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2일 중국의 란싱이 쌍용차와 임의각서(MOU)를 체결하고 인수를 위한 협상에 들어갔다. 현대자동차는 다음날 베이징에서 1년전 '쏘나타'에 이은 '엘란트라'(아반떼 XD) 신차 발표회를 개최하고 2008년까지 60만대 현지생산체제를 구축할 것이라고 선언했다. 연말에 터져나온 국내 자동차업계의 두 소식은 '한국 경제의 미래'를 곱씹게 만들었다. 우선 란싱의 쌍용차 인수는 '공격적 중국'을 연상시켰다. 이전 중국의 이미지는 '세계의 공장'이었다. 값싼 노동력을 바탕으로 신발, 가방, 옷과 섬유 등 중저가품을 대량 생산해 해외에 싸구려로 덤핑하는 도매상의 이미지였다. 그러나 란싱의 쌍용차 인수는 기존의 고정관념을 파괴시킨 것이다.
▲ 지난해 6월 베이징에서 열린 자동차 전람회에서 중국 모델이 현대자동차 앞에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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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한 중국내 전략 산업의 인수와 합병은 정부의 통제와 지원아래 진행된다는 것이다. 중국에서 자동차 산업은 기간 산업이다. 중국은 상하이, 창춘, 광저우 등 지역권역별로 한개씩의 자동차 생산업체만을 허용하고 있다. 란싱의 한국 진출은 중국 당국의 전략적인 '한국자동차 기술 유치' 계획아래 진행되는 것으로 보인다. 특히 쌍용차가 성장 잠재력이 큰 레저용 차량(RV)과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 시장에서 국내 브랜드파워 1위인 점을 높이 평가했다는 후문이다. 란싱은 "쌍용차에 10억달러를 투자할 것"이란 청사진을 밝혔다. 중국 정부는 국영 은행을 통한 자금 지원의 가능성이 높다. 자동차 인수에 란싱이 얼굴 마담이지만 정부와 은행이 뒤에서 든든한 버팀목이 되고있다. 이후 란싱과 같은 방식의 '한국 기업 사냥'은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기업 사냥의 목적은 첨단기술과 노하우를 흡수하기 위한 것이다. 현대 자동차의 엘란트라 생산 발표는 '블랙홀 중국'을 연상시켰다. 현재 자동차는 꼭 1년전 베이징 근교 순이 시에 쏘나타 생산공장을 만들었다. 현대는 쏘나타의 중국 진출을 "성공작"으로 자평하고 있다. 현대의 준 중형차인 엘란트라 중국 생산 개시는 이를 증명한다.
▲ 베이징 중관춘에 위치한 삼성전자 상설매장에 중국 소비자들이 붐비고 있다. | ||
기업의 자본은 '벌이 꽃을 찾듯' 이윤을 쫓아 간다. 한국의 투자환경이 중국에 비해 나을 것이 없다면 한국 자본과 기업들의 '엑소더스'는 계속될 것이 분명하다. 특히 국내처럼 노동자 시위로 조업중단의 우려도 없는 '사용자의 천국' 중국에 대해 한국 기업들이 군침을 흘리는 것은 당연하다. 중국은 2001년 세계무역기구(WTO)가입과 동시에 내수 시장을 개방했다. 중국에는 '공장'(factory)과 '시장'(market)이 동시에 있는 셈이다. 13억명의 인구 대국처럼 시장 규모와 잠재력도 무궁하다. 국내의 3D업종 기피는 기업의 자본이탈을 가속화한다. 이는 고학력 실업자의 양산이란 악순환의 고리를 만들어냈다. 최근 삼성 그룹은 중국의 명문대 생들을 대상으로 채용설명회를 개최했다. 국내 기업들이 '현지화'를 중시해 중국 현지에서 한족 인력을 직접 뽑는 것이다. 결과적으로 한국 기업의 중국 진출 확대는 국내 실업자 양산의 촉진제로 작용하고 있다.
▲ 엘지가 지난 9월 베이징 호텔에서 컴퓨터를 이용해 외부에서 작동가능한 최첨단 홈쇼핑 상품 발표회를 하고 있다.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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