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불어민주당이 고의·중과실 보도에 실제 손해액의 최대 5배 배상을 명시한 언론중재법 개정안 입법에 나선 가운데 “현재 언론 관련 손해배상 사건 인용액의 실질적인 수준은 20년 전보다 오히려 낮아졌다”고 밝힌 논문이 있어 주목된다. 논문은 소송 건수가 증가하고 배상액이 줄어든 배경을 설명하고 징벌적 손해배상제에 대해선 “최선의 해결책인지 추가 검토가 필요하다”고 밝혔다.

김정민 건국대 미디어커뮤니케이션학과 박사과정과 황용석 건국대 미디어커뮤니케이션학과 교수는 언론중재위원회가 발간하는 ‘미디어와 인격권’ 최근호에 실린 ‘언론보도로 인한 손해배상청구 관련 시계열 데이터 분석’ 논문에서 언론중재법 제정 이후인 2005년부터 이후를 1시기, 2009년 언론중재법 개정으로 포털 등 인터넷뉴스서비스사업자가 언론 조정·중재대상에 포함된 이후를 2시기, 기사삭제청구권을 인정하는 대법원 판결 이후 2019년까지를 3시기로 나눠 해당 기간 동안 언론중재위원회 조정 사건 1만1775건(2014년·2015년 세월호 보도 대량 조정청구 사건 제외), 언론 보도 관련 손해배상 조정사건 879건, 소송사건 1176건을 분석했다.

그 결과 손해배상 인용액 중앙값(사례를 순위대로 배열했을 때 한가운데 위치한 사례의 액수)은 1시기 1000만~2750만원, 2시기 800만~1000만원, 3시기 350만~750만원으로 배상액 하향세가 뚜렷했다. 특히 500만원 이하 손해배상 판결은 계속 증가해 1시기 20% 초반에 불과하던 게 3시기 약 55%까지 올랐다. 1990년대 언론소송 사건 손해배상 인용액 중앙값은 2050만원이다.

논문은 “제1시기에서 제3시기로 이동할수록 손해배상 청구 건수는 증가하고 손해배상 인용액은 낮아지는 경향성을 확인할 수 있었다”고 밝혔으며 “인용액의 하락 정도와 물가상승 지표를 비교해본 결과, 소송과 조정사건에서 인용되고 있는 손해배상 액수가 물가상승률과 비교했을 때 큰 차이를 보임에 따라 언론 피해를 입은 당사자의 입장에서 실질적인 손해배상 액수의 하락 폭은 더 크게 체감될 것으로 예상해 볼 수 있다”고 밝혔다. 

▲게티이미지.
▲게티이미지.

소송 사건의 경우 2009년을 전후해 평균 청구건수가 소폭 증가했고, 2013년 대법원 판결 전후로는 더 크게 늘었다. 조정사건의 경우 2005년 청구액 중앙값이 5000만원으로 가장 높았다. 이후 꾸준히 2000만원 선을 유지했으며, 법원 판결의 경우 2005년 청구액 중앙값이 2억원으로 가장 높았고, 이후 대체로 5000만원에서 1억원 사이에 청구액 중앙값이 분포했다. 법원 소송 및 조정사건 모두 2005년 이후 손해배상 인용액이 점차 낮아졌다. 조정사건의 인용액 중앙값은 100만~350만원, 소송사건의 인용액 중앙값은 350만~2750만원으로 나타났다.

논문은 “2008년 대비 2019년 언론 관련 민사소송 판결 수는 3배가량 증가했다. 이는 언론중재법 제정 이후 정기간행물 등록 수가 2005년 7536개에서 2만1781개로 약 3배 늘어났다는 사실과도 일치한다”고 지적하면며 “정기간행물 중에서도 인터넷신문의 수는 2005년 286개에서 2019년 9164개로 약 7.6배 증가해 현재 등록매체 중 가장 많은 비중을 차지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논문은 “2005년 인터넷신문이 법률상 ‘언론’의 지위를 갖게 된 이후 미디어 시장에 가장 광범위한 영향을 미친 요인은 포털”이라면서 “일부 신문사나 방송사에 영향력이 집중되었던 과거와 달리 포털 등 뉴스플랫폼 내에서 신생 매체와 전통적인 언론사가 콘텐츠 공급자라는 동등한 위치에 놓이게 되면서 손해배상액의 산정요소로 고려되는 언론사의 규모와 영향력, 기사의 파급력 등을 가늠하기 어려워졌고 결과적으로 피해의 정도에 부합하는 손해배상액 산정에 제약이 따르고 있는 상황”이라고 추정했다.

또한 “언론보도로 인한 피해가 복수 매체를 통해 인터넷상에 확산된 경우, 유사한 내용을 보도한 다수 언론사에 배상 책임이 분배되는 경향이 나타나 개별 언론사가 지급하는 배상액이 낮아졌을 가능성도 고려해 볼 수 있다”고 덧붙였다.

이밖에도 논문은 “언론조정 및 소송사건에서 피해구제의 방법으로 기사삭제를 청구하는 사례가 증가하고 있으며, 조정 및 소송사건의 손해배상 산정에 언론사의 피해 회복을 위한 노력으로 기사삭제 또는 수정 여부가 고려되고 있다는 점을 파악할 수 있었다”고 설명했다. 20년 전에 비해 언론보도 손해배상액이 줄어든 배경으로 추정해볼 수 있는 또 다른 대목이다.

논문은 “이미 대법원에서 명예훼손 관련 위자료 산정의 기준액을 상향하여 제시하고 언론중재위원회에서 손해배상액 산정표의 기준액을 높이는 등의 노력을 기울였음에도 실질적인 상승이 이루어지지 않았다는 점을 고려하면, 현재 개정법안들을 통해 논의되고 있는 손해배상 액수의 상한선을 높이는 방법이 최선의 해결책인지에 대해서는 추가적인 검토가 필요해 보인다”고 지적했다.

앞서 미디어오늘이 언론중재위원회 ‘언론판결분석보고서’를 바탕으로 2009년~2018년까지 10년간 언론사를 상대로 한 손해배상 청구재판 2220건(동일사건 1·2·3심 포함)을 확인한 결과 실제 금전배상으로 이어진 재판은 900건이었으며, 청구액 최빈액(가장 빈번하게 청구한 손해배상액)은 평균 7800만원, 인용액 최빈액(가장 빈번하게 선고한 손해배상액)은 평균 565만원으로 나타났다. 미디어오늘이 2012년~2019년 언론 관련 손해배상 판결을 언론사별로 전수조사한 결과 지난 8년간 조선일보는 4700만원, 중앙일보는 9300만원, 동아일보는 1300만원을 배상한 것으로 나타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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