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송통신위원회가 KBS 이사 후보 55인에 대한 의견을 받고 있는 가운데 KBS 양대노조가 ‘부적격 이사 후보’를 지목했다. 27일 KBS 다수노조인 전국언론노동조합 KBS본부(새노조)와 KBS노동조합(구노조)은 각각 KBS 이사 지원자 관련 성명을 냈다.

두 노조가 공통적으로 지목한 부적격 인사는 △민병욱 전 한국언론진흥재단 이사장 △권상희 현 성균관대 미디어커뮤니케이션학과 교수 △김명성 현 전주문화재단 이사 등이다.

KBS 양대노조, 정치권 연관 이력 있는 지원자들 반대 의견

민병욱 지원자는 지난 2017년 대선 당시 문재인 후보의 미디어특보단장을 지냈다. 지난 4월 서울시장 보궐선거에선 박영선 더불어민주당 후보가 그를 언론특보단장에 영입했다고 밝혔으나 추후 고사했다고 전해진다. 새노조는 “이번 KBS 이사회가 선임할 신임 사장은 내년 대선 보도를 공정하게 이끌 막중한 책임이 있다. 최근 선거에서 집권 여당 인사의 당선을 위해 뛰었던 인물이 차기 사장 선임 과정에도 영향을 미친다면 그 사실 자체가 공영방송의 정치적 독립과 선거 보도의 신뢰도를 훼손할 것”이라며 “공영방송 이사의 정치적 중립성을 강조한 방송법의 기본 취지를 충분히 존중해야 한다”고 밝혔다.

구노조 역시 민병욱 지원자를 부적격자로 꼽았지만 반대 사유는 다르다. KBS 사장 선임 방식에 시민·시청자 참여로 방송 독립성을 확보해야 한다는 입장을 문제 삼은 것이다. 구노조는 이를 “민주노총의 국민팔이로 국민의 방송 KBS를 영구장악하겠다는 시나리오”라거나 “사장 선임 제도를 국민팔이로 전락시켜 KBS를 혼란의 도가니로 밀어넣을 계획”이라 주장했다.

김형동 국민의힘 의원이 추천한 권상희 지원자(현 성균관대 미디어커뮤니케이션학과 교수), 김성주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추천한 김명성 지원자(현 전주문화재단 이사)도 양대노조 모두 부적격 인사라 봤다. 새노조는 “공영방송 이사 선임에 있어 정당의 나눠먹기식 추천을 배제하고 국민이 참여하게 하는 방송법 개정안이 논의되고 있다”면서 “여야 정당 추천으로 구성된 방통위가 정당이나 국회의원들 입김으로부터 얼마나 자유롭게 지원자의 자질을 판단하는지 지켜볼 것”이라 했다.

구노조는 권상희 지원자가 김형동 의원과 고등학교 동문, 김명성 지원자가 김성주 의원의 지역 후배라는 점을 들어서 “KBS이사회는 고등학교 동문회 하는 곳이 아니다” “형님 아우 불러대는 고향 ‘향우회’ 하는 곳이 아니다”라고 했다.

▲서울 영등포구에 위치한 KBS 사옥
▲서울 영등포구에 위치한 KBS 사옥

연임에 도전한 현직 KBS 이사들도 부적격 명단에 포함됐다. 새노조는 황우섭 이사, 구노조는 류일형 이사를 각각 지목했다. 각각 야권(국민의힘), 여권(민주당) 추천으로 분류되는 인물들이다.

새노조는 황우섭 이사를 두고 “이사회 활동 내내 특정 정당의 대변인인 양 정파적인 언행을 보였다”고 평가했다. 황 이사가 KBS 진실과미래위원회 운영을 양승동 사장 해임 사유로 제시한 것을 두고 새노조는 “진실과미래위는 국정농단 보도 저지, 청와대 주례연설 강행 등 과거 공영방송의 공적책무 방해 실체를 밝힌 바 있다”고 전했다. 

KBS 출신의 황 이사가 심의실장으로 재직하던 시기 ‘추적60분-서울시공무원간첩단’ 편의 불방 사태를 주도했다는 지적도 있다. 새노조는 “황우섭 (당시) 심의실장은 쌍용차 해고 노동자와 그 가족 이야기를 담은 ‘다큐멘터리 3일’에서 농성과 자살에 대한 부분을 삭제하라며 부당한 압력을 행사했다”며 “공영방송의 독립과 제작자율성에 대한 몰이해, 사회적 약자 보호에 대해 미흡한 인식을 가진 이가 KBS 이사직을 연임하는 것은 가당치 않다”고 주장했다.

구노조는 류일형 이사가 직무수행계획서에 KBS 사원 공개채용을 개선해야 한다고 쓴 대목을 문제 삼았다. 류 이사는 “채용 방식을 기존 필기 성적 위주에서 인·적성검사 위주로 전환, ‘기자정신’을 회복하는 데 무게중심을 두겠다. 이는 대한민국 언론의 화두가 되고 있는 ‘언론개혁’의 근본적 해법이자 첫 단추”라 밝힌 바 있다. 구노조는 이를 정권 말기 “언론개혁 타령”이라 주장했다.

그러면서 구노조는 “그(류일형)는 전문성을 홍보하면서 부산출신이며 연합뉴스 노조위원장 출신임을 홍보한다”면서 “혹시 류 이사는 부산 출신 거물 정치인인 문재인 대통령의 낙하산임을 홍보하려는 것인가”라는 의혹을 펼쳤다.

KBS 출신 지원자들, 재직 기간 논란의 인물들 꼽혀

KBS 출신 중에선 새노조가 김인영, 전진국, 전용길, 이은수, 김동우 지원자가 부적절하다고 주장했다. 김인영 지원자가 보도본부장이던 시절 KBS에서 ‘최순실 관련 의혹’ 보도를 한동안 찾아볼 수 없었고, 퇴직 후 그가 대표이사로 취임한 기업 관련자가 자본시장법 위반 및 도박공간개설 등 혐의로 유죄 판결을 받거나 재판이 진행 중이라는 것이다.

PD 출신 전진국 지원자는 과거 KBS 파업 참여자들을 과도하게 비난했고, 전용길 지원자는 콘텐츠본부장 시절 정권 감시 기능을 약화시켰다는 지적 속에 70%라는 불신임 평가를 받았다는 지적이다. 이은수 지원자에 대해선 교양국 책임프로듀서(EP) 시절 여권 인사들을 교양프로그램에 대거 출연시켜 “관제방송화”했다고 칭했다. 김동우 지원자는 2013년 ‘낙하산 MC 논란’과 더불어, 2009년 KBS포항국장 시절 택시기사와 시비를 벌여 보직에서 물러났다고 전했다.

또한 새노조는 “공영방송과 이사회에 대해 위험하고 그릇된 인식이 드러난 지원자”로 이동욱 지원자를 꼽았다. 이 지원자가 지원서에서 KBS를 ‘국영방송’, 이사회를 ‘여야 합의기구’라고 표현한 점을 문제 삼았다. 새노조는 지난해 자유한국당(국민의힘 전신)이 보궐이사로 이 지원자를 추천했으나, 그가 과거 월간조선 기자로서 5·18민주화운동을 폄훼한 점 등이 반영돼 무산됐다고 언급했다.

구노조의 경우 미디어오늘 사장 출신으로 2002년 대선 당시 노무현 캠프 언론특보로 합류, 이후 한국방송광고공사(코바코) 감사로 활동한 남영진 지원자, 지난해부터 국민의힘 미디어특별위원으로 활동 중인 강보영 지원자, 1996년 김영삼 정부 대통령비서실 정무비서관 및 공보비서관 수행 이력이 있는 표양호 지원자 등도 부적격자로 지목했다.

이 밖에 구노조는 이진로(부산)·홍성구(강원)·박민(전북) 지원자가 각 지역 민주언론시민연합 출신, 박준모 지원자가 민주사회를위한변호사모임 출신이라는 이유로, 임순혜·류일형·정재권 지원자는 ‘언론개혁’을 지지하는 입장을 밝혔다는 이유로 반대 의견을 냈다.

방송문화진흥회 이사 지원한 차기환 변호사 비판도

한편 MBC 대주주·관리감독기구인 방송문화진흥회 이사 공모 지원자 가운데 KBS 이사 출신의 차기환 변호사에 대한 비판이 높다. 차기환 변호사는 5·18민주화운동 관련 허위정보를 유포하고, 2014년 새누리당(국민의힘) 추천 세월호 특별조사위원으로 활동하면서 유가족을 비난한 이력 등으로 논란이다. 언론노조 MBC본부는 26일 차 지원자를 “공영방송 파괴의 주범이기도 한 차기환 변호사는 다시는 방문진 이사 자리에 앉아서는 안 될 대표적인 극우 편향적 문제의 인물”로 칭한 바 있다.

27일엔 5·18 관련 단체(5·18 민주유공자유족회·민주화운동부상자회·구속부상자회·기념재단)들이 성명을 내어 “비합리적이고 몰상식적인 인사가 공영방송에 대한 이해와 올바른 역사관, 미디어 전문성이 요구되는 방송문화진흥회 이사로 활동하는 것은 언론이 우리사회의 민주주의와 인권 옹호의 공정한 매체가 되는 길을 포기하고, 상식을 부정하는 최악의 흉기로 작용할 수 있는 여건을 만들어주는 것”이라면서 “방통위의 합리적이고 올바른 판단을 기대한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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