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원도 원주시에서 출장여비 부당수령 의혹으로 감사대상이 된 공무원 A씨가 부하직원 B씨(공무직)의 휴대전화를 보여달라고 해 논란이다. 관내 면단위 행정복지센터 팀장 A씨 관련 사건이 언론에 보도됐는데 B씨가 기자와 통화했는지를 확인했다고 알려지면서 제보자 색출 아니냐는 비판이 나왔다. 팀장 A씨는 주변에서 B씨가 기자랑 통화했다고 알려줘서 B씨에게 어느 신문사인지 물어본 것이며 B씨가 제보자가 아닌 걸 알고 있다고 주장했다. 

지역신문 원주투데이는 지난 2월과 3월 복수의 공무원들의 증언을 토대로 관내 면단위 행정복지센터 공무원 A씨가 수시로 출장여비를 부당수령하고 있는데 부서장이 묵인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팀장 A씨는 과거 근무지에서도 초과근무수당을 부당수령했다가 적발돼 원주시가 환수조치한 이력이 있다는 내용도 전했다. 주변 공무원들은 부당수령에 대해 서류상으로는 확인할 수 없고, 실제 CCTV를 확인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전국공무원노조 원주시지부는 보도 이후 입장문을 내 공무원들의 자성을 촉구하며 “노동조합이 보호해야 할 대상은 출장여비와 초과근무수당을 부당수령한 공무원이 아니라 이 일로 인해 사회적 지탄을 나눠 받게 될 다수의 청렴한 공무원”이라며 “출장여비와 초과근무수당을 공무원의 쌈짓돈으로 여겨선 안 된다”고 지적했다. 

원주시지부는 A팀장이 본인 업무로 출장을 가면서 업무와 관련 없는 B씨의 차를 부당하게 이용해 왔다는 주장도 감사실에 전달했다.  

원창묵 원주시장은 감사부서에 철저한 진상조사를 주문했다.

▲ 휴대전화. 사진=pixabay
▲ 휴대전화. 사진=pixabay

 

감사가 진행되던 지난 19일 팀장 A씨가 부하직원 B씨의 휴대전화를 들여다 본 사실이 드러났다. 21일 원주시지부는 “지난 3월2일 원주투데이 신문에 본인과 관련된 기사가 나가자 이를 B직원이 제보했는지 확인하기 위해 휴대폰 통화내역을 보여 달라 했다”며 “개인 휴대폰을 보여 달라는 것은 매우 친밀한 관계에서도 조심스러운 요구”라고 비판했다. 

이어 원주시지부는 “감사를 받는 와중에도 관련된 직원에게 이를 요구할 정도라면 조사가 제대로 이루어질지 의문”이라며 “더군다나 B직원이 A팀장의 직접지시를 받는 상황이라면, 제대로 된 진술이 이루어지기 어렵다”고 덧붙였다. 

팀장 A씨는 B씨의 휴대전화를 본 사실을 인정했다. A씨는 21일 미디어오늘과 통화에서 “몇 군데 기자들이 B와 통화했을 거라고 어떤 분들(주변에서)이 얘기해서 내가 B에게 ‘전화온 거 있느냐’고 물었을 뿐”이라며 “(B씨가) 세군데에서 전화가 왔던 것 같다고 했는데 어느 신문사인지 궁금해서 (B씨의 휴대전화를) 본 건 사실인데 개인정보를 본다든가 하진 않았다”고 말했다. 

A씨는 “B씨는 제보자가 아닌 거 안다”며 “워낙 과묵하고 말이 없어서 직원들(공무원들)하고도 저처럼 누가 물어보면 묻는 말에 대답하는 스타일”이라고 말했다. 

A씨는 원주투데이 보도 관련 “저한테 한번이라고 확인했다면 (내가) 이렇게 억울하지는 않을텐데”라며 “팀원들은 (내가) 파렴치하게 앉아서 (출장비를) 받았다고 생각하지 않는다”고 한 뒤 “상당히 고통스럽다”고 말했다. 

또한 A씨는 “감사실에서 부르면 가지고 들어가려고 (입장을) 준비했다”며 억울하다고 항변했다. 

▲ 사진=pixabay
▲ 사진=pixabay

 

원주투데이 기사에선 부서장의 관리소홀도 문제 삼았다. A씨와 B씨는 원주시청이 아닌 원주시의 한 면행정복지센터(구 면사무소)에서 일하고 있다. 해당 면행정복지센터의 면장 C씨는 21일 미디어오늘과 통화에서 ‘팀장 A씨가 공무직 직원 B씨의 휴대전화를 들여다 본 사실’에 대해 “개인적인 일이라 모른다”고 답했다. 

면장 C씨는 팀장 A씨를 두둔하는 발언도 했다. 그는 “면단위에서는 수시로 출장을 다니고 A씨가 복지업무이기 때문에 출장이 많다”며 “출장갈 때는 시스템으로 기록하고 자체 감시통제 기능이 있다”고 말했다. 이어 “다른 면에서도 대민업무가 많을 텐데, 출장여비는 경비다. 면이 상당히 커서 출장가면 차를 타니까 경비가 만만치 않다”고 말했다. 

부서장에게 책임이 있다는 지적에 대해서는 “내 밑에 있는 직원이 어떤 식으로든 잘못을 했다면 내가 책임을 지는 거고, 시장님한테도 민폐를 끼치는 일”이라며 “면장도 내근하면서 결재만 하고 있는 게 아니라 나도 수시로 출장을 다니고 있다”고 분위기를 전했다. 

공무원노조 원주시지부는 팀장 A씨와 부하직원 B씨를 업무상 분리한 채로 감사를 진행할 것, 2차·3차 피해가 발생하지 않도록 조속한 조사를 실시할 것 등을 요구하며 “사실관계 확인을 방해하는 일이 없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 강원도 원주시
▲ 강원도 원주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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