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론판 ESG(환경‧사회‧지배구조) 경영’을 선도하는 매체가 있다. 영국 BBC다. BBC 한 섹션인 BBC 퓨처 플래닛(Future Planet)은 스마트폰만 써도 탄소가 배출된다는 ‘디지털 탄소발자국’에 주목했다. BBC 퓨처 플래닛은 자신들이 취재·작성하는 기사에서 얼마만큼 탄소가 배출되는지 측정, 공개하고 있다.

BBC 퓨처 플래닛 사례를 한국 언론은 어떻게 바라봐야 할까. 한국 언론 사회는 단순 보도자료 받아쓰기나 어뷰징용 기사 양산이 늘 문제로 꼽힌다. 저널리즘 문제를 떠나 환경적 시각에서 보면 디지털 탄소 배출이 연일 일어나고 있는 것이다. 일각에서는 BBC 퓨처 플래닛 사례를 발판 삼아 온라인용 기사 수부터 줄이자는 목소리가 나온다. 디지털 탄소 배출 최소화 과정을 거치면서 한국 언론 고질병이 해소될 수 있다는 주장이다.

▲사진=Getty Images Ban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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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거리 출장 최소화‧게시 과정서 나오는 배출량 측정

BBC 퓨처 플래닛의 도전은 지난해 2월부터 시작됐다. BBC 퓨처 플래닛은 관련 공지를 통해 “일상의 거의 모든 인간 활동과 마찬가지로 저널리즘은 이산화탄소를 배출한다”며 “기자들은 종종 도시를 가로질러든 멀리 떨어진 곳이든 이야기를 전달하기 위해 여행해야 한다. 디지털 출판도 탄소를 배출한다”고 전했다.

[관련 기사 : Why and how does Future Planet count carbon?]

BBC 퓨처 플래닛에 따르면 인터넷이 한 국가일 경우 6번째로 많은 온실가스 배출국으로 집계된다. 이에 BBC 퓨처 플래닛은 △취재 과정에서 발생하는 탄소 배출 △기사를 온라인에 게시하는 과정과 독자들이 접근하면서 발생하는 탄소 배출 최소화를 목표로 하고 있다.

취재 과정에서 발생하는 탄소 배출과 관련해서 BBC 퓨처 플래닛은 비행기를 활용한 취재를 최소화한다고 전한다. BBC 퓨처 플래닛은 “비행 중단은 탄소발자국을 줄이는 주요 방법”이라며 “전 세계 현지 기자들과 협력하는 데 중점을 두어 장거리 여행도 최소화한다”고 했다.

온라인 게시 과정과 독자 접근 과정에 대해서는 전문기관 협조를 거쳐 ‘범주화’ 작업을 마쳤다. 전 세계 독자들이 BBC 퓨처 플래닛에 접속하는 만큼 추정치에 그치지만 온라인상 발생하는 탄소량 측정을 위한 자체적 고민을 이어온 것이다.

▲BBC 퓨처 플래닛 지난해 2월 디지털 탄소 배출 최소화를 위한 방안을 공지했다. 사진은 관련 공지 글 제목. 사진=BBC 퓨처 플래닛 홈페이지 갈무리
▲BBC 퓨처 플래닛 지난해 2월 디지털 탄소 배출 최소화를 위한 방안을 공지했다. 사진은 관련 공지 글 제목. 사진=BBC 퓨처 플래닛 홈페이지 갈무리

두 가지 고민을 이어온 BBC 퓨처 플래닛은 △자신들이 취재 과정에서 배출한 탄소량 △기사를 온라인에 게시하며 발생하는 탄소량 △독자들이 기사를 보며 발생하는 탄소량 등을 측정, 기사 하단에 합계치를 공지한다.

BBC 퓨처 플래닛 사례를 한국에서는 어떻게 받아들여야 할까. 한국 언론들은 한목소리로 ‘디지털 퍼스트’ 전략을 외쳤지만 모두가 콘텐츠보다는 트래픽 확보에 혈안이 된 상황이다. 이 같은 상황 속에서 BBC 퓨처 플래닛 사례가 한국 사회 저널리즘 재정립에 도움이 될 것이라는 주장이 나온다.

“받아쓰기 중심 기사, 디지털 탄소 배출까지 영향”

이종혁 광운대 미디어영상학부 교수는 13일 미디어오늘과 통화에서 “BBC가 언급한 첫 번째 사례보다는 두 번째 사례에 집중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동 거리 문제를 따지는 것은 공익적 가치를 좇는 취재 과정에서 중요한 문제가 아니라는 것이다.

이 교수가 문제 삼은 기사 유형은 △국가기간뉴스통신사 연합뉴스 받아쓰기 △‘클릭 장사’용 어뷰징 기사 양산 △보도자료 받아쓰기 등이다. 포털사이트 서버와 온라인 편집기를 사용하는 서버에 같은 내용의 기사들이 무수하게 저장되고 있고 이로 인해 디지털 탄소가 배출된다는 지적이다.

▲사진=Getty Images Ban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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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교수는 “물리적으로 기사를 생산해내는 구조에 주목해야 한다”며 “지금처럼 보도자료를 막 내고 연예 기사가 쏟아지고 건수 위주로 기사를 쓰면 쓰레기 기사가 만들어지는 것이다. 여기서 디지털 탄소가 배출되는 것”이라고 꼬집었다.

이 교수는 BBC 퓨처 플래닛처럼 한국 언론도 자체적인 ‘디지털 탄소 줄이기 로드맵’을 만들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BBC 퓨처 플래닛의 행보가 ‘언론판 ESG’ 행보로 꼽힐 수 있는 상황에서 한국 언론들 역시 이를 토대로 ‘한국 언론판 ESG’ 행보에 나서야 한다는 것이다.

이 교수는 “디지털 탄소 배출을 줄이려면 지금 같은 구조의 기사 생산 방식으로는 안 된다. 쏟아내는 방식에서 벗어나야 한다”며 “BBC 퓨처 플래닛의 사례를 다듬어서 활용하면 여러 가지 아이디어가 나올 것”이라고 바라봤다.

이어 “언론사의 ESG가 과연 무엇이냐고 봤을 때 이제는 고민의 시각을 온라인으로 돌려야 한다”며 “디지털 탄소 배출을 줄이기 위해 같은 기사를 반복하는 행태를 최소화하는 고민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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