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세훈 국민의힘 서울시장 후보의 시장 재직시절 TBS가 이명박 대통령의 라디오 주례 연설을 3년 여 동안 일방적으로 방송하다 시장이 바뀐 뒤 새 교통방송본부장이 들어와 이를 폐지한 것으로 밝혀졌다. 또한 법원도 최근 TBS가 오세훈 시장 시절 정치방송, 시사프로그램 방송을 해왔다고 판결했다.

오 후보는 자신의 재직시절 ‘뉴스공장 같은 시사프로그램이 없었다’, ‘이런 (편향) 논란이 지금처럼 극심하지 않았다’고 주장해왔다. 그러나 MB정부 당시 대통령 라디오연설은 청와대의 요청으로 지상파 방송사 가운데 KBS만 유일하게 방송했으며, 야당 교섭단체 대표의 반론을 그 다음날 편성하는 조건으로 방송해왔다. 이 마저도 “KBS 라디오가 청와대의 입이냐”며 당시 내부 PD들을 포함해 극심한 안팎의 반발을 샀던 프로그램이었다. KBS 내부에서는 “MB 주례연설은 1990년대 이후 KBS 방송 역사상 가장 수치스런 프로그램”이라고 평가했다

31일 미디어오늘이 입수한 TBS TV 주간편성표(2010년 1월10일~1월17일)를 보면, 1월11일 월요일 오전 8시부터 10분간 이명박 대통령 연설이 잡혀있고, 같은날 17시부터 다시 재방송이 잡혀있다. 화요일에 야당 대표 연설은 편성표에 없다. 다만 야당 연설을 편성하지 않은 경위는 불확실하다. TBS라디오도 동일한 편성을 해왔다.

이 같은 방송은 KBS에서 처음 시작했던 2008년 10월 이후부터 2012년 2월 봄개편 때까지 3년 여 동안 계속됐다. 2011년 10월 재보궐선거로 박원순 시장이 당선된 이후 새로 채용된 성경환 교통방송본부장(현 KTV 원장)이 방송법 위반 소지가 있다고 판단해 논의를 거쳐 이듬해 2월 봄개편에서 폐지하기로 결정했다.

이 방송은 청와대의 요청 또는 협의로 시작된 것으로 알려졌다. TBS 관계자는 31일 “2008년 10월에 청와대 출입기자를 통해서 MB 주례 연설을 편성해줄 수 있느냐는 협조 요청이 왔고, 이준호 본부장에 보고하고 본부장 결정으로 편성이 된 것 같다”며 “2012년 봄 개편 즈음해 성경환 본부장이 폐지시킬 때에도 출입기자 통해서 청와대에 전달했다고 한다”고 밝혔다. TBS측은 야당 대표 연설 방송 여부를 두고 “당시 담당자들은 야당 대표 연설을 방송한 적이 없던 것 같다고 한다”고 전했다.

▲이명박 전 대통령이 지난 2009년 4일 오전 방송 할 라디오연설을 청와대에서 녹화하고 있다. ⓒ연합뉴스
▲이명박 전 대통령이 지난 2009년 4일 오전 방송 할 라디오연설을 청와대에서 녹화하고 있다. ⓒ연합뉴스

2011년 12월부터 2015년 12월까지 교통방송본부장과 TBS 교통방송 대표를 맡았던 성경환 한국정책방송원(KTV) 원장은 30일 저녁 미디어오늘과 통화에서 “오세훈 시장 때는 TBS가 KBS1라디오만 하던 이명박 대통령의 라디오 주례연설을 하고 있었다”며 “KBS는 교섭단체 대표 반론을 조건으로 했는데, TBS는 교섭단체 반론도 없이 하고 있더라. 심지어 라디오 뿐 아니라 TV에서도 동시에 하고 있었다”고 말했다. 성 원장은 “편향적이고, 일방적인 시사프로그램인데다 방송법 위반 소지도 있고, 지속해선 안되겠다고 판단해 절차를 거쳐 폐지했다다”며 “정상화한 것”이라고 밝혔다. 성 원장은 “대신 2012년 3월 때 다른 프로그램으로 바꿨다. 절차를 거쳐서 폐지했다”며 “당시 청와대 춘추관에도 폐지하겠다고 통보했다”고 말했다. 성 원장은 폐지하기 전에 전임 교통방송본부장에게 전화해서 왜 편성하게 됐는지를 문의했으나 답변을 하지 않았다고 전했다.

정작 오세훈 후보는 지난 28일 연합뉴스와 인터뷰에서 “TBS 설립 목적이 있다. 교통·생활정보를 제공하는 것”이라며 “내 재임 시절에는 뉴스공장 같은 시사프로그램이 없었다. 박원순 전 시장이 만든 것이다. 이제 TBS를 설립 목적에 맞게 운영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오 후보는 지난달 12일 신동아 3월호와 인터뷰에서도 뉴스공장 등의 문제를 두고 “언론답게 중립적이고 객관적으로 보도할 수 있도록 환경을 만드는 것이 가장 원칙적인 대응 아니겠느냐”며 “(재직 시절 TBS 프로그램 편향 논란이) 지금처럼 극심하지 않았다”고 답했다.

이를 두고 성경환 원장은 “오세훈 시장 때 ‘정미홍의 서울 속으로’라는 서울 홍보방송을 해왔다”며 “더구나 라디오 주례연설은 일방적 정부홍보방송이었다. 이게 (오 후보가 말한) 교통방송인가”라고 반박했다. 더구나 성 원장은 “당시 TBS는 청와대 출입기자가 있었는데, 이는 중앙정치의 방송을 했다는 것 아니냐”며 “보도든 시사프로든 정치 방송을 안하려면 청와대 출입기자를 보낼 이유가 없다. 오 후보의 주장은 눈가리고 아웅하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TBS측은 31일 2000년대 들어 ‘굿모닝서울’, ‘모닝매거진’, ‘서울전망대’, ‘서울광장’, ‘서울속으로’ 등 이름이 바뀌긴 했지만 아침 시사 프로그램을 계속 제작해왔다고 밝혔다.

▲2010년 1월 TBS 편성표
▲2010년 1월 TBS 편성표
▲2010년 1월 TBS 편성표
▲2010년 1월 TBS 편성표

사법부, 오세훈 시장 시절에도 정치방송, 시사프로그램 방송했다고 인정

이와 관련된 법원 판례에서도 오세훈 시장 재직시절 TBS가 정치방송, 시사프로그램을 했다고 판정한 증거가 있다.

오세훈 후보가 시장 재직 때 교통방송본부장이었던 이준호씨(2006~2011년)가 조선일보에 자신의 재직시절엔 정치방송을 금지했다고 쓴 기고문과 관련, TBS가 조선일보를 상대로 낸 정정보도 청구소송 1심 판결문을 보면, 이 같은 내용이 나온다. 서울중앙지법 제25민사부(재판장 이동욱)는 지난달 23일 판결문에서 “원고(TBS)는 방송법 제69조 제3항에 따라 국내외 정치·경제·사회·문화 등의 전반에 관해 시사적인 취재보도·논평·해설 등을 행하는 보도에 관한 방송프로그램뿐만 아니라 교양 및 오락에 관한 방송프로그램이 그 상호간에 조화를 이룰 수 있도록 방송프로그램을 편성하여야 할 것”이라고 규정했다. 

또한 재판부는 TBS가 지상파방송사업자로 재허가받았을 때 ‘지상파방송국허가증’을 보면, ‘방송사항’에서 ‘교통, 기상 방송을 중심으로 하는 방송사항 전반(상업광고방송 제외, 단 협찬 및 공익광고 활용)’으로만 되어 있는 반면, TBN한국교통방송의 경우 ‘방송 편성에서 보도를 제외할 것’ 등의 제한사항을 둔 것에 비춰보면, TBS는 시사 프로그램뿐만 아니라 ‘보도’까지도 가능한 것으로 허가 받았다고 봄이 타당하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또 이준호 본부장 시절인 2006년~2011년 교통방송 라디오(FM) 연간 유형별 편성 중 보도 프로그램은 4.8%~6% 정도를 방송했고, 이후에도 5% 정도 계속 편성되어 보도되어 왔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이준호 본부장 재직할 당시에도 TBS가 중앙 정치를 보도했다며 그 사례로 2007년 1월10일 오후 2시24분경 ‘2시가 좋아’ 프로그램에 당시 한나라당 국회의원 최고위원이었던 고 정두언 의원이 출연했고, 같은해 12월20일 아침 7시10분경 ‘서울광장 2부’에서, 방송 전날인 12월19일에도 정두언 의원이 출연했다는 사례를 들었다. 한국일보 양정대 기자도 출연했고, 임동욱 대통령학연구소 부소장을 전화로 연결해 당시 대통령 선거 결과의 의미에 대해 보도했다고도 했다. 한편, 조선일보는 TBS에 정정보도하라는 판결에 불복, 항소해 현재 항소심이 진행중이다.

▲이명박 전 대통령이 지난 2011년 7월26일 청와대에서 열린 제32회 국무회의에 앞서 무상급식 주민투표를 준비 중인 오세훈 서울시장과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연합뉴스
▲이명박 전 대통령이 지난 2011년 7월26일 청와대에서 열린 제32회 국무회의에 앞서 무상급식 주민투표를 준비 중인 오세훈 서울시장과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연합뉴스

 

저작권자 © 미디어오늘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