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집회’와 ‘방역’을 양극단에 상정한 뒤 집회를 엄격 제한해온 현행 사회적(물리적) 거리두기 지침에 과학적·헌법적 근거가 희박하다는 전문가 목소리가 이어지고 있다. 

민주노총은 12일 서울 중구 민주노총 교육원에서 ‘코로나 방역 대책 진단 토론회’를 열었다. 이날 토론회는 7·3 노동자대회 관련 구속영장이 청구된 양경수 민주노총 위원장이 영장실질심사 불출석 의사를 밝힌 뒤 이뤄졌다.

발제에 나선 우석균 건강권 실현을 위한 보건의료단체연합 공동대표는 “한국사회의 사회적 거리두기는 생산과 사회적 서비스·유통 물류 업종에는 거리두기 적용을 하지 않고, 개인적 서비스업과 학교, 문화영역에서는 엄격하게 시행하는 것이 특징”이라고 지적했다. “지난 7월 한달 동안 서울시에서 발생한 감염의 30%는 직장 내 감염이었고 출·퇴근길 지하철과 같은 대중교통에는 역학조사가 이뤄지지 않는다”고도 했다. 

▲민주노총이 주최한 ‘코로나19 방역대책 진단 시민사회·전문가 토론회’가 지난 12일 민주노총 15층 교육원에서 열렸다. 사진=노동과세계
▲민주노총이 주최한 ‘코로나19 방역대책 진단 시민사회·전문가 토론회’가 지난 12일 민주노총 15층 교육원에서 열렸다. 사진=노동과세계

우 대표는 정부의 ‘방역 불비례’ 대표 사례로 콜센터 노동환경을 꼽았다. 우 대표는 “세계보건기구가 대표적 직장감염 위험군으로 지적한 세일즈 노동자가 콜센터”라며 “원주시는 7월23일 집회 하루 전에 집회에만 하루 전에 4단계 금지 조치를 했다. 그러나 콜센터 노동자들이 집회하는 것이 과연 근무하는 것보다 위험할까”라고 되물었다.  

그는 “가장 먼저 일어난 집단감염이 구로콜센터에서였고 이후에도 콜센터 집단감염이 집단감염이 계속되고 있다”고 밝힌 뒤 “마스크 착용 등 보건학적 개입을 전제하지 않았을 때 야외활동에서 코로나 감염 위험성은 전체 감염의 1% 미만 또는 0.1% 미만으로 추정된다”며 “정부가 말한 집회 금지 ‘방역’이란 과연 무엇을 지키기 위한 것인지를 묻지 않을 수 없다”고 했다.

우 대표는 “쿠팡에서도 지난달 28일 부천 물류센터가 재차 폐쇄되는 등 집단감염이 빈번하게 이어지고 있다”며 “정부가 민주노총 위원장에 실제 발생하지도 않은 집단감염에 대한 책임을 묻고 있는 데에 균형을 맞춘다면, 쿠팡 집단감염을 모두 합치면 기업주는 구속이 되어도 여러 번 됐어야 한다”고 지적했다. 

우 대표는 “현실적으로 보면 지하철을 증편하거나 아픈 사람은 쉬도록 강제하면서 유급병가와 상병수당, 유급돌봄휴가를 주어야 한다. 또 교대·원격 근무를 강제해야 한다”며 “그런데 이에 대한 사회적 정책은 하나도 취하지 않으면서 엉뚱한 야외집회만 물고 늘어지는 것이 현실”이라고 했다. 그는 “K-방역에서의 봉쇄 중심 전략을 재고해야 한다. 공공병원이 독박을 쓰는 공공병원 중심의 이상한 의료대응도 이제는 사립병원까지 모두 동원하는 전면적 의료대응으로 변화돼야 한다”고 밝혔다.

▲우석균  건강권 실현을 위한 보건의료단체연합 공동대표와 최지현 민중의소리 기자. 유튜브 캡쳐
▲우석균 건강권 실현을 위한 보건의료단체연합 공동대표와 최지현 민중의소리 기자. 유튜브 캡쳐

류하경 민주사회를위한변호사모임 변호사는 현 집회·시위 금지 조치에 헌법·법률 근거가 불명확하다고 했다. 류 변호사는 “코로나19 국면에서 헌법상 집회 시위는 허가해야 하는 것으로 얘기되지만 본래 허가제가 아니라 신고제”라며 “감염병예방법 49조1항은 ‘흥행, 집회, 제례 또는 그 밖의 여러 사람의 집합을 제한하거나 금지하는 것’을 명시하고 있을 뿐, 인원제한 기준 등에 대해서는 구체적으로 밝히지 않고 있다”고 했다.

류 변호사는 “코로나19와 같은 특수한 상황이 있다고 해서 과도하고 일괄적인 자유 억압을 그대로 정당화할 수 있다고 보기 어렵다.  집회 주최 측도 동의할 수 있는 사회적인 기준을 설정해야 한다”고 했다.

최지현 민중의소리 기자는 토론에서 “코로나19 확산 뒤 작년 초엔 중국에 대한 혐오가 퍼졌고, 그 직후 3월 대구 신천지 예수교회, 5월엔 대구 지역민과 성소수자 등에 대한 혐오도 조장됐다”며 “이러한 사회적 분위기는 오히려 방역을 방해한다는 것을 이미 경험했는데도 언론 보도에선 집단감염과 직접 관련 없는 민주노총에 그 혐오의 시선이 집중되고 있다”고 우려했다.

최 기자는 “사실 집회 및 시위의 자유는 보수냐, 진보냐를 떠나 국민이라면 누구나 보장받아야 할 기본권”이라며 “지난 8·15 집회와 민주노총 집회를 단순 비교하는 보도는 집회 및 시위의 자유를 무조건 막아야 한다는 여론만 부추긴다”고 했다. 최 기자는 “다만 차이가 있다면 방역수칙을 얼마나 지키려고 했느냐는 것이다. 지난해 8.15 보수단체 집회에는 이미 확진자가 59명이나 나온 상태였던 사랑제일교회의 신도들이 마스크를 쓰지 않은 채 집회에 대거 참여해 문제가 됐다”고 말했다. 

최 기자는 “감염병에 관한 부정확한 언론보도는 국민 불안과 혼란을 부추기기 때문에 경계해야 한다는 건 사실 언론인들 사이에서도 이미 공감된 것”이라며 “‘감염병 보도 준칙’은 ‘발생 원인이나 감염 경로 등이 불확실한 신종 감염병의 보도는 현재 의학적으로 밝혀진 것과 밝혀지지 않은 것을 명확하게 구분하여 전달한다’고 전한다”고 강조했다.

저작권자 © 미디어오늘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