을 토했다.

노조는 또 "이같은 '동아 엑서더스' 현상을 단순히 '본인이 나가겠다는데…'하며 개인적인 문제로 치부해버리기는 샅내가 심각하다"면서 "이제는 정말 동아일보 구성원 하나하나가 가슴속에 깊이 묻어놓은 '동아 정신'을 최대한 발휘할 수 있는 특단의 조치가 필요한 때다"라고 밝혔다.

노조는 이어 휴대전화 사용료 보조금 절약, 판갈이 회수 축소보다는 좀 더 획기적이고, 공격적이고, 사원들의 응집력을 이끌어낼 수 있는 비상대책이 요구된다고 촉구했다.

"지금은 내부적으로 논의만 할 계제가 아니다. 더 이상 머뭇거릴 여유가 없다. 모든 동아 가족이 똘똘 뭉쳐 뭔가 실행하고, 치고 나가지 않는다면 상상하기조차 싫은 끔찍한 결과만 남을 뿐"이라는 것이다.

노조는 이같은 상황인식에 따라 "비상한 각오로 동아일보를 살리고 동아일보 브랜드 가치를 극대화할 수 있는 전략을 세워 과감하게 실행할 것을 경영진에 정식으로 요구한다"고 밝혔다.

노조는 이를 위해 △경영진끼리만 고민하지 말고 △최고 경영진이 '열린 마음'으로 나서며 △점심때건 저녁 때건 평사원들과 격의없이 만나 그들의 얘기를 듣고, 격려도 하고, 또 경영진의 고충도 털어놓으라고 주문했다.

노보는 다음과 같은 한 조합원의 말로 끝을 맺었다.

"입사 이후 계속 '경쟁지에 밀리지 말고 일하라'고 쪼이기만 했다. 가랑비에 옷 젖는다고 언제부턴가 패배의식 때문에 주눅이 들고 말았다. 기자가 됐든 광고 판매의 영업직이 됐든 한 번이라도 '나는 대 동아일보에 다닌다'고 가슴을 쫙 펴고 말할 수 있어야 하지 않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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