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불어민주당 이낙연 대선 경선 후보 측이 12일 TBS ‘김어준의 뉴스공장’ 진행자 김어준씨에게 “심판이어야 하는 진행자가 선수로 뛰고 있다”며 편향성을 문제 삼았다. 

‘경선 불복’ 논란에 휩싸인 이낙연 후보 측은 경선 중도 사퇴 후보에 대한 무효표 처리를 취소하고 결선 투표를 진행하라는 취지로 이의신청서를 당에 공식 제출했다. 

이날 방송에서 김씨는 지난 10일 발표된 3차 국민선거인단 투표에 의문을 제기했다. 당시 이낙연 후보 득표율은 62.37%로 치솟았고 이재명 후보 득표율은 28.3%에 그쳐 화제가 됐다. 예상 못한 결과에 언론과 정치권은 이재명 경기도지사가 성남시장 시절 추진한 대장동 개발 특혜 의혹이 국민선거인단 투표에 영향을 미쳤다고 분석했던 터다. 민심과 당심이 분리된 증표라는 것이다. 

이에 김씨는 “(민심과 당심이 분리됐다는 주장에) 동의하지 않는다”며 “3차 선거인단 규모는 30만명이다. 이 정도 규모면 민주당 지지층의 인구 통계학적 그래프대로 모집단이 만들어진다. 그래서 선거 결과가 여론조사 추이와 거의 똑같이 나온다. 규모가 크기 때문에”라고 주장했다.

▲ 더불어민주당 이낙연 대선 경선 후보 측이 12일 TBS ‘김어준의 뉴스공장’ 진행자 김어준씨에게 “심판이어야 하는 진행자가 선수로 뛰고 있다”며 편향성을 문제 삼았다. 사진=TBS 유튜브 화면 갈무리
▲ 더불어민주당 이낙연 대선 경선 후보 측이 12일 TBS ‘김어준의 뉴스공장’ 진행자 김어준씨에게 “심판이어야 하는 진행자가 선수로 뛰고 있다”며 편향성을 문제 삼았다. 사진=TBS 유튜브 화면 갈무리

김씨는 “3차 국민 선거인단만 통계학적으로 일반 여론을 따르지 않았다”며 “그렇다면 모집단에 엄청난 여론 변화가 있었다는 것인데 민주당 지지층의 통계학적 그래프대로 3차가 구성됐다면, 여론조사에 잡혔어야 했다”고 주장했다. 

김씨는 “9월1일부터 2주 동안 3차 국민선거인단을 모집했다. 그때 강력한 바이어스가 걸린 모집단을 만들 만한 사건이 있었나. 그때는 대장동(의혹)이 없었다”며 “만약 그런 사건이 있었다면 그 주 조사에서 이낙연 후보 지지율이 60% 나왔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3차 국민선거인단 투표에 특유의 선거 음모론을 제기한 것. 

정운현 이낙연캠프 공보단장은 12일 통화에서 “김씨는 본인 입으로 ‘과학적 추론’이라고 말하는데 전형적 음모론에 불과하다”며 “국민선거인단은 우리는 물론 각 후보마다 모집했는데 특정 후보가 인위적으로 만들 수 있는가? 진행자가 이렇게 말씀하면 안 된다”고 비판했다. 

정 단장은 “방송 진행자는 심판이다. 선수로 뛰어서는 안 된다. 과학적 추론을 운운하지만 김어준씨 본인 생각일 뿐”이라며 “만약 의심이 간다면, 의혹을 그런 식으로 제기할 거라면, 당에 로그 파일 공개하라고 요구하면 될 것 아닌가. 본인 방송에서 그렇게 당에 요구하면 될 것”이라고 꼬집었다. 

정 단장은 “우리는 설사 여론조사 결과가 맘에 들지 않아도 상대 캠프에서 모집단을 인위적으로 만들었다는 식의 주장은 하지 않는다”며 “지상파 진행자가 이런 말을 해도 되는 것인가”라고 반문했다.

정 단장은 대장동 의혹이 변수라고 보지 않는다는 김씨 주장에 관해 “3차 국민선거인단 투표와 관련해, 선거인단 모집은 9월1일부터 14일까지 2주간이었고, 투표는 10월6일부터 10일까지”라며 “참고로 유동규(전 성남도시개발공사 사장 직무대리) 구속은 10월3일이었다. 또 9월 들어 대장동 기사가 쏟아졌다. 국민 60%가 대장동에 문제가 있다는 여론조사 결과(9월28일 보도된 데일리안 여론조사)도 있었다. 두 후보가 3%P 격차로 좁혀졌다는 여론조사(10월7일 보도된 매경 MBN 여론조사)도 있었다. 대장동 이슈가 이 지사에게 부정적 영향을 줬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정 단장은 “이러한 여론이 10월6일에서 10일까지 진행된 3차 국민선거인단 투표에 반영됐다고 보는 게 상식”이라며 “특히 국민선거인단은 대의원이나 권리당원이 아닌 당심 옅은 당원이거나 일반 국민”이라고 했다. 이어 “우리는 (이 지사에 대한) 당심이 없다고 말하는 것이 아니다. 당심과 민심이 그만큼 달랐다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 이재명 경기도지사는 최종 누적 득표율 50.29%(719,905표)로 결선 투표 없이 본선으로 직행했다. 2위 이낙연 전 민주당 대표의 최종 누적 득표율은 39.14%(560,392표)였다. 사진=연합뉴스
▲ 이재명 경기도지사는 최종 누적 득표율 50.29%(719,905표)로 결선 투표 없이 본선으로 직행했다. 2위 이낙연 전 민주당 대표의 최종 누적 득표율은 39.14%(560,392표)였다. 사진=연합뉴스

정 단장은 “진행자가 특정 후보에 편향적 발언을 하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며 “김씨는 어제(11일)는 2002년 16대 민주당 경선을 사례로 ‘사퇴한 후보 표를 전부 무효 처리했다’고 했는데, 그때 경선 제도는 결선 투표제가 아니라 선호 투표제였다”고 반박했다. 

정 단장은 “또 김씨는 2012년 민주당 경선에 관해 언급했는데 18대 경선에서는 사퇴한 사람이 없었다. 박준영 전 전남지사는 경선 이전에 사퇴했고 당시 정세균, 김두관, 손학규, 문재인 후보는 완주했다”고 반박했다. 

정 단장은 이낙연 후보 측이 경선 결과에 이의를 제기한 것에 “이의신청에 대한 당의 공식 입장과 결과를 기다리고 있다”며 “그 결과에 따라 2~3단계 대응을 진행할 예정이다. 경선을 사퇴한 정세균, 김두관 후보에게 투표한 사람들은 유령이 아니다. 모수에서 그 표를 제외해서는 안 된다. 법률적으로도 공직선거법에 저촉된다”고 주장했다.

이재명 캠프 공동선대위원장인 우원식 민주당 의원은 12일 오전 MBC 라디오 ‘김종배의 시선집중’ 인터뷰에서 “이낙연 후보가 평소 원칙을 중요하게 생각하는 분이기 때문에 당의 결정, 당원들과 국민들의 결정을 받아들이시고 대승적으로 결단하실 것”이라고 밝혔다. 

송영길 민주당 대표는 12일 “내일 최고위원회의에서 정무적으로 정리해 발표할 것”이라며 “(이낙연 후보가) 정치적으로 승복해야 할 상황”이라고 했다. 경선 결과가 바뀌어 결선 투표를 하게 될 가능성은 없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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