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일보 소속 지역 주재기자들이 지대(신문 대금) 납부 강제는 불법이라며 회사를 상대로 제기한 부당이득금 손해배상 청구 소송에서 승소했다.

의정부지법 민사11부(재판장 이상원)는 지난 7일 이 사건 선고기일을 열고 인천일보의 불공정 거래 행위가 인정된다며 원고인 주재기자 7명에게 총 2억 4600여만 원의 부당이득을 배상하라고 결정했다.(2019가합56227)

배상액은 기자들이 4~6년 가량 본사에 강제로 낸 지대로 1인당 적게는 2400여만 원에서 많게는 5200여만 원까지 인정됐다. 인천일보가 2013년 기업회생절차를 거친 사실을 반영해 그해 12월까지 걷은 지대는 손해배상 대상에서 제외했다.

재판부는 주재 기자에 대한 신문 대금 강제가 불공정거래 행위이자 반사회적 행위라는 판단을 명확히 했다. 언론사가 고용 관계상 우월한 지위를 이용해 신문 구입을 강제함으로써 부당 이득을 얻고 기자에겐 과도한 부담을 지웠다며 독점규제 및 공정거래에 관한 법 23조 위반이라 밝혔다. “선량한 풍속 기타 사회질서에 위반한 법률행위는 무효”라며 민법 103조 위반이라고도 밝혔다.

▲2005~2017년 5월까지 주재기자에 할당된 매달 신문 대금. 해당 내용은 판결문에 적시됐다.
▲2005~2017년 5월까지 주재기자에 할당된 매달 신문 대금. 해당 내용은 판결문에 적시됐다.

 

인천일보는 2017년 5월 회사 노조의 요구에 따라 지대 약정 계약을 폐지할 때까지 주재기자로부터 지대를 걷었다. 유료부수 1부당 3000원이었다. 유료부수 구독이 많은 지역은 매달 99만원, 적은 지역은 45만원 정도가 책정됐다. 330부가 배정된 의정부·양주 주재기자는 99만원을, 150부가 배정된 과천 주재기자는 45만원을 매달 의무적으로 내는 식이다.

이를 납부하지 못하면 ‘광고 수수료’ 인센티브에서 금액만큼 제외했다. 통상 지역 언론사 기자들은 지자체나 기업으로부터 광고나 협찬 등의 계약을 성사시키면 수익금의 일정 비율을 수수료처럼 받는다. 인천일보 경우 2017년까지 인천·수원 본사 기자들은 10%, 그 외 지역 주재 기자들은 30%였다. 99만원이 배정된 기자가 50만원치 신문만 팔았다면 그달 인센티브 내역서엔 자동 49만원이 제한 금액이 찍혔다.

재판부는 인천일보 측 주장을 대부분 기각했다. 인천일보는 이들이 본사 기자보다 월등한 수수료율 30%를 유지하는 조건으로 지대 약정을 받아들였다고 주장했다. 나아가 본사 기자와 근로기준법상 차별대우 문제가 발생하므로 이를 시정하고자 지대를 걷었기에 합리적 이유가 있는 차등 대우라고도 밝혔다.

재판부는 “지대 약정을 거부하면 주재기자로 채용하지 않거나 근로계약 갱신을 하지 않았다. 재직기간 및 퇴직 이후에도 지대 미납 채권에 대한 권리 행사를 유보하기도 했다”며 “지대는 기자들 의사와 관계없이 할당한 것으로 보인다. 일부 기자는 매달 부담할 지대가 광고 수수료보다 많아, 수수료를 제하고 남은 지대를 지급하기도 했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특히 “지대 약정은 취재나 기사 작성·편집 등 근로와 관련있다고 볼 수 없으므로 근로조건에 해당하지 않는다”며 “근로조건이라 하더라도, 결국 지대 수취는 또 다른 차별적 처우로 차별 처우를 시정하는 것이다. 이는 근로기준법 목적에 반한다”고 판단했다.

▲‘인천일보 경기본사 부장급 이상 기자 인센티브 지급내역’ 일부 발췌. 강조는 미디어오늘
▲‘인천일보 경기본사 부장급 이상 기자 인센티브 지급내역’ 일부 발췌. 강조는 미디어오늘

 

인천일보는 또 지대 관련 채권이 일반 상사 채권이나 임금채권으로 볼 수 있어 소멸 시효가 5년 혹은 3년이라고 밝혔다. 그 기간 밖의 채권은 모두 소멸됐다는 주장이다. 재판부는 이에 “이 사건 채권은 불법행위에 따른 손해배상 채권으로 소멸시효는 불법행위를 한 날부터 10년”이라며 “(지대는) 임금이 아니니 임금채권 주장에도 이유가 없다”고 기각했다.

재판부는 광고 수수료 또한 임금으로 간주될 수 있다는 주재기자들 주장도 받아들이지 않았다. 수수료는 “광고·협찬 계약 등의 유치를 전제로 지급되고 실적에 따라 달라지며, 광고 유치는 취재나 기사 작성 등 근로와 직접 관련된 것이라 볼 수 없다”며 “정기적·계속적으로 지급되는 금원이라고 볼 수도 없다”는 판단이다.

주재기자들은 지대 강제가 불공정거래라는 판단을 이미 공정거래위원회로부터 확인했다. 2017년 기자들의 고발에 2019년 5월 공정위가 지대 수취를 강제해선 안된다고 시정 명령을 내렸다. 인천일보가 이에 불응해 서울고등법원에 소송을 제기했으나 그해 12월 기각됐다.

경기본사 사회2부에 소속된 주재기자들은 각자 1~3개 시·군청을 출입하며 광고 계약을 수주하고 신문을 판매했다. 구독료는 1부 당 1만원이다. 이는 배달 인건비 3000원, 지국 사무실 운영비 4000원, 지국 사업자 수익 3000원 등의 비용으로 나뉘었다.

2005~2017년 간 인천일보가 주재기자로부터 걷은 총 지대는 11억2219여만원이다. 2016년 기준 인천일보 총 유료부수 1만1100여부 중 절반에 달하는 5620부를 주재기자가 사들였다. 2017년 6월 개정된 광고 수수료 지급 기준에 따르면 인천일보 기자들은 500만원 이하 광고 계약엔 5%, 500만원~1000만원 광고는 7%, 1000만원~2000만원 광고는 13%, 2000만원을 초과하는 광고는 15% 비율로 수수료를 받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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