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불어민주당 대선 경선 후보 이재명 경기도지사 측이 동아일보의 굵직한 대장동 보도에 불편함을 노골적으로 내비쳤다. 경선 상대인 이낙연 전 민주당 대표가 동아일보 출신이라는 걸 강조하면서다. 

현근택 이재명캠프 대변인은 10일 오전 MBC 시사라디오 ‘정치인싸’에서 “대장동 관련해서 단독을 많이 하는 언론사가 있다. 조선·중앙·동아일보 가운데 하나”라며 “지난 2주일 동안 (단독으로) 스무 건 이상 보도했다. 나머지 두 언론사는 세어봐도 한 손가락으로 잡을 정도”라고 주장했다.

▲ 이재명·이낙연 더불어민주당 대선 경선 후보. Ⓒ 연합뉴스
▲ 이재명·이낙연 더불어민주당 대선 경선 후보. Ⓒ 연합뉴스

경선 상대인 이낙연 전 민주당 대표가 동아일보 출신이라는 점을 강조하면서 의심의 눈초리를 거두지 않고 있는 것. 이 전 대표와 동아일보 사이 교감이 있는 것 아니냐는 취지다. 현 대변인은 이 발언에 앞서 “이낙연 캠프 측은 본인들에게 (대장동 관련) 제보가 들어오고 있다고 말하고 있다. (대장동 개발사업 계획서 등을 작성한 정영학 회계사의) 녹음 파일이 이낙연 캠프에도 있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밝혔다.

함께 출연한 김준우 변호사는 “결국 이낙연 후보의 출신 언론사에서 (대장동 단독 기사를) 많이 보도하고 있다는 말씀을 하고 싶으신 것 아닌가”라고 했고, 현 대변인은 “아주 중요한 것들, 이를 테면 (유동규 전 성남도시개발공사 사장 직무대리에 대한) 구속영장 내용 등이 그 언론사에 나오더라”고 말했다.

현 대변인은 “우연의 일치인지 모르겠다. 그러나 윤영찬, 양기대, 이낙연 후보 모두 다 거기(동아일보)에 계셨던 분들이니까 그런 생각은 안 할 수 없다”고 주장했다. 이낙연 캠프 정무실장인 윤영찬 민주당 의원과 양기대 의원 모두 동아일보 출신이다.

현 대변인은 지난 5일에도 SNS에 “조중동 중에서 대장동 관련 단독 기사를 제일 많이 내는 곳이 어디일까”라며 “갑자기 취재력이 좋아진 것일까. 다른 이유가 있는 것일까”라고 했다. 동아일보 단독 보도가 이낙연 후보와 연관이 있다고 보는 주장이다.

▲ 동아일보 9일자 1면.
▲ 동아일보 9일자 1면.

동아일보는 성남시 대장동 개발 특혜 의혹 국면에서 굵직한 특종을 내놓고 있는 언론사다. 지난 1일자 1면에는 대장동 개발 책임자 가운데 하나인 유동규 전 사장 직무대리의 금품 수수 의혹을 제기했고 유 전 직무대리는 이틀 뒤 뇌물과 배임 혐의로 구속됐다.

4일자 1면에서는 유 전 직무대리가 화천대유 대주주 김만배씨에게 편의 제공을 대가로 대장동 개발이익의 25%를 받기로 약속했다고 보도했다. 

9일자 1면에서는 김만배씨가 천화동인 1호 배당금 1200여억원에 대해 “절반은 그분 것”이라는 취지로 발언했다고 보도했다.

동아일보는 “김씨가 유 전 사장 직무대리보다 네 살 위여서 김씨가 언급한 ‘그분’은 최소한 유 전 사장 직무대리보다 ‘윗선’이라는 것이 당시 사정을 아는 관계자들의 설명”이라고 보도했다.

동아일보가 대장동 보도 초점을 유 전 직무대리 윗선, 즉 이재명 지사를 염두에 두고 있음을 가늠해볼 수 있다. 이 신문은 9일자 사설에서 “뇌물수수와 배임 혐의로 구속 중인 유(동규)씨는 2010년 성남시시설관리공단 기획본부장 임용 전까지는 공직 경험이 전무했다”며 “당시 성남시장이던 이재명 경기도지사는 이런 인물에게 성남도개공을 통째로 내맡겨 토건비리 세력이 공직자로 옷을 갈아입을 수 있는 기회를 만들어 준 것”이라고 비판했다.

▲ 동아일보 6일자 송평인 논설위원 칼럼.
▲ 동아일보 6일자 송평인 논설위원 칼럼.

송평인 동아일보 논설위원은 6일자 칼럼에 “이 지사 주변에는 경기동부연합의 떨거지들, 건설업체의 삐끼들에 조폭까지 맴돌고 있다”며 “이익이 될 만한 것의 냄새를 맡는 데는 귀신같고, 한번 냄새를 맡으면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취하려 하고, 취한 이익을 어떻게 숨겨놓아야 하는지도 잘 알고 있는 사람들”이라고 비판했다.

송 위원은 “이 지사가 민주당 경선에서 승리를 이어가고 있다”며 “민주당이 생계형 좌파에 권력을 넘겨주려 한다. 저 정당도 수명이 다했다는 느낌”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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