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양유업이 13일 자사 발효유 제품 ‘불가리스’가 코로나19 바이러스 억제에 효과가 있다고 발표했다.

이후 언론 보도는 크게 두 가지로 나뉘었다. 첫 번째 남양유업 발표만 받아 기사를 쓴 경우다. 두 번째 남양유업 발표와 이후 질병관리청이 내놓은 입장을 함께 넣은 기사다. 질병관리청은 “이번 연구 결과는 바이러스 자체에 제품을 처리해서 얻은 결과로, 인체 내 바이러스를 제거하는 원리를 검증한 것이 아니기 때문에 실제 예방·치료 효과가 있을지 예상하기 어렵다”고 밝혔다. 

꼭 질병청 입장이 아니더라도, 전문가들에게 해당 발표 신뢰성을 한 번이라도 물어 비판적 입장을 담은 기사는 두 번째 부류에 포함될 것이다. 

14일자 지면 기사에서도 이런 두 부류 기사를 찾을 수 있다. 조선일보는 12면에 “남양유업 ‘불가리스가 코로나 억제’ 발표 논란”이라는 기사를 실었다. 남양유업 발표와 질병관리청 입장을 반영한 기사다.

한겨레 역시 19면 “남양유업 ‘불가리스, 코로나 77.8% 저감’ 발표 질병청 ‘인체 바이러스 있을 때 검증 아냐’ 반박”이라는 기사에서 두 입장을 모두 보도했다. 

아시아경제는 ‘기자수첩’을 통해 논란의 발표가 있었던 13일 한국의과학연구원 주관 심포지엄에서 기자들이 ‘불가리스를 음용할 경우 항바이러스 효과가 있을 것으로 예상하냐’고 물었던 것과 논란 이후 남양유업 측이 “주관 행사가 아니고 단순한 연구 결과를 발표한 자리인데 참석한 기자들이 코로나19에 효과가 있다고 보도하며 오해가 발생했다”고 해명한 점을 설명했다. 

아시아경제 기자는 “이번 행사를 주관한 한국의과학연구원은 불가리스의 공동 연구 기관이고 주요 발표자는 남양유업 소속의 연구원이었다”고 지적한 뒤 남양유업이 화를 자초했다고 비판했다. “실험실 연구 결과를 코로나19 예방에 효과가 있을 것이라고 언급한 것 자체가 연구 윤리를 저버렸다”는 지적이다.

▲14일 조선일보 12면.
▲14일 조선일보 12면.
▲14일 한겨레 19면.
▲14일 한겨레 19면.

논란을 부른 연구 발표인데 남양유업 발표만 받아쓴 언론도 있었다. 전자신문은 14일 지면 14면에 “남양유업 ‘불가리스, 코로나 억제 효과 있다’”는 기사를 싣고 박종수 남양유업 항바이러스 면역 연구소장 발표를 주로 보도했다. 부제는 “일부 쇼핑몰선 품절, 주가도 폭등세”라고 뽑았다. 질병청이나 이견을 가진 전문가 입장은 없었다. 

메트로 역시 박종수 박사 연구를 위주로 L02지면에 보도했다. 대구신문의 경우 제목에 ‘불가리스가 코로나19 억제?’라고 물음표 부호를 달긴 했지만 박종수 박사 발표를 주로 담았다. 

▲14일 전자신문 14면.
▲14일 전자신문 14면.
▲14일 메트로 L02면.
▲14일 메트로 L02면.

지면 외에 매일일보 “남양유업 ‘불가리스’, 코로나19 항바이러스 효과 확인”, 세계일보 “남양유업 ‘불가리스, 코로나19 77.8% 저감효과’ 주장”, 인사이트 “불가리스 먹으면 코로나19 억제에 효과 있다는 놀라운 연구 결과가 발표됐다”, 헤럴드경제 “발효유 ‘불가리스’, 코로나바이러스 78% 억제 효과” 등의 인터넷 기사를 보면, 제목뿐 아니라 본문에도 질병청이나 전문가 반박 없이 남양유업 측 발표만 보도했다. 

한번은 의심해볼 만한 발표였음에도 반론 없이 남양유업 입장만 기사화해 문제가 된 것이다. 14일 오후 직접 질병청에 문의해봤다. 2분 만에 다음과 같은 질병청 문자를 받을 수 있었다.

“특정 식품의 코로나19 예방 또는 치료 효과를 확인하려면 사람 대상의 연구가 수반돼야 합니다. 잘 통제된 사람 대상의 연구 결과가 발표되면 그 이후에 공유할 만한 효능인지를 검토하는 것이 적절해 보입니다.”

“현재 해당 연구원에서 제시하고 있는 결과는 바이러스 자체에 제품을 처리해서 얻은 결과로, 인체에 바이러스가 있을 때 이를 제거하는 기전을 검증한 것이 아니라서 실제 효과가 있을지를 예상하기가 어렵습니다.” 

물론 발표가 있던 13일 당일에 질병청 답변을 구하려면 더 많은 시간이 걸렸을 수 있지만 남양유업 발표를 아무런 의심 없이 보도한 것은 게으르고 무책임하다. 질병청 입장을 받는 건 그리 어렵지도 않다.

▲남양유업 측의 발표 내용만 보도한 인터넷 기사들.
▲남양유업 측의 발표 내용만 보도한 인터넷 기사들.

남양유업 측 발표로 이날 남양유업 주가는 등락을 거듭했다. 13일 남양유업 주가는 전날 대비 약 9% 이상 상승한 38만원에 거래를 마쳤다. 시간 외 거래에선 40만원 후반대까지 폭등했다. 14일 오후 기준 남양유업 주가는 36만500원으로 폭락했다. 

남양유업 종목 토론방에서는 “혹시 48층에서 불가리스 드신 분 계시나요”(48만원에 매수한 사람이 있는지), “주가조작 아니냐”, “기사 쓴 사람도 모조리 조사해야 한다”, “코로나로 주가를 쥐락펴락?” 등 황당하다는 반응이 다수다. 주가에 큰 영향을 미쳤기 때문에 질병청 입장는 ‘남양유업 받아쓰기’ 기사는 도마 위에 오를 수밖에 없다. 

기사를 쓰면서 “남양유업 측이 이런 발표를 한 것은 팩트잖아”라고 생각했을 수 있다. 게으른 자기합리화 아닐까. 대단한 팩트체크가 아니더라도, 다른 연구 결과까지 찾아보지 않더라도, 질병청 답변이나 전문가 의견을 확보해 보도했다면 결과는 달랐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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