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모펀드는 눈을 주위로 돌릴 수밖에 없는 구조입니다. 최소 투자로 최대 이윤을 추구하는 곳이잖습니까. 언론사 경영과는 괴리가 있는 부분이죠.”

지난 5일 서울 중구 아시아경제에서 미디어오늘과 만난 김효진 전국언론노조 아시아경제지부장은 “이런 구성원 우려를 키스톤PE 측과 현상순 신임 아시아경제 회장도 인식해야 할 것”이라며 이같이 말했다.

▲ 김효진 언론노조 아시아경제지부장이 지난 5일 서울 중구 아시아경제에서 미디어오늘과 인터뷰를 진행하고 있다. 사진=조준혁 기자
▲ 김효진 언론노조 아시아경제지부장이 지난 5일 서울 중구 아시아경제에서 미디어오늘과 인터뷰를 진행하고 있다. 사진=조준혁 기자

사모펀드 키스톤PE, 아시아경제 최대주주로

지난달 아시아경제 최대주주가 바뀌었다. 경영참여형 사모펀드 키스톤PE가 최대주주에 오르면서 회장도 교체됐다. 키스톤PE는 지난해 직전 아시아경제 최대주주 KMH 2대 주주에 올랐으며 지난 6월에는 아시아경제 지분 인수도 진행했다. 사모펀드가 언론사 사주에 오른 대한민국 첫 사례다.

[관련 기사 : 사실상 사모펀드에 넘어간 아시아경제…국내 언론 첫 사례]

키스톤PE 측은 ‘매각을 위한 경영’이 아닌 ‘투명 경영’ 차원에서 아시아경제 인수까지 나섰다는 입장이다. KMH와 분쟁을 겪은 뒤 기업 가치를 높이기 위한 공동경영 차원에서 아시아경제 인수까지 진행했다는 것이다.

키스톤PE가 최대주주에 오른다는 소식이 알려진 뒤 아시아경제 구성원들은 술렁였다. 특히 편집국 구성원들인 기자들을 중심으로 우려의 목소리가 나왔다. 김 지부장은 “아직도 새로운 경영진에 의구심을 갖고 경계심 표하는 구성원이 상당수”라고 설명했다.

김 지부장은 “키스톤PE가 지난해 기존 대주주였던 KMH에 2대 주주로 오르는 것도 예측할 수 있지 않았다”며 “그 이후 전개된 상황, 키스톤이 아시아경제 2대 주주로 진입했던 것도 그렇고 대주주에 오른 과정도 굉장히 급박했다”고 말했다.

▲서울 중구 아시아경제 사옥. 사진=아시아경제 홈페이지 갈무리
▲서울 중구 아시아경제 사옥. 사진=아시아경제 홈페이지 갈무리

이어 “구성원들이 받아들이는 데 시간이 걸리고 있다”며 “우리가 신문을 만드는 조직인데 우리 신문 방향성에 사모펀드가 어떠한 영향을 미칠지 우려하는 목소리가 아직도 크다”고 덧붙였다.

김 지부장은 사모펀드 자체에 대한, 또 키스톤PE 측과 현 회장에 대해 옳고 그름을 논하는 것은 아니라고 강조했다. 그는 “사모펀드 정체성이 언론계와 맞겠느냐는 문제의식이 핵심”이라고 전했다.

김 지부장은 “현 회장, 그리고 같이 경영 틀을 잡게 된 마영민 투자부문대표와 간담회를 여러 차례 진행했지만 그들의 이야기 속에 불투명한 게 느껴진다”며 “상당 부분 납득이 가는 측면도 있었지만 최대주주가 사모펀드라는 성격상 그들 이야기를 확약할 수는 없는 상황”이라고 꼬집었다.

그러면서 “얼마 동안은 매각하지 않겠다고 하는 것과 앞으로 실제로 전개될 상황은 우리는 물론 키스톤PE 측도 보증할 수는 없다고 생각한다”며 “우리 우려처럼 단기간에 매각하지는 않겠다고 하는데 구성원들은 그 선의가 진실하기를 기대할 뿐”이라고 했다.

“현장서 한 발 더 뛸 수 있게 해주는 경영이 필요”

현 회장은 새 전략으로 △미래전략부 신설 △마스터플랜 수립 △논설위원실 구성 △경제연구소 출범 등을 내걸었다. 아울러 아시아경제가 ‘선한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도록 공격적 투자에 나서겠다고 공언했다.

[관련 기사 : 사모펀드 운용사 대표는 왜 신문사를 인수했나]

김 지부장은 “보다 영향력을 강화하려면 크고 작은 부분에서 교정돼야 할 부분이 많다”며 “결국 우리는 언론사이고 기사와 콘텐츠를 만드는 곳이다. 기자들이 출입처에서 보다 한 발 더 뛸 수 있는 환경이 조성돼야만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대부분 출입처는 내부 기득권도 있고 눈에 보이지 않는 벽이 있다. 그 어떠한 언론사도 기자도 거저먹은 것이 아니기 때문”이라며 “허물고 비집고 들어가서 취재에 원천이 되는 취재원의 질을 높여가는 노력을 해야 하는데 이는 각계에 나가 있는 기자들의 순수한 동기부여만으로 되지 않는다”고 덧붙였다.

그는 “현 회장이 말하는, 언론사의 선한 영향력을 위한 경영은 기자들이 편하게 일하고 싶은 유혹을 떨칠 수 있게 해주는 것”이라며 “언론사 경영이라는 것은 형식만으로도 안 되는 것이고 외형만으로도 안 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 김효진 언론노조 아시아경제지부장이 지난 5일 서울 중구 아시아경제에서 미디어오늘과 인터뷰를 진행하고 있다. 사진=조준혁 기자
▲ 김효진 언론노조 아시아경제지부장이 지난 5일 서울 중구 아시아경제에서 미디어오늘과 인터뷰를 진행하고 있다. 사진=조준혁 기자

아시아경제는 지난 1988년 창간된 제일경제신문과 2005년 설립된 온라인 아시아경제신문이 2006년 12월 합병하면서 만들어진 언론사다. 이 과정에서 세 번째 사주를 맞이하게 됐다. 김 지부장은 아시아경제가 단기간 굴지 경제신문으로 자리 잡는 과정에서도 부침이 많았다고 토로했다. 아울러 이를 불식시키는 경영이 현 회장과 키스톤PE에 필요하다고 전했다.

김 지부장은 “아시아경제가 흑자 기조에서 벗어난 적 없는 데도 법정관리를 겪은 적 있다”며 “설립 이후 아시아경제는 단기간 굉장히 빠르게 성장해온 회사라는 평가를 받는다. 그렇게 성장하는 과정에서 삐끗하게 만들었던 요소들이 바로 경영상의 문제”라고 꼬집었다.

이어 “경영상 혼란이 생기고 부침이 많다 보니 취재기자가 현장에서 왜 한 걸음 더 움직여야 하느냐는 생각을 하게 된다”며 “출입처에서 보이지 않는 저력을 만들기에는 경영상 논란이 많았다”고 덧붙였다.

김 지부장은 신임 경영진에 “언론사는 일정 수준이 되면 사회적 책임이 발생하는 곳이기 때문에 그에 대한 고민을 해야 한다”며 “이 같은 조직의 키를 잡았다는 것을 키스톤과 현 회장이 유념하고 어떻게 하는 것이 잘하는 것인지 계속 고민했으면 좋겠다”고 당부했다.

그는 “무언가를 만들고 추진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제대로 된 결정을 하는 것이 더 중요하다. 내부 이야기를 더 많이 접해야 할 것”이라며 “언론사는 단순 제조업이 아니기 때문에 사회와 호흡하는 게 중요하다. 그걸 감당하는 자리라는 것을 키스톤과 현 회장이 명심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저작권자 © 미디어오늘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