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양유업 불가리스, 코로나19 억제효과 77.8%” 13일 뉴시스의 첫 보도를 시작으로 관련 기사가 쏟아지며 한 때 남양유업 주가가 급등했다. 얄팍한 불가리스 마케팅이었다. 질병관리청 반박이 나오자 다시 이를 인용한 기사가 쏟아졌다. 한국언론 ‘백신’ 보도의 단면이다. 

15일 한국언론진흥재단과 한국헬스커뮤니케이션학회가 주최한 ‘코로나19 보도 점검-미디어와 백신, 방역과 방해 사이’란 제목의 토론회에서 김준일 뉴스톱 대표는 “불가리스 보도 과정을 보면 질병관리청 확인 전까지 언론이 팩트체크를 못한다. 뉴스통신사에서 쓰면 다 받아쓴다”고 설명했다. 김 대표는 “한 줄 속보 이후 1보 2보 이런 보도 방식이 백신 보도에 맞는지 연합뉴스 뉴시스 뉴스1 뉴스통신사들이 심각하게 고민해야 한다. 통신사들이 지금의 혼란스러운 사태에 상당히 책임을 져야 한다”고 지적했다. 

백신 보도 문제는 ‘불가리스’ 같은 블랙코미디에 그치지 않는다. 하루 50여통 이상의 기자 전화를 받고 있다는 정재훈 가천대 의대 예방의학과 교수는 “언론사 속보는 야속할 정도로 빠르고 제목만으로는 사건의 본질을 완전히 표현하지 못한다. 전문가가 언론의 역할을 대신할 수는 없다”며 과학적 보도를 당부했다. 표완수 언론재단 이사장은 “언론은 백신 접종 국면에서의 이성적 판단을 도와야 한다. 백신 접종 이후 수많은 보도가 나오고 있지만 보도량에 비해 실질적으로 필요한 정보는 매우 부족하다는 비판도 있다”고 지적했다. 

▲ 코로나19 백신. 사진=gettyimagesbank
▲ 코로나19 백신. 사진=gettyimagesbank

가장 큰 문제는 백신 접종 ‘이상 반응’ 보도다. 정재훈 교수는 “가장 많이 등장하는 단어가 인과관계다. 백신과 이상 반응과의 인과관계가 없다는 것을 증명하는 것은 대단히 어렵다. 악마가 없다는 증명이 불가능한 것과 유사하다”고 지적한 뒤 △부검을 통해 다른 명백한 사인이 있는지 확인하고 △이상 반응 역학조사를 통해 기저질환 정도 및 증상을 확인하고 △백신 접종 전 이상 반응 발생률과 백신 접종 후의 통계적 비교를 통해 이상 반응 여부를 확인하는 과정까지 짧으면 일주일, 길게는 수개월이 소요될 수밖에 없다고 밝혔다. 

정 교수는 “(백신에) 문제가 제기되는 즉시 시원한 대답을 주는 것이 어렵다”고 호소한 뒤 “백신 안전성 검증은 철저해졌다. 백신에 따른 사회적 이익은 명확하지만, 효과는 당장 눈에 보이지는 않는다. 현재 우리가 겪는 백신 접종 후 이상 반응 논란은 다른 나라에서도 유사하게 나타나고 있다”며 아나필락시스나 희귀혈전 등 부작용 사례를 언론이 보도하며 위험을 ‘비과학적으로’ 과장하지 않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유현재 서강대 신문방송학과 교수 연구팀은 언론재단의 빅데이터분석시스템 ‘빅카인즈’를 활용해 ‘아스트라제네카’ 키워드로 검색해 2월26일 기준 3일 전후로 보도된 10대 일간지 기사 466건 분석 결과를 내놨다. 감염병보도준칙에 비춰볼 때 자극적 헤드라인만 90건, 백신 접종 이상 반응자·사망자 위주 헤드라인은 37건을 확인했다. 지난해 감염병 보도준칙이 개정된 이후에도 ‘대혼란’ ‘패닉’처럼 과장되고 자극적 표현은 여전했다. 

유현재 교수는 “언론이 백신과 사망 간 무분별한 인과관계 프레임으로 대중에게 백신에 대한 불안감을 조성하고 신뢰도 하락을 유도하고 있다”고 우려한 뒤 “단순히 사건 기사 형태의 보도가 아니라, 인과관계가 밝혀질 때까지 유보적 태도를 유지하는 솔루션 저널리즘이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15일 한국언론진흥재단·한국헬스커뮤니케이션학회 주최로 ‘코로나19 보도 점검-미디어와 백신, 방역과 방해 사이’ 토론회가 프레스센터에서 열렸다. 사진=정철운 기자
▲15일 한국언론진흥재단·한국헬스커뮤니케이션학회 주최로 ‘코로나19 보도 점검-미디어와 백신, 방역과 방해 사이’ 토론회가 프레스센터에서 열렸다. 사진=정철운 기자

이와 관련, 김경희 한림대 미디어스쿨 교수는 “언론이 백신 불신을 조장하는 것은 정부 감시가 아니다. 정책 전달이 정부 옹호라고 정파적으로 해석할 필요 없다. 감염병 보도는 피해확산 방지가 최우선이다”라고 강조하면서 “언론사는 재난 보도 전문 데스크를 도입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이나연 성신여대 미디어커뮤니케이션학과 교수는 “외신에 비해 우리는 공공기관 발표 위주 기사가 대다수다. 전문가와 일반인이 등장하는 기사도 많지 않다”고 지적한 뒤 “익명 비판을 하거나 일각에서 비판이 나온다는 식의 문장은 이제 기자 개인 의견이라고 생각하는 독자가 대다수”라고 꼬집으며 변화를 주문했다. 

조동찬 SBS 의학전문기자는 “언론이 지난해 코로나19를 당장 끝낼 것 같은 신약들을 엄청 많이 보도했다. 여전히 문제는 있지만 백신 보도는 나아지고 있다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정부가 정책에 찬성하는 전문가 의견만 보도자료에 넣고 브리핑하는 것과, 반대되는 사람의 의견도 전하면서 정책 선택 배경을 있는 그대로 보여주는 것은 국민 신뢰를 얻는데 천지차이”라며 지금보다 정책 결정 정보의 개방성과 투명성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조동찬 기자는 또한 “아스트라제네카 백신을 맞은 뒤 20대 혈전 사례가 등장했을 때 언론이 (초반에) 백신과 혈전이 관련 없다고 보도했지만 정상적 면역반응으로 혈전은 생길 수 있었다. 언론이 성급하게 아니라고 해서 백신 불신을 부추긴 것은 아닌지 고민”이라면서 “언론은 스스로 백신 관련 이해관계에서 떨어질 필요가 있고, 취재원을 다양화해 여러 의견을 있는 그대로 보도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김준일 대표 또한 “소수의 전문가들이 혹사당하고 있다. 언론이 전문가 풀을 넓힐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저작권자 © 미디어오늘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