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실상 여당의 선거대책위원장 역할을 담당한 김(어준)씨의 그늘에 ‘진짜’ 선대위원장 이낙연은 묻혀 버렸다. 50년 집권을 꿈꾸는 여당의 지략이 이 정도라면 보수 야당은 아무 걱정 없다.”(9일자 이현상 중앙일보 칼럼니스트)

“앞으로 전개될 대선 정국에서도 김어준이 편파 방송으로 맹활약한들 결집하는 팬덤들보다 등 돌리는 시민들이 훨씬 많을 것이다. 민주당은 이미 김어준들과 한 패거리로 인식되고 있으니 그 피해는 민주당에게 고스란히 돌아갈 것이다.”(9일자 폴리뉴스 유창선 칼럼)

TBS 시사 라디오 ‘김어준의 뉴스공장’ 김어준씨 방송이 선거가 끝난 뒤에도 논란이다. 오세훈 국민의힘 후보가 서울시장에 당선된 만큼 뉴스공장에 제재가 예상되기도 하지만, 민주당이 서울시의회를 장악하고 있다는 점에서 국민의힘이 바라는 ‘TBS 재정 지원 중단’이나 ‘김어준 퇴출’ 등은 구호에 그칠 가능성이 높다.

반민주당 진영에선 김씨를 그대로 둬야 한다는 주장도 나온다. 김씨의 네거티브 전략이 내년 대선에서도 반민주당 진영에 이득을 줄 수 있다는 논리다. 진중권 전 동양대 교수는 지난달 31일자 중앙일보 칼럼에 “순수 정략의 관점에선 그를 내버려두는 게 좋다”며 “당·정·청과 지지층을 초토화시켜 민주당을 위기로 몰아넣는 데에 결정적 역할을 한 게 그다. 대선을 앞두고 그가 말아 먹을 게 아직 많이 남아있다”고 주장했다. 이현상 중앙일보 칼럼니스트도 “김어준을 비이성적 진영 담론의 상징으로 남겨 놓는 것도 보수의 중도 외연 전략상 나쁠 건 없다”고 전망했다. 반문 인터넷 커뮤니티에서는 ‘김어준은 국민의힘 선대위원장’이라는 조롱도 적지 않다.  

▲ TBS 시사 프로그램 김어준의 뉴스공장. ⓒTBS
▲ TBS 시사 프로그램 김어준의 뉴스공장. ⓒTBS

민주당은 이번 4·7 재보궐선거에서 ‘김어준 방송’을 적극 활용했다. 선거 직전인 지난 5일 김씨의 유튜브 방송 ‘다스뵈이다’에 박영선 후보는 물론 윤건영·고민정·이수진 민주당 의원 등이 출연해 지지를 호소했고, 김씨는 같은 날 오전 TBS ‘김어준의 뉴스공장’에서 오세훈·박형준 후보 의혹을 제기하는 5명의 제보자 인터뷰를 내보냈다. 이후 90분 방송 동안 오·박 후보 반론이 없다는 비판에 시달리고 있다.

국민의힘이 ‘뉴스공장’을 배제한 방송 전략을 구상했다는 항변을 할지 모르나, 공영방송이 ‘기계적 중립’조차 지키지 않았다는 비판은 추후 부메랑이 돼 돌아올 수밖에 없다. 정권이 바뀌어 공영방송이 이명박·박근혜 정권 때처럼 정부 편향 방송으로 공정성을 훼손해도 할 말이 없게 되는 선례를 만든 것이기 때문이다.

이명박·박근혜 시절 공정성 제고를 부르짖던 방송사 노조와 시민단체들이 이제 더 이상 김어준 방송에 침묵해서는 안 되는 이유이기도 하다. 각종 언론 신뢰도 조사에서 ‘영향력 2위’로 자리매김한 그의 인지도와 파급력을 인정하고 건전한 비판과 논평이 뒤따라야 한다. 조선·중앙·동아일보, 종편 채널에 대한 감시 만큼이나 김어준 방송에 대한 견제와 비판이 필요하다. ‘김어준 퇴출’에 동의하지 않아도 얼마든 가능한 작업이다.  

김씨는 4·7 재보궐선거 책임을 언론과 포털에 돌린다. 오 후보의 내곡동 땅 의혹은 “결정적 뉴스인데 보도가 안 돼서 묻혔다”는 것이다. 포털이 노출을 해주지 않고 언론이 추가 보도로 따라붙지 않아 내곡동 이슈가 가라앉았다는 논리다. 이 주장은 사실과 매우 다르다. KBS의 최초 보도는 포털 사이트에서 수천 개 댓글을 부를 정도로 큰 반향을 일으켰다. ‘생태탕 선거’라는 오명이 붙었을 정도로 이번 선거 막판은 네거티브로 채워졌다. 그럼에도 유권자들이 민주당을 외면한 것이다. 김씨의 네거티브 또는 검증 전략이 더 이상 유효하지 않은 것이다.  

그러나 민주당과 친문 스피커들은 여전히 언론을 탓한다. ‘조국백서’ 추진위원장을 맡은 바 있는 김민웅 경희대 미래문명원 교수는 선거 후 페이스북에 “집권세력 책임이 없는 것은 아니나 선거결과를 ‘민심의 이반’이라고만 해석하는 것은 사태 본질을 국부적으로 설명할 뿐이다. 더 큰 요인은 대중이 ‘부패하고 타락한 욕망의 경제학’에 손을 들어준 대목”이라며 “언론이 이 모두를 처음부터 끝까지 주도했다.(중략) 언론개혁은 절체절명의 과제가 됐다”고 주장했다. 

김종민 전 민주당 최고위원은 “보궐선거에서 이런 정도였는데, 대선에서까지 ‘언론이 편파적이다, 그라운드 안에 들어왔다’는 느낌을 주게 되면 민주주의에 위험 요소가 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공영방송 KBS가 오 후보의 내곡동 땅 의혹을 최초 제기했다는 사실과 청취율 1위 라디오가 선거 직전 일방적 의혹 제기를 전파에 태웠다는 사실을 망각한 발언이다. 반면, 이철희 전 민주당 의원은 8일 SBS 라디오 ‘이철희의 정치쇼’에서 “(언론 때문에 졌다고 말하는 사람 논리라면) 이겼을 때는 언론이 도와줘서 이긴 건가라는 질문도 가능하다”고 꼬집었다. 

대한민국 언론 신뢰도가 낮은 것은 사실이다. 정파적 유불리에 따라 보도를 쏟아내는 현상도 여전하다. ‘받아쓰기’에서부터 조회수 장사, 출입처 제도 문제까지. 수많은 언론 관련 쟁점이 산적하다. 언론의 잘못된 관행을 바로잡고 신뢰를 회복하기 위해선 공론장에서 치열한 논의와 논쟁이 필요하다. 징벌적 손해배상제와 같은 제도가 대안이 될 수 있는지 가능성을 열고 찬반 양쪽 토론이 더욱 필요하다. 다만, 내 편을 안 들어주는 언론이 편향적이라는 논리, 언론 때문에 민주당이 졌다는 주장으로는 민주당을 외면하고 있는 유권자를 설득하기 어려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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