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경 없는 기자회(RSF)가 20일 전 세계에 발표한 ‘2021년 세계언론자유지수’ 순위에서 한국이 42위를 기록하며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아시아에서 가장 언론 자유가 높은 나라로 꼽혔다. 한국은 박근혜 정부 시절이던 2016년 70위로 역대 최하위를 기록해 경제 수준에 비해 언론 자유가 열악한 국가였으나 문재인 정부 들어 참여정부 수준을 회복해 2019년 41위, 2020년 42위를 기록했다. 한국의 언론자유지수 최고 순위는 2006년 31위다. 

아시아에서 ‘언론지수 양호’를 기록한 국가는 올해도 한국과 대만(43위)이 유일했다. 일본은 지난해보다 하락한 67위를 나타냈다. 국경 없는 기자회는 한국·대만·뉴질랜드(8위), 호주(25위)를 가리켜 “아시아태평양 지역 언론 자유의 모델이다”라고 호평하며 “이들 국가들은 전반적으로 언론인들의 임무 수행을 막지 않고, 언론인들이 정보를 전달할 때 정부 당국의 주장이 들어가도록 강요하지 않는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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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자인=이우림. ⓒ미디어오늘 

중국은 177위로 올해도 최하위권이었다. 국경 없는 기자회는 “시진핑 주석은 2013년 지도자가 된 이후 온라인 검열과 감시, 선전을 전례 없는 수준으로 강화했다. 시진핑 주석이 직접 감독하는 중국사이버스페이스관리국(CAC)은 광범위한 조치를 통해 중국 내 인터넷 사용자 9억8900만이 정보에 접근하는 것을 통제한다”고 비판했다. 이어 “코로나 19 팬데믹 역시 중국이 온라인상 정보 통제를 한층 강화하는 기제로 활용되는 상황”이라고 우려했다. 

북한은 179위였다. 국경 없는 기자회는 북한을 가리켜 “이웃인 중국으로부터 검열 기법을 배울 필요조차 없는 곳이다. 오랜 기간 자국민에 대한 전체주의적 통제로 세계언론자유지수 최하위권을 지키고 있기 때문”이라고 설명하며 “북한 주민들은 해외에 본사를 둔 언론사 홈페이지만 들어가도 강제수용소에 수감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북한보다 낮은 나라는 왕정국가 에리트레아(180위)로, 20년 전 체포된 언론인 11명의 생사도 알 수 없는 곳이다. 

이밖에도 홍콩은 80위, 싱가포르는 160위, 베트남은 175위를 나타냈다. 미얀마는 140위였다. 국경 없는 기자회는 “지난해 아웅산 수치 시민 정부는 가짜 뉴스와 싸운다는 명분으로 뉴스 포함 221개 사이트를 차단했다. 그러다 2021년 2월 군부 쿠데타 이후 이곳의 언론 자유 상황은 더욱 악화됐다”며 “미디어 폐쇄 조치, 언론인에 대한 대거 체포, 검열 등 과거 군부가 자행하다 지난 2011년 해제됐던 암울한 관행이 되살아났다”고 우려했다. 올해 순위가 가장 많이 떨어진 국가는 ‘반(反) 가짜뉴스’ 법안으로 문제가 된 말레이시아(119위)였다. 

▲2021년 세계 언론자윶수. 색이 짙어질 수록 언론자유가 없는 곳이다. ⓒ국경 없는 기자회
▲2021년 세계 언론자유지수. 색이 짙어질 수록 언론자유가 없는 곳이다. ⓒ국경 없는 기자회

지난해에 이어 세계언론자유지수 1위는 올해도 노르웨이였다. 뒤를 이어 핀란드가 2위, 스웨덴이 3위, 덴마크가 4위를 기록했다. 독일은 13위, 영국은 33위, 프랑스는 34위, 이탈리아는 41위였으며 미국은 44위로 한국보다 낮은 순위를 보였다. 국경없는 기자회는 “전 세계 미디어의 자유도를 측정하는 글로벌 지표는 작년보다 0.3% 하락했다. 이 척도가 만들어진 2013년 이후 12%나 하락한 수치”라고 전했다. 

국경 없는 기자회는 “전 세계 180개 국가 중 거짓 정보의 확산을 막을 수 있는 저널리즘이 일정 수준 이상으로 차단된 국가나 영토가 조사대상의 73%로 집계됐다”고 우려했다. 이어 “올해 지수를 보면 전 세계 저널리즘이 처한 상황은 크게 악화됐다”고 평가하며 “코로나19 팬데믹은 언론인들이 정보에 대해 접근하고 이를 보도하는 것을 가로막는 기제가 됐다”고 지적했다. 

예컨대 이란(174위)에선 코로나19 사망자 숫자를 축소하기 위해 취재에 대한 통제를 강화하고 관련 보도에 나선 언론인을 법정에 세웠다. 이집트(166위)에선 오로지 보건부가 제공한 것 외의 팬데믹 관련 숫자는 보도하지 못하게 했다. 브라질(111위)에선 의학적 효능이 입증되지 않은 코로나19 치료제를 홍보했다. 올해 세계언론자유 지도에서 흰색(언론 자유 ‘좋음’) 국가는 180개국 중 12개국(7%)에 불과했다. 

2002년부터 국경 없는 기자회가 매년 발표하는 언론자유지수는 180개 국가의 언론 자유 정도를 나타내며 언론 및 표현의 자유와 관련된 전 세계 18개 비정부기구와 150여명 이상의 언론인·인권운동가 등 특파원들이 작성한 설문을 토대로 매년 순위를 정하고 있다. 해당 설문에서는 다원주의와 언론의 독립성, 언론 활동과 자기 검열 환경, 법적인 틀, 투명성, 뉴스와 정보의 생산을 지원하는 인프라의 질 등을 평가하고 있다. 

크리스토프 들루아르 국경 없는 기자회 사무총장은 2021년 언론자유지수를 발표하며 “저널리즘은 거짓 정보에 대한 가장 효과적인 백신”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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