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의힘 대선 경선 후보 윤석열 전 검찰총장과 유승민 전 의원이 ‘무속 공방’을 펼치고 있다.

유 전 의원이 지난 5일 TV토론회에서 윤 전 총장에게 “천공 스승을 아느냐. 모 언론인이 인터뷰를 이 사람과 했는데, 본인 스스로 윤석열 후보 멘토, 지도자 수업을 시키고 있다고 자청한다”며 몰아세운 게 발단이었다.

이에 윤 전 총장이 “내가 (천공 스승을) 알기는 아는데 멘토는 과장된 것”이라고 해명했으나 양측은 토론회가 끝난 뒤에도 감정 싸움으로 구설에 올랐다.

윤 전 총장은 ‘장외 설전’에서 “정법은 그런 사람이 아니다. 정법 유튜브를 보라”는 취지로 유 전 의원에게 항의한 것으로 전해졌다. ‘정법’은 ‘천공 스승’이라는 인사의 유튜브 강의 이름이다.

▲ ‘천공’은 지난 3월 언론 인터뷰에서 “윤 총장이 내 공부를 하는 사람”이라며 멘토 역할을 자처했다. 사진=유튜브 정법2013
▲ ‘천공’은 지난 3월 언론 인터뷰에서 “윤 총장이 내 공부를 하는 사람”이라며 멘토 역할을 자처했다. 사진=유튜브 정법2013

유승민 “정법영상 無감흥… 정책준비나 하라”

유 전 의원은 6일 오후 페이스북에 “윤석열 후보 측이 상기시켜줘서 소위 ‘정법’ 동영상을 유튜브에서 찾아봤지만 개인적으로는 감흥이 조금도 없었다”며 “이런 영상 보셔서 손바닥에 ‘王’ 자도 쓴 채 TV토론에 나오신 건가. 이런 유튜브 볼 시간에 정책 준비하셔야 하는 것 아닌가”라고 꼬집었다. 앞선 토론회에서 윤 전 총장이 손바닥에 ‘임금 왕’을 적고 나온 것을 무속과 연계해 비꼰 것이다.

오신환 유승민캠프 상황실장도 8일 오전 MBC 라디오 ‘김종배의 시선집중’에서 “대통령으로서 모든 중요한 국가 의사결정, 그리고 리더십과 관련, 주술과 미신에 의존한다면 큰 문제”라며 “(천공은) 윤석열 후보에 관해 9번의 강의를 한다. 두 사람 관계가 어느 정도 형성이 돼 있다는 걸 예측할 수 있다”고 공세를 높였다. 양측 갈등은 ‘윤석열 전 검찰총장은 무속에 의지한다’는 세간의 인식을 공고화했다. 유권자들은 무속과 역술 논란에 박근혜 전 대통령과 비선실세 최순실을 떠올린다. 

한국일보에 따르면, 천공의 유튜브 강의 내용은 중년기의 외도, 바람직한 부부생활, 인간관계 등 일상 소재부터 사회적 이슈까지 다양하다. 중·장년층이 공감할 수 있는 소재를 바탕으로 상담 내용 등을 정리해 ‘마음을 다스리는 법’ 등을 설파하는 식이다.

▲ 윤석열 전 검찰총장은 손바닥에 왕(王)자를 적고 국민의힘 대선 경선 토론회에 나와 논란을 자초했다. 사진=YTN 보도 갈무리
▲ 윤석열 전 검찰총장은 손바닥에 왕(王)자를 적고 국민의힘 대선 경선 토론회에 나와 논란을 자초했다. 사진=YTN 보도 갈무리

천공-尹 관계 알린 최보식 인터뷰

천공과 윤 전 총장 관계가 처음 알려진 것은 인터넷매체 ‘최보식의 언론’ 인터뷰에서다. 조선일보에서 33년 근무하고 올해 초 정년퇴직한 최보식 기자는 지난 3월 자신이 발행하는 매체 ‘최보식의 언론’에 천공 인터뷰를 보도했다.

인터뷰에서 천공은 ‘윤석열 멘토 역할을 하고 있느냐’는 질문에 “윤 총장이 내 공부를 하는 사람이니까, 좀 도와준다”며 “윤 총장 부인은 오랫동안 내 강연 유튜브를 보고 공부했던 모양이다. 부인이 그걸 보고서 윤 총장에게 그 유튜브를 권했던 것 같다. 윤 총장이 몇 번이나 그걸 반복해 들었다고 한다”고 밝혔다.

최보식 발행인은 8일 미디어오늘과 통화에서 당시 인터뷰 보도에 대해 “일종의 예방주사와 같은 효과”라고 말했다. 최 발행인은 “보도 이후 (윤 전 총장 쪽에서) 천공에 거리를 뒀을 거라고 생각한다. (윤 전 총장 측이) 그 정도 판단은 하는 사람들이기 때문”이라며 “만약 기사가 안 나왔다면 (윤 전 총장이) 그쪽에 더 쏠렸을 가능성이 있다고 본다. 의지를 많이 하게 되면 그렇게 될 수도 있다”고 밝혔다.

최 발행인은 “기사 나온 뒤 (윤 전 총장 측) 내부에서도 시끄러웠을 거고, 아마 거리를 뒀을 것”이라며 “문제는 (미신에) 의지하느냐 여부다. 윤석열 전 총장은 검찰 조직에만 있던 사람이다. 어떤 분야에서는 아는 것보다 모르는 게 더 많을 수 있다. 의견을 경청한다는 차원에서 여러 사람 이야기를 듣는 것 자체는 도움이 될 수 있다”고 밝혔다.

최 발행인은 천공에 대해서도 “그가 범죄를 저지른 것도 아니고, 사이비라고 단정할 수도 없지 않느냐. 사이비라는 말도 어떤 기준으로 보느냐에 따라 달라진다”면서도 “수많은 사람을 만났고 만나야 하는 기자로서 내게 감흥은 없었다. 각자 제 자리에서 노력해 세상이 돌아가는 것인데 도인이라는 게 어디 있겠나”라고 반문했다.

“특정인에 매이거나 맹신하면 곤란”

최 발행인은 8일 오전 “유승민과 윤석열, 천공에 대한 입장이 상반되나 둘 다 맞다”라는 칼럼을 통해 “(천공의) 동영상 서너 개를 봤는데 그저 그런 뻔한 수준이었다. 영감을 주는 내용이 없었다. 어떤 대목에서는 사실관계가 틀리고, 마치 아마추어가 잘 아는 것처럼 전문 분야를 떠들어대는 것처럼 들렸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도 “‘정법 강의’ 동영상의 조회 수는 매번 수십만이 넘는다고 한다. 그렇게 많이 본다는 것은 그 나름대로 요즘 사람들에게 어필하는 무엇이 있는 것”이라며 “매 사안마다 의문을 갖고 보는 언론인의 눈에는 별 게 아니어도, 일반인들에게는 뭔가 배울 게 있고 위안을 주는 것이다. 그러면 된 것”이라고 했다.

이어 “윤석열 후보에게 잘난 사람이나 많이 배운 사람만이 꼭 조언하는 ‘멘토’가 되는 것은 아니다”라며 “나는 숱한 사람들을 인터뷰하면서 누구에게든 배울 수 있다는 걸 알았다. 다만 나라의 지도자가 되려면 자기 주견을 갖고 있어야 하고, 어느 특정인에 매이거나 맹신하면 곤란하다”고 했다.

▲ 천공은 지난 7일 YTN ‘뉴스가 있는 저녁’ 인터뷰를 통해 자신이 윤 전 총장에게 “검찰총장 사퇴 문제를 조언했다”고 주장하면서도 “멘토는 아니다”라고 했다. 사진=YTN 화면 갈무리
▲ 천공은 지난 7일 YTN ‘뉴스가 있는 저녁’ 인터뷰를 통해 자신이 윤 전 총장에게 “검찰총장 사퇴 문제를 조언했다”고 주장하면서도 “멘토는 아니다”라고 했다. 사진=YTN 화면 갈무리

천공 “조언했지만 멘토는 아냐”

천공은 지난 7일 YTN ‘뉴스가 있는 저녁’ 인터뷰를 통해 자신이 윤 전 총장에게 “검찰총장 사퇴 문제를 조언했다”고 주장하면서도 “멘토는 아니다”라고 했다. 그는 “(김건희씨로부터) 연락이 왔다고 해서 그러면 내가 뵙겠노라고 해 만났다. 만날 때 윤 전 총장이 남편이니까 같이 왔다”며 “그렇게 해서 알게 된 사이”라고 밝혔다.

천공은 윤 전 총장의 검찰총장 사퇴에 관해 “조금 정리할 시간이 될 것이라고 코칭을 해줬다”며 “너무 오래 싸우면 모든 검찰이 어려워질 것이니 그런 것들을 판단하는 게 좋을 것이라고 말해줬다”고 답했다. 천공은 윤 전 총장 손바닥 ‘왕’ 자와 관련해 “나는 그런 짓 못하게 한다. 나한테 자문을 구했으면 전혀 못하게 했을 것”이라고 선을 그었다.

한편 UPI 뉴스는 지난 7일 윤 전 총장 부인 김건희씨가 미신 중독으로 모든 일을 역술인 말에 의존한다는 증언을 보도했다. 이 매체는 ‘왕’ 자에 관해서도 “(역술인의 말을 듣고) 김건희 대표가 썼을 것”이라고 인용 보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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