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 방송영상 플랫폼 시장의 수익 창출 이면엔 각종 참가자들의 고도의 잉여 노동이 투입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연구자들은 철저히 가려진 이들 노동과정을 공론화하고, 독점 플랫폼 기업이 이들을 통제하는 정보기술을 대중에 공개해야 한다고 제안한다. 

신현우 박사(서울과학기술대학교 강사)는 지난 18일 한국방송학회 봄철 정기학술대회에서 “디지털 방송영상 플랫폼에서의 유령노동 연구”란 제목으로 플랫폼 참가자들의 ‘잉여노동’ 분석을 시도했다. 스트리머의 ‘정동노동’부터 편집자의 ‘장시간 저임금’ 문제까지, 유튜브·트위치TV 등 플랫폼의 생산 구조는 “정보기술에 기반한 잉여노동의 수탈” 문제를 갖고 있다는 분석이다.

신 박사는 먼저 “100만명 구독자를 보유한 유튜버의 돈방석 신화 등은 수없이 회자됐지만 이들이 어떻게 노동을 감내하는지, 스트리머의 영상 클립을 편집하는 편집자나 크리에이터의 스케줄 등을 대신 경영해주는 관리자의 노동이 철저히 비가시화됐다”고 지적하며 이들을 ‘플랫폼 유령 노동’으로 이름지었다.

▲사진=pixabay.
▲사진=pixabay.

플랫폼은 이들을 고용하지 않지만 수익은 창출한다. 양자는 고용과 임금이 아닌, 광고와 수수료를 중심으로 계약 관계를 형성한다. 신 박사는 종사자의 노동 과정은 철저히 가려진 반면 “결과물은 시청 시간, 업로드 빈도, 조회수, 구독자 수, 좋아요 수 등 플랫폼이 적용하는 ‘주목의 가치 척도’에 의해 구체적인 수익으로 계산된다”고 밝혔다.

신 박사는 “요컨대 이런 가치실현의 구조는 잉여노동의 수탈이라는 관점에서 이해할 필요가 있다”며 “1인 방송영상 플랫폼에서의 노동은 메케니컬 터크(mechanical turk)의 비유처럼, 자동화된 것처럼 보이지만 결국 인간의 보이지 않는 작업에 의존할 수밖에 없는 ‘유령노동’ 성격을 띠고 있다”고 설명했다. 메케니컬 터크는 1770년 개발된 자동 체스 기계로, 외형상 자동 운영됐으나 실제로는 내부에 사람이 들어가서 기계를 다루고 있었다는 사실이 밝혀졌다.  

스트리머 끊임없는 감정노동, 가려진 매니저·편집자

신 박사는 1인 방송영상 플랫폼의 잉여노동을 크게 두 가지로 분석했다. 하나는 스트리머의 정동노동(affective labor)이다. 정동은 ‘감정의 동적인 변화’를 뜻한다. 페이스북의 ‘좋아요’나 댓글 수, 공유 횟수 등이 가치를 셈하는 척도다. 그는 “주목과 광고수익이 이윤의 핵심이 되는 유튜브에서 크리에이터의 정동과 감정은 그 자체로 상품적 성격을 띤다”며 “이는 크리에이터들이 자신의 웃음, 미소, 리액션, 멘트 등을 규격화하고 품질관리까지 하는 것을 의미한다”고 설명했다.

신 박사는 “유튜브, 트위치TV와 같은 플랫폼은 이런 규격화와 품질관리에 관한 기술적 프로토콜을 제시한다. 구독, 좋아요, 알람 설정과 같은 기능은 직접 주목(이윤)의 증대와 결부되는 장치”라며 “스트리머와 시청자는 자신의 정동과 결부된 정신적 신진대사를, 플랫폼에 의해 상업화된 방식으로 포장된 형태로 시장적 교환을 추구한다”고 덧붙였다.

▲제럴드 레빗 책 '체스 자동기계 터크' 삽화.
▲제럴드 레빗 책 '체스 자동기계 터크' 삽화.

 

다른 하나는 ‘주목 시장 경쟁’에서 살아남기 위한 잉여노동이다. “주목을 확대하기 위해 방송 이후에도 영상편집, 평판관리, 고객응대, 홍보 등의 추가 작업이 수행되는데, 이는 대부분 일시직이나 아웃소싱으로 운영”된다. 또 대부분의 스트리머는 “생방송 이후 영상클립을 편집·가공해 자기 영상 채널에 올리는데, 건당 계약을 맺은 영상편집자가 편집, 음원·자막처리 등의 작업”을 한다. 더 많은 구독자 유치를 위해 온라인 커뮤니티와 각종 SNS에 홍보하고 구독자와 메시지 등을 주고받으며 소통하고, 크리에이터 스케줄을 관리하는 업무도 따로 있다.

발표에 따르면 유튜브는 △구독자 수 1000명 △12개월 동안 총 영상 시청 시간이 4000시간 이상 △총 수익 100달러 이상이 돼야 광고수익을 배당한다. 트위치TV 경우 △30일간 방송 시간이 25시간을 넘고 △최근 30일 간 고유 방송일수 12일을 넘거나 △평균 생방송 시청자수 75명 이상을 달성해야 수익을 배당받을 수 있다.

신 박사는 “주목에 가치를 부여하는 유튜브의 추천 알고리즘, 링크와 키워드 기반으로 가중치를 부여하는 구글 검색엔진의 페이지랭크 알고리즘, 소셜미디어의 피드 알고리즘은 유기적으로 연결됐다”며 “사실상 독점지대를 형성한 유튜브와 같은 플랫폼은 키워드와 시청 시간 기반 추천 알고리즘과 같은 기술적 장치들에 더욱 의존한다”고 밝혔다.

▲사진=gettyimages.
▲사진=gettyimages.

 

플랫폼 정보기술에 종속됐지만 알 길 없어

참가자들의 잉여노동은 플랫폼에 의해 광고와 수수료 등 지대(rent) 이윤으로 산출된다. 플랫폼은 이를 기반으로 더 주목 가치를 이끌어내려고 데이터 수집, 알고리즘 등의 정보기술을 개발하고 활용한다. 참가자들은 다시 잉여노동을 투입한다. 그러나 이 참가자들은 광고매칭, 추천 등의 방식으로 자신을 통제하는 알고리즘에 개입할 수 없다. 플랫폼은 이 기술들을 공개하지 않기 때문이다.

신 박사는 “생산자들이 생산수단에 독립적으로 접근하지 못하게 막음으로써 그들이 노동의 전체 생산물 이하를 대가로 받아들이도록 강제하는 디지털 헤게모니”라는 분석을 인용했다. 또 “자동화로 인해 발생하는 가장 큰 문제는 정상 임금보다 낮은 소득으로 정상 조건보다 열악하게 일하도록 강요당하는 현실, 즉 잉여노동 인구의 증가와 질 나쁜 일자리의 증가”라고도 적었다.

노동법의 보호를 받지 못하는 콘텐츠 생산 종사자의 환경은 꾸준히 지적돼왔다. 프리랜서나 크라우드소싱 등의 방식으로 일감을 얻는 플랫폼 노동자가 상당하다. 영상 제작 업무 특성상 들이는 시간과 노력에 비해 업무 강도는 높지만 대우는 여기에 비례하지 않는단 불만이 업계에서 나온다. 초기 진입자들은 무보수 계약을 강요받기도 한다. 크리에이터 등은 최소의 비용으로 성과를 내는 프리랜서를 원하는데 시장에 진입한 인력이 많은 탓에 처우 개선이 더 더디다는 지적도 많다.

신 박사는 “데이터를 생성하고, 학습하고, 가공하는 자동화 정보기술의 확산에 의해 한 때 자유로웠던 사이버스페이스의 참여자들은 사이버-프롤레타리아화 돼간다”며 “과거 자영노동, 날품팔이, 매뉴팩처 등을 주변화하던 방식을 디지털로 새롭게 재구성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와 관련 신 박사는 “독점 플랫폼 자본이 데이터수집 및 알고리즘 기술 청사진을 대중에 전면 공개하도록 의무화하는 정책 입안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구글 등 다국적 디지털 플랫폼 기업에 과세하는 디지털세 도입도 언급했다. 그는 디지털세를 플랫폼 사용자들이 무상으로 창출한 가치를 보상하는 기본소득 재원으로 활용하는 대안 등의 논의를 형성해나가자고 제안했다.

저작권자 © 미디어오늘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