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기자의 체헐리즘’으로 이름을 알린 남형도 머니투데이 기자가 개 목줄에 묶여있다. 7시간 동안 남 기자는 개 목줄을 발목에 묶고 ‘시골개’ 입장을 체험했다. 남 기자가 시골개의 주인을 섭외하는 장면, 시골개 체험기를 두고 혹시나 주인이 키우는 방식이 잘못된 것으로 여겨질까 걱정하는 장면들이 고스란히 담겼다. MBC ‘아무튼 출근!’ 2회(3월9일 방송)에 나온 기자의 브이로그다.

MBC ‘아무튼 출근!’은 ‘직장인 브이로그’ 형식을 이용해 요즘 시대 사람들의 다양한 밥벌이와 함께 그들의 직장 생활을 엿보는 ‘남의 일터 엿보기’ 프로그램이다. 프로그램의 기획의도는 우리의 인생 가운데 가장 많은 시간을 보내는 직장을 요즘 유행하는 브이로그(V-log, 비디오와 블로그의 합성어로, 자신의 일상을 동영상으로 촬영한 영상 콘텐츠)로 담고자 했다.

최근 온라인 미디어와 방송 모두 ‘이직’, ‘퇴사’, ‘전직’과 같은 키워드에 반응하는 콘텐츠들이 쏟아지는데 ‘아무튼 출근!’은 이러한 경향을 반영한 대표적 프로그램이다. 미디어오늘은 21일 ‘아무튼 출근!’을 연출하고 있는 정겨운 MBC PD를 전화로 인터뷰했다.

▲MBC '아무튼 출근!' 로고.
▲MBC '아무튼 출근!' 로고.
▲MBC 아무튼 출근! 에 출연한 남형도 머니투데이 기자.
▲MBC 아무튼 출근! 에 출연한 남형도 머니투데이 기자. 개 목줄을 체험하는 브이로그. 

-‘아무튼 출근!’은 직업인의 세세한 일정을 보여주는 프로그램이다. 프로그램을 관통하는 시대상은 어떤 것인가. 

“아무래도 경기 불황이 지속되다 보니, ‘먹고사니즘’이 부각 됐다. 평생 직장이 사라졌고 ‘취업난’과 동시에 ‘퇴사’라는 키워드가 나오는 게 낯설지 않은 시대다. 코로나19로 비대면 재택근무처럼 새로운 직장 문화도 생겼다. 직무나 직장 문화가 눈 깜빡하면 바뀌고, 또 금세 뒤집히는 세계에서 ‘내 밥벌이는 괜찮은 건가’, ‘도대체 앞으로 뭘 해 먹고 살아야 하나’, ‘다른 사람들은 어떻게 버나’와 같은 고민들이 쏟아진다. 이런 상황의 연장 선상에서 프로그램을 만들고 있다.”

-‘브이로그’ 포맷을 선택한 이유는.

“‘관찰 예능’ 형식이 유행이었다. 브이로그는 관찰 예능을 셀프로 보여주는 방식이다. 출연자들이 직접 셀프 카메라를 들고 시청자를 안내한다. 우선 출연진들이 시청자들에게 익숙한 연예인이 아니기 때문에 친근함을 주는 것이 중요한데 이 형식이 한 몫을 한다. 또한 브이로그 형식을 통해 디테일이 살아난다. 예를 들어 상사한테 혼나고 자리에 돌아와 기분전환을 위해 서랍 속 간식을 꺼내먹는 모습. 다른 사람이 관찰해서 찍기에는 다소 어려운 디테일이 살아난다.”

-챗봇 제작자, 작가, 목수, 기자, PD, 스타일리스트, 카드 회사 직원, 소방관, 집배원 등 다양한 사람들이 출연하는데 섭외 기준은 무엇인가.

“섭외 기준은 업종이 아니라 일에 대해 자기만의 가치관이 있는 사람을 섭외한다. 예를들어 카드회사에 다니는 이동수씨 편(7회, 4월20일 방송). 그는 일에 대한 독특한 철학 때문에 인기 캐릭터가 됐다. ‘언젠간 짤리고, 회사는 망하고, 우리는 죽는다’라는 말이나 ‘회사보다 더 잘됐으면 좋겠는 게 제 인생이거든요’와 같은 재미있는 말들을 시청자분들이 좋아해주시고 ‘명언 짤’로 만들어졌다. 그분이 어떤 직종의 사람이어서가 아니라, 그 사람이어서 재미있었던 거다. 결국 무슨 일을 하느냐가 중요한 게 아니라, 어떤 사람이 어떻게 일하는지가 중요하다는 것을 보여주셨다. ‘아무튼 출근!’이 말하고 싶었던 것을 보여준 회차라고 생각한다.”

▲MBC '아무튼 출근!'
▲MBC '아무튼 출근!' 카드회사 대리 이동수씨의 모습. 
▲이동수씨 책상에 붙어있는 글귀.
▲이동수씨 책상에 붙어있는 글귀.

-업종은 크게 상관없다지만 그 중에서도 특이했던 직업은.

“남극 장보고 기지 월동대원 박지강씨 편.(12회 5월18일 방송) 영하 30~50도까지 내려가는 그곳에서도 일과 팀에 대한 애정이 돋보였다. 이미 지강씨는 남극에서 일한 경험이 있는데 만족스러운 기억 때문에 또 남극으로 갔을 정도로 일에 애정이 있는 분이다. 그가 눈보라를 뚫고 냉동 창고를 보고 ‘따듯하다’고 할 때 많은 분들이 웃음을 터뜨렸다.

매우 특수성이 있는 회차였고, 브이로그라는 형식이 가지는 장점이 살았던 회차이기도 했다. 만약 브이로그 방식이 아니었다면 남극까지 촬영을 갔어야 했다. 남극에서 인터넷이 너무나 느려서, 셀프 카메라를 받는데 굉장히 오래 걸리기도 했다. 지강씨가 보내주시는 파일을 받는데 몇 달이나 걸리더라. 브이로그 형식은 직접 촬영을 가지 못해 불안한 감정이 들 때도 있지만 이런 회차처럼 브이로그 방식이 빛나는 사례도 있다. 특히 해외촬영이 힘든 코로나19시대에도 해외 에피소드를 가능하게 해줬다. 현재도 해외 업무 브이로그 편을 준비 중이다.”

▲MBC '아무튼 출근!'에 출연한 남극 장보고기지 월동대원 박지강씨의 모습.
▲MBC '아무튼 출근!'에 출연한 남극 장보고기지 월동대원 박지강씨의 모습.

-업종 자체는 매우 특별하지 않아도 업무 브이로그를 보면서 새롭게 깨달은 점을 준 에피소드도 있나.

“22일 방송에 나갈(인터뷰 시점 21일) 신라면 스프 연구원의 브이로그. 사실 신라면은 모두 ‘아는 맛’이고, 신라면의 맛은 당연히 일정할 거라고 무심코 생각했다. 스프를 공장에서 자동으로 만드는 줄 알았다. 그러나 연구원의 일상을 들여다보니까 저절로 되는 것이 결코 아니었다. 스프에 파, 양파 등 다양한 재료가 들어가는데 매번 재료 수급 상황이 달라지고 맛도 달라진다. 이 연구원의 노고 덕분에 신라면의 맛이 매일 똑같을 수 있었던 것이다. 굉장히 신기했고, 역시 세상은 저절로 굴러가는 게 아니구나 싶었다.”

-또 다른 시청자 반응 중 기억에 남는 것이 있다면.

“굉장히 다양한 피드백이 있지만, 피드백 내용보다는 피드백을 주시는 연령층이 다양한 것이 감사하다. 어른이 된 이상 어떻게든 밥벌이를 해야 하고 그 가운데 겪는 온갖 감정은 누구나 겪는 것이기에 여러 연령층의 시청자분들이 공감해주시는 것 같다. 학생들도 진로를 정하는데 도움을 받았다고 연락이 오고, 사회 초년생부터 3·6·9년차 위기가 온 직장인, 퇴직을 생각하는 4050 직장인, 퇴직을 한 60대 분들도 피드백을 주신다. 이런 피드백들이 너무 소중하다.”

▲MBC '아무튼 출근!'에 출연한 신라면 스프 연구원의 모습.
▲MBC '아무튼 출근!'에 출연한 신라면 스프 연구원의 모습.

-시청자에게 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8회에서 집배원의 브이로그가 나간 적이 있었다. 이때 진행자인 김구라씨가 ‘매일 같은 동네에서 일을 하니까 지루하진 않나요?’라고 물었다. 그러자 집배원 출연자는 ‘배달을 하면서 계절과 날씨 변화를 느끼면 매일의 일이 새롭게 느껴진다. 배달 길에 펼쳐진 세상이 나에게 새로운 하루를 선사한다’고 답변을 주셨다. 매번 똑같이 느껴지는 밥벌이지만 매번 같은 게 아니고 또 거기에서 재미를 느낀다는 말에 큰 감명을 받았다. 저도 그렇고 시청자분들도 매일매일 반복되는 일상 속에서 오늘 하루 일의 재미를 느낄 수 있다면 좋겠다. 우리 프로그램을 통해 이런 의미와 재미를 함께 찾아갈 수 있다면 더욱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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