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오늘이 15일 확인한 ‘언론중재 및 피해구제 등에 관한 법률’(언론중재법) 더불어민주당 통합안의 30조(손해의 배상) 2항에 의하면 “언론사 매출액에 1만분의1에서 1000분의 1을 곱한 금액 중 보도에 이르게 된 경위, 언론사 등의 규모, 피해 정도 등을 종합하여 정한다”고 나와 있다. 언론사의 매출액 규모에 따라 손해배상 ‘출발선’을 달리한 것으로, 매출액이 높은 언론사가 대체로 기사의 사회적 파급력이 크다는 점을 고려한 대목이다. 언론사 입장에선 사실상 3~5배 배액배상을 골자로 한 징벌적 손해배상제보다 파급력 있는 조항이라 볼 수 있다. 

지난해 신문사 매출액 TOP5는 조선일보 2848억, 중앙일보 2742억, 동아일보 2617억, 매일경제 2277억, 한국경제 2126억 순이다. 민주당 법안을 대입하면 조선일보의 언론보도 배상액은 전년도 매출액 기준 2848만원~2억8480만원에서 결정될 수 있다. 여기에 고의·중과실이 인정돼 최대 5배 배액 배상까지 이뤄지게 되면 배상액은 14억2400만원까지 나올 수 있다는 추정이 가능하다. 반면 연간 매출액이 20억 원 수준의 소규모 언론사라면 같은 조건에서 배상액은 최대 1000만원이라는 추정이 가능하다. 

지난해 방송사 매출액은 KBS 1조3522억원, SBS 7055억원, MBC 6979억원, JTBC 3042억원, TV조선 2618억원, MBN은 1730억원, 채널A 1689억원이었다. KBS만 단순 계산하면 민주당 법안을 적용했을 때 최대 67억6000만원 배상까지 가능하다. 때문에 주요 방송사들과 주요 신문사들은 해당 조항에 강하게 반대할 가능성이 높다. 

그러나 민주당만의 주장이 아니다. 언론인권센터 언론피해구조본부장 김준현 변호사는 지난해부터 “3배, 5배, 징벌적 손배제로 배수액만 높여봤자 위자료 기준액이 낮으면 피해구제 실효성이 없다”면서 “해당 언론사의 전년도 매출액의 몇 퍼센트와 같은 식으로 위자료 기준을 구체화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민주사회를위한변호사모임 미디어언론위원회와 언론인권센터는 지난달 공동성명에서 징벌적 손배제 도입을 요구하며 “손해배상액 산정방법은 언론사의 사회적 영향력(매출액, 판매 부수, 확산 정도)으로 판단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게티이미지.
▲게티이미지.

15일자 지면에서 손해배상 산정액 하한선을 연간 매출액의 1000분의1에서 1만분의1 사이로 정하는 방안에 대해 비판적으로 보도한 신문사는 조선·중앙·동아일보 세 곳이 유일했다. 조선일보는 “與의 언론규제 점입가경”, 중앙일보는 “언론 재갈 물리기”, 동아일보는 “과잉규제·법리 어긋나” 같은 강한 표현으로 관련 규정을 비판했다. 

조중동만 비판적인 것은 아니다. 김동원 전국언론노동조합 정책협력실장은 “매출액 기준보다는 대법원의 위자료 산정기준을 따라가는 게 맞다”고 밝혔다. 대법원은 2016년 10월 명예훼손 일반피해 위자료 5000만 원, 중대 피해 위자료 1억 원의 기준안을 마련했다. 

민주당 통합안에 따르면 언론사 매출액이 없거나 매출액 산정이 곤란한 경우 “1억 원을 초과하지 않는 범위에서 손해액을 산정한다”고 명시했다. 이어 허위·조작보도에 대한 특칙을 신설해 “법원은 언론 등의 고의 또는 중대한 과실로 인한 허위·조작보도에 따라 재산상 손해를 입거나 인격권 침해 또는 그 밖의 정신적 고통에 의한 손해액을 산정함에 있어 손해액의 3배 이상~5배의 범위에서 손해배상액을 정해야 한다”는 조항을 담았다.

다만 “정무직공무원 및 그 후보자와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대기업 및 그 주요주주, 임원에 대해선 악의를 가지고 허위·조작 보도를 한 경우에 한해 적용한다”며 예외를 두었다. 공인이나 공적 보도를 향한 압박용 봉쇄소송을 막기 위한 장치다. 통합안에 의하면 언론사가 △허위·조작보도로 인해 손해가 발생할 것을 인식한 경우 △허위·조작보도가 지속적이고 반복적인 경우 △보복성 허위·조작보도를 하는 경우 △허위·조작보도로 회복하기 어려운 손해를 입은 경우 중 하나에 해당할 경우 ‘악의’가 있는 것으로 추정한다. 

징벌적 배상(배액배상)의 근거가 되는 고의·중과실은 △취재 과정에서 법률을 위반한 경우 △정정보도청구등이나 정정보도등이 있음을 표시하지 않은 경우 △정정보도청구등이 있는 기사 또는 정정보도·추후보도·열람차단이 있었음에도 정정보도·추후보도·열람차단 되기 전의 기사를 별도의 충분한 검증절차 없이 복제·인용 보도한 경우 △계속적이거나 반복적인 허위·조작보도를 통해 피해를 가중 시키는 경우 △제목과 기사 내용을 다르게 하는 등 기사 제목을 왜곡하는 경우 △사진·삽화·영상 등 시각자료와 기사 내용을 다르게 해 기사 내용을 왜곡하는 경우 등으로 명시했다. 

민주당은 30조4항(손해배상의 책임)에서 ‘기자에게만 고의 또는 중대한 과실이 있음이 명백할 경우’와 ‘기자가 언론사를 기망했을 경우’에만 기자에게 손해배상을 구상할 수 있고, 그 외에의 손해배상은 언론사 대표자가 한다고 명시하기도 했다. 민주당 미디어혁신특별위원회 관계자는 “기자들을 구제할 수 있는 방안을 추가한 것”이라고 전하면서 “법이 통과되어도 실제로 언론사가 수십억씩 배상하는 판례는 많지 않을 것이라 생각한다. 입법을 통해 지금과 같은 오보의 무분별한 확산을 막고, 기사의 질을 높이는 효과를 기대하고 있다”고 밝혔다. 민주당은 16일 국회 문화체육관광위원회 법안심사소위에서 이 같은 내용의 언론중재법 개정안을 의결할 방침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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