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2세 아들이 화천대유에서 퇴직금 50억원을 받아 여론의 십자포화를 맞고 있는 곽상도 의원의 과거 발언이 눈길을 끈다.

화천대유는 이재명 경기도지사가 2015년 성남시장 시절 추진한 대장동 개발사업에 참여한 시행사다. 최근 3년 동안 배당금 577억원을 받았다. 화천대유를 포함해 관계사들이 받은 배당금은 무려 4040억원 수준이다. 화천대유는 이 밖에도 3000억원의 분양수익을 거둘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곽상도 아들 “열심히 일한 게 문제인가”

화천대유에 고위 법조인들이 고문·자문역으로 줄줄이 연루되고 이 지사 역시 논란에서 자유롭지 못한 상황에서 곽 의원 아들이 6년 근무 후 퇴직금 50억원을 받았다는 보도는 전 사회적 공분을 불러일으켰다. 곽 의원이 자칭 ‘문재인 대통령 아들 저격수’로 활동해왔다는 점에서 ‘내로남불’ 논란은 매우 거셌다.

곽 의원은 26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아들 곽병채씨 입장을 전했다. 곽병채씨는 “대장동 사건 본질이 수천억 벌 수 있도록 만들어 놓은 설계의 문제인가. 그 속에서 열심히 일한 한 개인의 문제인가”라고 반문했다. ‘퇴직금 50억원’은 노력의 결과물이라고 주장한 그의 발언은 분노한 여론에 기름을 퍼붓는 격이 됐다.

머니투데이 법조 기자 출신이자 화천대유 대주주인 김만배씨는 27일 오전 서울 용산경찰서에 참고인으로 출석해 “기본 퇴직금이 5억원 정도로 책정돼 있다. 그분(병채씨)은 산재를 입었다. 프라이버시가 있어 말씀드리기 곤란하다”고 했다. 그러나 한겨레에 따르면, 근로복지공단은 27일 “화천대유에서 근무한 곽씨의 산재 신청은 없었다”고 밝혔다. 

▲ 곽상도 무소속 의원. 사진=페이스북
▲ 곽상도 무소속 의원. 사진=페이스북

곽상도 “취업준비생과 부모, 가슴을 친다”

곽 의원 발언도 재조명되고 있다. 곽 의원은 2018년 11월5일 예산결산특별위원회에서 정부기관의 친인척 채용 현황을 꺼내 문재인 정부를 다음과 같이 비판했다.

“서울교통공사, 친인척 108명 채용했습니다. 13개 공공기관, 국립대학병원, 금감원 등 금융공기업 그 다음에 보훈공단 등 비금융공기업 등에서도 친인척 채용이 있었습니다. 노조원 자녀가 친인척으로 채용됐고 14개 기업노조는 단체협약에 자녀 우선 채용을 명시하고 있습니다. 반면에 차별받은 사람이 누구겠습니까? 수십·수백 대 일 경쟁 뚫고 어렵게 입사한 직원과 채용에서 탈락한 취업준비생과 그 부모들은 가슴을 치고 있습니다. 지난 대통령 취임사 때 기회는 평등하고 과정은 공정하고 결과는 정의로워야 한다고 했습니다. 이 과정이 공정하고 기회가 평등했습니까?”

곽병채씨 글을 보면, 아들의 화천대유 입사를 권유한 것은 곽 의원이었다. 곽 의원이 한양대 글로벌스포츠산업학과에서 석사 과정 중인 아들에게 “김OO가 부동산 개발사업을 하는데 사람을 구한다고 하니 생각이 있으면 한번 알아보라”고 했던 것. 김OO는 김만배씨로 추정된다. 김씨와 곽 의원은 성균관대 동문이다. 곽씨는 2015년 6월경 화천대유에 입사했다.

곽 의원은 지난 2019년 1월 출간한 책 ‘7할의 행동과 3할의 숙명’에서 1남1녀 중 둘째인 아들(1990년 1월생)에 대해 “점점 커가면서 아내가 ‘리틀 곽상도’라고 부를 만큼 닮아가는 중”이라며 “해병대 갔다 온 아들은 산업디자인 공부를 하고 지금은 직장 생활을 하고 있다”고 썼다.

그러면서 “다행스럽게도 아이들이 자기 영역을 찾아 모색하고 접근하면서 나름대로의 삶을 살고 있는 모습을 보면 무척 대견하다”고 덧붙였다.

“내 아들, ‘리틀 곽상도’라 부를 만큼 닮아”

화천대유 대표와 주요 투자자들이 곽 의원에게 정치후원금을 기부한 것도 논란이다. 한국일보는 27일 “이성문 화천대유 대표는 곽 의원에게 2016년과 2019년 두 차례에 걸쳐 500만원씩 모두 1000만원을 후원했다”고 보도했다.

이 신문은 “화천대유 관계사 천화동인 소유주로 거액을 벌어들인 투자자들도 곽 의원을 후원했다”면서 “대장동 개발사업 특수목적법인(PFV) ‘성남의뜰’ 주주인 천화동인 4호와 5호 소유주인 남욱 변호사와 정모 회계사는 2017년 500만원씩 후원했다. 남 변호사의 부인이자 MBC 기자였던 정모씨도 2016년 곽 의원의 500만원 후원금 리스트에 이름을 올렸다”고 전했다.

곽 의원은 앞서 언급한 책 ‘7할의 행동과 3할의 숙명’에서 “나는 돈 문제에 지나칠 정도로 강박관념이 있다”며 “국회의원이 돼서는 후원금을 받는 것이 제일 어려웠다. 혹시 무슨 단서가 붙는 것은 아닌가 싶어 늘 조심이 따른다”고 밝혔다.

곽 의원은 이어 “이런 면에서 국회의원은 여간 힘든 일이 아니다”라며 “어떤 분이 나를 보고 국회의원이 지갑 가지고 다니며 지갑을 열어 돈을 쓰는 것을 처음 봤다고 할 정도로 나는 돈 문제에 한 치의 실수나 오차도 없이 살려고 노력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곽 의원에 관한 과거 기사도 회자되고 있다. 화천대유 대주주 김만배씨가 2009년 2월 “‘특수수사교본’ 곽상도 검사, 변호사로 제2 인생”이라는 제목으로 보도한 머니투데이 기사다. 곽 의원의 검사 생활 20년을 정리한 기사다.

기사는 “진짜 사무라이 한 분이 검찰을 떠나시는군요. 새로운 길을 가시더라도 열심히 하는 그 모습 기대합니다”, “청장님! 항상 검사로서의 기개가 무엇이고, 정도가 무엇인지를 가르쳐 주셨던 모습 잊지 않겠습니다” 등 곽상도 검사 퇴직을 아쉬워하는 후배 검사들 반응으로 시작한다.

김씨는 “검찰 고위간부의 퇴직도 아닌데 이처럼 100여 명의 많은 현직 검사들이 인삿말을 남긴 것은 이례적”이라며 “하지만 그가 검사로 근무하던 시절 쌓은 공로에 비하면 그리 놀랄 바가 아니라는 게 중론”이라고 보도했다. 김씨는 기사를 통해 곽 의원이 맡았던 각종 수사를 일목요연하게 정리했다.

▲ 곽상도 의원이 지난 2019년 1월 출간한 책 ‘7할의 행동과 3할의 숙명’
▲ 곽상도 의원이 지난 2019년 1월 출간한 책 ‘7할의 행동과 3할의 숙명’

파크뷰 특혜 분양 사건과 곽상도·이재명

이 가운데 눈길을 끄는 사건은 곽 의원이 수원지검 특수부장(2002.2.18~2003.3.31) 시절 맡았던 분당 파크뷰 아파트 용도변경 및 특혜분양 사건이다. 김씨는 기사에서 이 사건에 대해 “그(곽상도)는 분당파크뷰 아파트 용도변경 및 특혜분양 의혹 사건을 수사하면서 임창열 경기도지사의 부인 주혜란씨와 건교부 기술안전국장 등 거물급 정·관계 인사 16명을 구속했다”고 전했다.

이 사건에 대해 곽 의원도 자신의 저서에서 “분당 파크뷰 특혜 분양 의혹 사건은 당시 김대중 대통령과 친한 성남시장 OOO이 연루돼 있어 아무도 그 사건을 맡지 않으려고 했다.(중략) 성남시 관련 유착 의혹으로 사법처리 대상이었던 OOO 성남시장은 도피했다”고 밝혔다. 

이재명 경기도지사도 변호사 시절 관련 사건으로 고초를 치렀다. 2002년 분당 파크뷰 특혜 분양 사건을 취재하던 KBS 추적60분 PD가 당시 김병량 성남시장과 통화하면서 검사를 사칭하고 대화를 녹음한 사건이다. 이 지사는 PD가 김 시장과 통화하는 과정에서 검사 사칭을 유도하고 질문 내용을 미리 알려준 혐의 등으로 1심에서 벌금 250만원, 2심에서 150만원을 선고 받았다. 이 지사 측은 “PD가 이 지사 인터뷰 도중 알게 된 내용을 토대로 스스로 사칭 통화를 했으며, 이 지사는 공교롭게 그 자리에 있었을 뿐”이라는 입장.

한편, 이재명 지사 캠프는 27일 오전 곽 의원을 공직선거법상 허위사실공표 및 정보통신망법상 명예훼손 혐의 등으로 서울중앙지검에 고발했다. 곽 의원이 자신의 SNS에 이 지사가 대장동 개발사업을 불법적으로 진행해 부당이익을 취득했다는 취지의 허위사실을 게시했다는 이유다.

이에 곽 의원은 “‘대장동 개발사업의 주인’은 이재명 후보임이 분명히 드러났다”며 “이재명 후보의 이번 고발은 무고죄에 해당하는 것 같다. 향후 응분의 조치를 취하도록 하겠다”고 맞대응했다.

저작권자 © 미디어오늘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