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주주(두진건설)의 방송사 운영 지배 문제로 내홍을 겪어온 CJB청주방송에서 또다시 대주주 최측근이 새 사장으로 선임되자 언론노조 및 산하 청주방송지부 구성원들이 불인정 투쟁을 이어나간다고 밝혔다.

언론노조와 청주방송지부는 지난 18일 청주방송 전 충주본부장 출신인 신규식 전 신임 대표이사의 첫 출근을 저지하는 선전전을 진행했다. 노조는 이날 오전 청주방송 사옥 앞에서 회견을 열고 “소유와 경영 분리는 시대적 소명”이라며 “밀실 인사는 참사다. 사장 임명동의제를 반드시 수용하라”고 요구했다.

신규식 대표는 17일 열린 청주방송 주주총회에서 대표이사로 선출됐다. 앞서 청주방송 이사회는 2일 회의를 열고 신규식 당시 충주본부장과 황현구 기획제작국장을 사내 이사로 선임했다. 2000년부터 사내이사로 등기됐던 이두영 이사회 의장 겸 두진건설 회장을 포함해 사내이사가 2명에서 3명으로 늘었다.

▲지난 18일 언론노조와 산하 청주방송지부가 청주방송 사옥 앞에서 신규식 신임 대표의 사장 임명을 인정할 수 없다는 기자회견을 열었다. 사진=언론노조
▲지난 18일 언론노조와 산하 청주방송지부가 청주방송 사옥 앞에서 신규식 신임 대표의 사장 임명을 인정할 수 없다는 기자회견을 열었다. 사진=언론노조

신규식 사장은 사내에서 이두영 의장 최측근으로 분류된다. 2016년 청주 상당구 방서지구 도시개발사업의 평촌지역주택조합장을 맡은 게 단적인 예다. 해당 개발사업 시행사 겸 시공사가 청주방송 대주주인 두진건설이었다. 신 사장은 당시 보도경영관리본부장 신분으로 방송사 대주주의 이권 사업 책임자도 겸한 것.

이 당시 청주방송이 보도한 일부 기사는 대주주 사익을 대변한다는 비판도 받았다. 방서지구에 건립할 ‘두진하트리움’ 모델하우스 개장 소식을 다루며 방문객들의 긍정적 평가를 주로 리포트로 전했다. 충주 호암지구 분양 소식을 전하면서 두진하트리움 아파트만 실명보도 한다던가, 두진건설의 경쟁업체인 우미건설을 비판하는 기획보도를 3일 연속 방영하기도 했다.

신 사장은 방서지구 두진하트리움 분양 사기 사건 피해자들과 손해배상 소송도 진행 중이다. 2018년경 아파트 모델하우스에서 일했던 김아무개씨가 분양 업무를 대행하며 분양 대금을 편취하거나 저금리 은행대출이 가능하다는 등 피해자들에게 투자 사기를 일삼았다. 피해자들은 지난해 8월 김씨를 비롯해 지역주택조합장이던 신규식 사장, 두진건설 대표이사인 이규진 사장 및 이두영 의장을 상대로 손해배상 소송을 제기했다. 총 7명의 피해자가 2억2000여만원 배상을 청구했다.

전대식 언론노조 수석부위원장은 이날 “방송통신위원회는 청주방송에 소유-경영 분리를 권고했지만 청주방송 이사회는 이를 무시한 채 밀실인사를 강행했고, 그 과정에서 구성원들의 의견들이 철저히 무시됐다”며 “주주총회에서 대표이사가 선임됐지만 사실상 이두영 의장의 복심에 불과한 그가 청주방송을 제대로 이끌지 의문이다”라고 주장했다. 양병운 특임부위원장은 “청주방송에 도움이 되지 않는 사장선임과 이사제도 부활을 반대한다는 우리의 합당한 요구가 무시된 만큼 투쟁으로 대가를 보여줘야 한다”고 주장했다.

언론노조는 방송사 규모에 비해 등기이사 수가 많은 편인 청주방송의 이사회 구조에도 의문을 가진다. 청주방송에 고용된 상시 노동자는 70명 가량이다. 등기이사는 10여명이다. 이두영 의장, 신규식 사장 및 황현구 국장 등 3명은 사내이사다. 비상무이사 6명 대부분은 청주방송 지분을 가진 지역 기업 임원들이다. △석명용 금성개발 부회장 △곽종국 깨끗한 나라 청주공장 상무 △오영식 B.B.S 충북연맹 회장 △권오석 새서울고속 사장 △김재덕 태인 사장 △유봉기 삼보종합건설 대표 등이다. 나머지 사외이사로 김재덕 충북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와 유재풍 법무법인 청주로 변호사 등 2명이 있다.

청주방송지부는 사내 1층 로비에 이번 사장 임명을 인정하지 않는다는 대자보를 붙이며 신 사장 출근 저지 투쟁을 무기한으로 이어갈 예정이라고 밝혔다.

저작권자 © 미디어오늘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