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직 제3지대 후보군이 주목을 받을 시기는 아니다. 더불어민주당과 국민의힘이 각각 경선 중이기 때문이다. 민주당 경선은 막바지를 향하고 있고, 국민의힘은 11월5일 최종 후보가 결정된다. 진영간 갈등이 팽팽해진 이번 대선에서 두 당 후보에게서 고개를 돌린 유권자들은 그때서야 제3지대 후보들을 바라볼 가능성이 있다. 

현재로선 김동연 전 경제부총리와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가 거론된다. 김 전 부총리는 정치신인이고, 안 대표는 대선판에 세 번째 뛰어드는 정치인이다. 둘은 모두 ‘새로운 정치’를 내걸었다. 다만 새 정치를 제대로 보여주지 못한 채 10년차 정치인이 된 안 대표에겐 이제 어울리지 않는 타이틀이다. 지난 8일 온라인으로 대선 출마를 선언한 김 전 부총리가 조정훈 시대전환 의원을 캠프 전략기획본부장으로 영입하면서 본격적으로 진용을 갖추기 시작했다. 

김동연 캠프의 싱크탱크 조직인 ‘경장포럼’을 출범한 지난 28일 미디어오늘은 서울 영등포 캠프 사무실에서 조정훈 의원을 만났다. 최근 논란인 대장동 개발 의혹 관련한 입장, ‘이재명표 기본소득’에 대한 의견, 현재 김 전 부총리의 낮은 지지율 원인과 향후 전략, 언론개혁에 대한 생각 등에 대해 이야기를 나눴다. 조 의원과 인터뷰를 일문일답 형식으로 정리했다. 

▲ 조정훈 시대전환 의원. 사진=조정훈 의원실
▲ 조정훈 시대전환 의원. 사진=조정훈 의원실

-시대전환은 왜 대선 후보를 내지 않고 김 전 부총리를 지지하나? 

“시대전환 창당할 때부터 여러 리더십그룹과 함께 소통했다. 김 전 부총리도 그때 함께 논의해서 공감대가 있다. 정권교체를 넘어선 정치세력교체를 위해 우리(시대전환)보다 더 큰 가능성이 있는 후보라고 생각했다.”

-창당을 준비하나? 그 새로운 당에 시대전환도 참여하나? 

“그렇다. 많은 분이 돕겠다고 캠프로 온다. 순수한 자원봉사자도 있고, 정치하셨던 분들도 있다. 후자들은 소위 ‘먹튀, 떴다방 아니냐’는 질문을 던지기도 한다. 이런 우려를 종식하는 방식은 행동으로 보여주는 것이다. 지속할 수 있는 정당으로 세력화를 하려고 한다. 곧 온라인 플랫폼을 발표할 거다. 시대전환도 참여하는 하나의 용광로가 될 것이다.”

-집권은 개인이 아닌 세력이 한다. 또 어떤 사람들이 김동연 캠프에 참여하나?

“두 부류다. 한 번도 정치를 안해 본 풋풋한 분들인데 30대, 40대, 50대 다양하다. 이분들이 핵심인데 사실 이름을 대면 모르지 않겠나. 벤처기업하는 분들, 윤석열 전 검찰총장과 같은 아파트에 살고 있는데 ‘이건 아니다’라며 찾아온 검사, 이런 분들이다. 두 번째는 정치인들이다. 후보(김동연)의 생각은 다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사실 양당에서 지금도 연락이 온다. ‘상대방쪽으로 안 갔으면 좋겠다’, ‘우리 친구 맞죠’ 이런 연락이다. ‘침바르기’라고 해야 하나.” 

-김동연 캠프 후원금 모집 하루 만에 12억원을 모아 화제가 됐다. 현재는 얼마나 모였나.

“현재 약 16억원 모였다. 후원금 모집 첫날, 캠프 사무실 앞으로 시민들이 현금을 들고 와서 줄을섰다. 선거법상 실명제라서 현금을 받으면 안 되고 한도는 1000만원이다. 훨씬 많은 현금을 들고 와 ‘쓰세요’ 하며 놓고 가려는 사람도 있어 쫓아가서 다시 드리기도 했다. 지갑 여는데 마음이 가는 거다. 통장을 보니 5000여명이 보내주셨는데 감동이었다. 그분들은 인터넷 뉴스에 댓글 잘 안다는 분들, 기껏해야 ‘좋아요’ 정도 누르는 분들이다.”

-거의 모든 언론에서 제3지대에서 안철수 대표와 연대할 것인지 질문을 던지고 있다. 김 전 부총리는 연대설에 부정적인 답변을 내놓고 있지만 한번 더 물어보겠다. 

“안철수 대표가 국민의당 창당하면서 전직 의원들에게 공천을 줘서 새로움이 없어졌다. 새로운 38명이 국회에 들어갔다면 달라졌을 것이다. 재선·삼선 출신 의원들이 도와주겠다고 하면 혹할 수 있는데 우리는 관심 없다. 안 대표의 사례는 반면교사 대상이다.”

-제3지대 후보의 한계 역시 많이 거론되는 이야기다. 

“한번도 일어나지 않은 일들이 일어나는 세상이다. 우리가 서로 마스크 쓰고 만날지 누가 알았나. 정치도 예외가 아니다. 다들 센 사람을 찾는다. 대통령이 부드러우면 다음 후보는 센 후보를 찾는 것 같다. 반대로 대통령이 강한 이미지이면 부드러운 후보를 찾는 것 같고. 윤석열 예비후보 역시 이미지가 강하지 않나. 그러나 던지는 어젠다(의제)가 강렬하진 않다. 김 전 부총리가 던지는 어젠다가 강렬할 것이다. 강렬함은 이미지가 아니라 콘텐트다. 16대 대선에서 노무현 당시 후보가 정몽준 후보와 단일화한 게 11월24일이었다. (당시 대선은 12월.) 내년 대선이 6개월 남았다. 시간이 많이 남았다.” 

▲ 내년 대선에 도전하는 김동연 전 경제부총리. 사진=김동연 캠프
▲ 내년 대선에 도전하는 김동연 전 경제부총리. 사진=김동연 캠프

-최근 주간동아, 신동아 등에서 김동연 차기 총리설을 전망하고 있다. 김 전 부총리가 캐스팅보트 역할을 하게 될 가능성이 큰데 5% 이상 지지율을 얻으면 여야 누가 정권을 잡든 차기 정권에서 실세 총리를 꿰찰 수 있다는 해석이다. 

“(창당에 대선출마까지 해서 할만한) 남는 장사가 아니다. 이미 이번 정부에서도 국무총리 제안을 받았다. (김 전 부총리가 거절했다.) 실세 총리가 뭘까. 조각할 때 이름 몇 명 넣는 거 외에 뭐가 있나. 총리를 하기엔 이미 많은 제안을 받았다. 대선 나와 창당하지 않고, 지금 미국이나 유럽 다니면서 종종 쓴소리 한번씩 해도 총리 1순위 후보다. (총리를 목적으로 하는 후보를) 유권자들이 지지하지도 않는다. 세를 만들고 싶다. 유권자들은 당장 뭘 할 수 있는지 묻는다. 우린 내년에 집권하면 누가 경제를 책임지고 외교를 책임질지 고민하고 있다.” 

-실제 양당의 후보들이 내놓는 정책이 거의 비슷하다는 문제의식에 ‘이것만은 누가 당선되든 추진하자’는 ‘공통공약추진시민평의회’를 대선 후보들에게 제안했다. 어떤 캠프에서 반응이 있었나?

“이재명 캠프에서 적극적이다. 윤석열 캠프에선 검토 중이라고 해당 캠프 대변인 통해서 들었다. 다른 2등 후보들은 경선이라 정신이 없는 것 같지만 여야 1등 후보들은 말이 된다는 생각을 하고 있다. 이재명·윤석열 두 후보는 모두 율사 출신이다. Not A But B, 상대가 아니라 자신이라고 강하게 주장하는 후보다. 센 후보, 막말하는 후보가 아니라 반듯한 후보가 필요한 시대다. 분열하는 후보가 아니라 통합시키는 후보가 필요하다.”

-세간에는 공통공약추진시민평의회가 시민단체의 역할이라는 평도 있고, 정치공학적으로는 정치신인이 기존 정치인들이 쉽게 받아들이기 어려운 제안을 내놓는 게 유리하다는 해석도 있는데.

“그럴 수 있다. 그러나 정치는 국가를 운영하는 일이다. 우리 후보가 당선되면 각 진영에 손을 내밀 것이다. 드림팀을 만들고 싶다. 예전에는 이문세, 조용필 등이 솔로가수가 인기였지만 지금 인기있는 BTS 등은 그룹이지 않나. 공통공약추진시민평의회에 대해 내부에서도 논쟁이 있었다. 치고 나가는데 도움이 되겠냐는 반대가 있었지만 후보의 의지가 강했다. 공통공약추진시민평의회 이름이 어려운데 고치든가 해야겠다.(웃음)”

-후보들이 어떤 정책을 공통공약으로 합의했으면 좋겠나. 

“첫째는 기득권을 타파하기 위한 공약들이다. 권력의 집중을 막는 내용의 공약과, 남북관계에 대한 공약 등 세 가지는 꼭 있었으면 좋겠다.”

-3대 미래도전 과제로 기후위기, 인구변화, 디지털전환을 꼽았다. 어떤 문제의식인가. 

“주요 후보들은 기후위기·친환경 정책이 표가 안 되는 한가한 논의라고 생각한다. 우린 그렇게 생각하지 않는다. 죽고 사는 문제라고 생각한다. 인구변화 대응은 돈 줘서 애 낳게 하는 정책이 아니다. 오히려 혼자 살아도 편하고 안전하면서 여유로워야 아이를 낳는다고 생각한다. 혼자 살아도 괜찮은 나라를 만들어야 한다. 이미 진행되는 디지털 전환이 양극화를 가속화하고 있다. 플랫폼 독점으로 돈을 따라가는 사람들이 있지만 아무런 대응을 못하는 사람들도 있다. 2050년에 세상이 어떻게 바뀌었을지 고민해야 한다. 내연차의 시대가 끝나고 자율주행차가 상용화될 것이다. 그땐 주3일제를 얘기할 것이고 메타버스도 신기하지 않을 것이다. 2050년을 염두에 두고 다음 5년을 어떻게 준비해야 하는지 고민해야 한다. 그게 미래를 준비하는 정치다.”

▲ 지난 16일 김동연 전 경제부총리 지지를 선언한 조정훈 시대전환 의원. 사진=조정훈 의원실
▲ 지난 16일 김동연 전 경제부총리 지지를 선언한 조정훈 시대전환 의원. 사진=조정훈 의원실

-조 의원이 주장해온 주4일 근무제는 캠프공약으로도 추진하나. 

“검토하고 있다. 지난해말부터 주4일제를 주장했는데 1년도 안 지나 대선 의제로 올라와서 고맙다. (민주당 경선에서 양승조 충남지사가 주장했고, 심상정 정의당 의원과 김재연 진보당 대표도 대선 공약으로 주4일제를 꺼냈다.) 노동시간이 길다는 건 다 공감하는 문제다. 다만 심 의원은 정부기관부터 시행하는 방법인데 민간부터 하는 게 좋다고 본다.”

-주4일제를 정부기관 먼저 강제하는 게 빠를 것 같은데?

“부작용이 있을 것으로 본다. 공공의 일자리는 대부분 양질의 일자리다. 거기에 주4일제를 먼저 하면 다른 노동자들의 불만이 클 수밖에 없다. 민간에서 먼저 주4일제를 할 수 있도록 지원하고, 정부는 마지막에 문 닫으면서 시행해야 한다.”

(다음 기사에서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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