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오늘

네티즌 사진은 저작권 사각지대
네티즌 사진은 저작권 사각지대
언론사, 당사자 승낙없이 사진 전재 ‘예사’

“저작권 침해 소지” 지적에 “마감시간 급해서…”  “그쪽 홍보도 됐는데…”

디지털카메라 사용이 대중화되고 언론의 ‘네티즌 사진’ 활용 사례가 늘어나면서 ‘저작권자 표기’를 둘러싼 시비가 곳곳에서 벌어지고 있다.

△네티즌 ‘특종’ 사진의 출처는〓 지난 15일자 동아일보, 중앙일보, 연합뉴스와 16일자 조선일보에는 대학생 박의신 씨가 촬영한 한 장의 사진이 실렸다. 서울지하철 2호선 신당역에서 한 시민이 전동차와 승강장 사이에 끼이자 승객들이 그를 구하기 위해 전동차를 밀고 있는 장면을 담은 사진으로 우연히 현장을 지나던 박씨의 디지털카메라에 포착된 것이었다.

문제는 각 언론사의 바이라인이 서로 달랐다는 점이다. 동아와 조선은 각각 “사진제공 인터넷사이트 디시인사이드”, “사진 출처〓디시인사이드”로 표기했고 중앙은 “박의신 대학생 명예사진기자”라고 달았다.

디시인사이드(www.dcinside.com)는 대표적인 디지털카메라 사이트로 별도의 회원 가입 없이 누구나 사진을 올리고 내려받을 수 있는 곳이다.

박씨가 설명하는 전개 과정은 이렇다. “14일 디시인사이드에 사진을 올렸는데 15일 중앙일보에서 연락이 왔다. 원래 중앙일보와 관계가 있는 것은 아니었는데 명예기자직을 제의하면서 사진을 독점 사용해도 되냐고 묻기에 동의했다. 동아일보는 사전 동의를 얻지 않았는데 나중에 보니 메일이 와 있었다. 연합뉴스의 경우 사전 요청도 없어서 항의를 하니까 공식적으로 사과를 하는 것이 아니라 ‘좋은 일 한 번 한 셈 치고 넘어가자’는 식으로 답변했다.”

박씨는 17일 연합뉴스 독자게시판에 글을 올려 “연합뉴스는 나에게 연락도 없이 자기 도장을 찍어 각종 보도매체에 유통시키고 있다. 연합뉴스 사진은 유료라는데, 타인의 소유권은 우습게 알면서 자기네의 소유권만 정당하다는 것이냐”며 공식 사과를 요구했다. 로이터통신에서는 정중하게 문의하더라는 말도 덧붙였다.

연합뉴스 박일 사진부장은 20일 이에 대해 “사전 동의를 구하지 못하고 사진을 실은 것은 우리 잘못”이라고 전제하면서 “하지만 당시 연락처를 알 수 없었고 이미 일부 조간 신문에 실린 것이라 일단 먼저 사진을 게재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박 부장은 이어 “항의를 받은 뒤에는 해당 사진에 ‘반드시 제공자 명의를 사용해달라’는 주석을 달았고 나중에는 아예 사진을 내리고 포털뉴스 쪽에도 삭제해달라고 요청했다. 독자 사진은 낱장 판매 대상이 아니기 때문에 수익을 얻은 것도 없다. 박씨가 각 게시판에 사과문을 올려달라는데 너무 무리한 요청으로 본다”고 말했다.

△‘○○ 사이트 사진 제공’의 경우〓 동아일보도 엄밀히 볼 때 무단 게재에 속한다. 저작권자 박씨에게 메일을 보냈으나 승낙을 얻지 못한 채 사진을 실었기 때문이다. 아울러 ‘사진제공 인터넷사이트 디시인사이드’라는 표현이 적절한 것인지 의문도 제기됐다. 동아일보 김동철 사진부장은 이에 대해 “동아닷컴과 디시인사이드는 콘텐츠 공유 제휴를 맺었기 때문에 문제가 없다”고 말했다.

그러나 다른 관계자들의 말은 달랐다. 동아닷컴 이문호 기획부장은 “제휴 내용은 디시인사이드 갤러리 게시판을 동아닷컴이 공유하는 것”이라며 “원칙적으로 사진의 전재는 당사자의 동의를 얻어야 하는데 촉박한 시간 속에 연락이 되지 않았다”고 말했다.

디시인사이드 김혜진 마케팅광고 담당 대리도 “동아닷컴을 비롯해 언론매체에서 사진 게재 요청이 들어오면 ‘우리가 쓰라 말라 할 수 없다. 당사자의 개별적인 승낙을 구하라’고 응답한다”고 말했다.

한편 한국일보 15일자 ‘사람들’ 면에 실린 다른 사진의 경우도 비슷한 일을 겪었다. 한국은 <동문회 간 전두환 씨 “미역국밥이 꿀맛”> 제하에 전두환 전 대통령의 사진 기사를 싣고 “사진은 www.daezabo.com 제공”이라는 설명을 달았다. 그러나 이창은 대자보 발행인은 20일 “우리 사진이 맞는데 대자보 직원 중 어느 누구도 한국일보측의 연락을 받거나 사진을 제공한 사람이 없었고 사후 연락도 없었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윤승용 한국일보 사회1부장은 “야근을 하다 대자보 사이트에서 사진을 발견했는데, 수차례 전화를 해도 마감 때까지 연락이 되지 않아 사후 양해를 받을 셈 치고 먼저 실었다”며 “의도적으로 무단 도용하려는 생각은 전혀 없었음을 양해해 달라”고 말했다.

△법과 현실 사이〓 문화관광부 저작권과 한 관계자는 “타인의 저작물을 비개인적 목적으로 사용·배포할 때에는 영리든 비영리든 저작권자의 승낙을 받아야 한다”며 “사이트 운영자가 저작권자로부터 권리를 양도받은 것이 아닌 한, 사이트 운영자는 저작물을 타인에 제공할 권한이 없기 때문에 ‘사이트 제공’이나 ‘출처: ○○ 사이트’로 표기하더라도 저작권 침해 소지가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일선 언론 관계자들은 치열한 ‘시간 경쟁’ 속에서 겪는 고충을 토로했다. 동아닷컴 이문호 기획부장은 “좋은 사진이 뜨면 가져다 쓰고 싶은 게 언론사 사람들의 인지상정일 텐데, 당사자 연락처를 알기도 힘들고 이메일을 보내더라도 답장을 마냥 기다리고 있을 수 없는 게 현실”이라고 말했다.

또 관행화된 ‘언론사 우월주의’도 이에 한 몫하는 것으로 보인다. 한 언론사 관계자는 “다른 사이트의 네티즌 사진을 자사 인터넷에 올렸을 때 ID만 밝히더라도 특별한 이의제기가 없거나 오히려 감사 편지가 왔기 때문에 이번 경우에도 ‘낙관적인 판단’이 작용했다”고 말했고 다른 관계자도 “오히려 해당 사이트나 개인의 홍보를 해준 셈 아니냐”고 반문했다.

이수강기자 · 김종화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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