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설사 대주주 임박한 서울신문에 드리워진 그림자
건설사 대주주 임박한 서울신문에 드리워진 그림자
“편집인·발행인 분리 무의미” 언론계 협상안에 우려
미디어전문법인 구상엔 ‘호반 위상 전에 없이 오를 것… 구조조정·분사 가능성’

‘건설사가 대주주로 올라선 서울신문’은 건설자본 입김을 벗어난 언론사가 될 수 있을까. 서울신문 우리사주조합과 호반건설의 지분매매 협상안을 놓고 언론계에서 제기되는 질문이다. 

업계와 전문가 사이에선 우려의 시선이 지배적이다. 협상안에 형식상 소유·경영 분리나 편집권 독립을 확립하지 못한 데다 호반건설이 ‘미디어전문법인’ 계획을 밝힌 상황에서 구조조정도 불가피할 수 있다.

서울신문 2대 주주인 우리사주조합은 3대 주주 호반건설에 보유 지분을 모두 넘기는 최종협상안을 놓고 14일 현재 투표를 진행 중이다. 호반이 ‘협상안이 부결되면 철회하고 물러나겠다’고 밝힌 만큼 ‘호반 대주주 시나리오’ 관련 마지막 투표가 될 공산이 크다. 통과될 경우 전국 단위 종합일간지 대주주가 건설사에 넘어가는 첫 사례가 된다. 이 경우 호반은 의결권 기준 53.6% 지분을 손에 넣는다. 투표는 15일 저녁 6시까지다.

▲서울신문 사옥인 서울 중구 프레스센터
▲서울신문 사옥인 서울 중구 프레스센터

최대 쟁점 중 하나는 편집권 독립이다. 호반은 최종안에서 서울신문 대표이사가 겸직하던 발행인과 편집인 역할을 분리한 뒤 편집인을 편집이사에 맡기겠다고 했다. 편집국장 임명 방식은 현행을 유지하겠다고 했다. 우리사주조합은 당초 편집국장 직선제와 함께 △사주 이익에 복무하는 보도를 할 수 없고 △사주에 대한 비판 기사를 쓴 기자를 처벌할 수 없다는 조항을 요구했으나 호반이 거부해 반영되지 않았다. 

언론계는 협상안대로라면 편집권은 허울이라고 우려한다. 태영건설(현 TY홀딩스)이 대주주인 SBS 출신 윤창현 언론노조 위원장은 “어느 한 주주가 1대 주주로 올라선다면 편집인과 발행인 분리는 아무 의미가 없다. 대주주가 편집인 인사권마저 쥐게 되지 않나”라며 “SBS 같은 경우 소유와 경영 분리를 제도화했는데도 사측이 현재 사장 임명동의제를 명시한 단체협약마저 파기하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고 말했다.

한 서울신문 구성원은 “앞서 우리사주조합이 호반 측의 보유 지분을 매입하겠다고 제안했을 때에도 그 대가로 서울신문이 썼던 호반 비판 기사를 삭제해달라고 요구한 것으로 안다. 언론보도에 대한 영향을 미치려는 호반의 의지는 그만큼 노골적”이라고 했다.

실제 호반이 대주주로 올라설 경우 사장 선출에 절대 권한을 행사하게 된다. 현재 사장추천위원회를 구성하는 3% 이상 주주는 △기획재정부 △우리사주조합 △호반건설 △한국방송공사(KBS)인데, 우리사주조합이 지분을 모두 또는 절대 다수 넘기면 호반을 견제할 주체는 남지 않을뿐더러, 대주주 주도로 사장 선임 절차를 규정한 정관도 바꿀 가능성도 지울 수 없다.

실제 호반 측은 우리사주조합 집행부와 협상 과정에서 “사장도 대주주 의지대로 뽑지 못하면 언론사를 왜 사들이느냐”는 취지로 수차례 발언한 것으로 알려졌다. 호반 관계자는 이에 “이번 사장을 선임할 때 주주대표끼리 의견이 갈리면 호반이 1대 주주가 되는 만큼 의견을 존중해달라는 뜻”이라고 했다.

▲서울신문과 호반건설 사옥 전경. 미디어오늘 자료사진
▲서울신문과 호반건설 사옥 전경. 미디어오늘 자료사진

“호반, 전자신문도 갈랐다” “대주주 건설산업에 쓰일 것”

호반이 공언한 ‘미디어 전문 법인’ 계획에도 여러 풀이가 나온다. 김상열 호반그룹 회장은 앞서 지난 6일 공문에서 “(서울신문을) 산업자본에서 완전히 분리된 별도 미디어 전문 법인의 그릇에 담을 계획이 있다”고 밝힌 바 있다. 전자신문, EBN과 함께 묶어 미디어그룹을 형성하겠다는 얘기다.

이는 ‘건설자본’ 이미지를 희석하는 효과를 낳는 한편, 그룹 형성 과정에 ‘인위적 구조조정·분사 금지’ 약속을 지키기 어려워진다는 우려가 나온다. 언론노조 서울신문지부는 최근 성명에서 “호반이 얼마 전 인수한 전자신문의 경우 미디어와 부동산·윤전 부문을 별도 법인으로 갈랐다. 서울신문에도 똑같이 하겠다는 뜻”이라고 했다. 한 서울신문 10여년차 구성원 A씨는 “‘전문법인’이란 이름은 건설사가 언론사를 소유하는 데서 오는 여론 부담을 상쇄하기 위한 ‘가면’ 아니겠느냐. 그럼에도 오너 입김이 각 언론사에 전해지는 점은 변하지 않을 것”이라고 했다.

한편 호반은 미디어그룹 구상에 서울신문을 편입시킴으로써 전에 없는 사회적 지위와 건설 부문의 영향력을 쥘 수 있다. 김동원 언론노조 정책협력실장은 “호반이 분야나 권역이 제한되지 않는 전국단위 종합매체를 손에 넣으면서 전에 없는 사회적 인지도와 지위를 얻을 것”이라며 “중요한 것은 대주주 사업에 매체들이 어떤 역할을 하는가”라고 지적했다.

김 실장은 “특히 걱정되는 지점은 서울신문과 EBN, 전자신문이 굳이 호반 홍보 보도를 하지 않더라도, 각 매체 전문성에 해당하는 내용으로 개발 담론을 펼 수 있다는 점”이라며 “현재 서울시장이 민간을 통한 재개발을 적극 추진하려 하고 정부도 주택공급 확대 정책을 펴겠다고 밝힌 시점이다. 서울신문은 호반이 수도권에서 건설·개발 사업을 확대하는 발판 구실을 하게 될 수 있다”고 했다.

▲서울신문 사옥. 사진=미디어오늘
▲서울신문 사옥. 사진=미디어오늘

투표 결과가 뿌리 깊은 내부 갈등으로 이어질 우려도 남았다. A씨는 “만약 통과된다면, 투표율에 따라 우리사주조합이 존속할지가 정해질 것”이라며 “투표율이 얼마 나오느냐에 따라 엄청난 분열이 일어날 것 같다. 호반 대주주에 찬성한 이는 상대방을 정치세력이라며, 반대한 이들은 언론독립을 이유로 서로를 비난하지 않을까”라고 했다.

윤창현 언론노조 위원장은 “여러 우려점이 있으나 서울신문 구성원들의 선택이니 존중할 수밖에 없다. 언론노조로선 투표 결과로 만들어지는 상황에 대비해 변함없이 언론의 정치·자본으로부터 독립을 확고히 하기 위한 지원과 제도 확립 방안을 마련할 것”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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