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7일 tvN ‘유 퀴즈 온 더 블록’은 ‘끝까지 간다’ 특집으로 2018년 첫 방송 이후 최고 시청률을 기록(수도권 가구 기준 평균 5.8%, 닐슨코리아)했다. 이날 방송에서는 역주행의 아이콘 ‘브레이브 걸스’와 함께 경찰청 인터폴, 중대 사건 책임 수사관, 번역가, 분쟁 지역 PD 등이 출연했다. ‘열정과 패기’로 끝까지 가봤던 경험이 있는 인물들을 섭외한 것이다. 

최근 인기를 끌고 있는 ‘브레이브 걸스’의 출연이 시청률을 한껏 끌어올린 요소인 것은 분명하지만 김영미 분쟁지역 전문 PD의 이야기를 담은 부분 역시 큰 인상을 남겼다. 김영미 분쟁지역 전문 PD는 2000년부터 아프가니스탄, 이라크, 남수단 등 분쟁지역을 취재하고 촬영하면서 지금까지 50여 편의 다큐멘터리를 제작해왔다. 

▲17일 tvN '유 퀴즈 온 더 블록' 방송 화면.
▲17일 tvN '유 퀴즈 온 더 블록' 방송 화면.

김 PD는 대학에서 사진을 전공했지만 방송이나 PD와 같은 직종에는 큰 관심이 없었다고 한다. 그러나 이혼 이후 일자리를 구하다 새로운 동영상 카메라를 구입하게 되고, 그 카메라를 가지고 동티모르에 방문하게 된다. 그는 갑자기 동티모르에 가게 된 이유에 대해 “일자리를 구하기 위해 신문을 뒤적였는데 동티모르 여대생들이 죽은 시신 사진들을 보게 됐다”며 “왜 이렇게 됐는지 알고 싶었다”고 말했다. 당시 동티모르는 식량 부족과 내전을 겪고 있었고 김 PD는 이 내전 때문에 죽은 여성들에 관한 기사를 본 것이다.

이를 계기로 SBS ‘동티모르의 푸른 천사’ 다큐멘터리를 찍게 되고, 이후 아침방송 PD로 커리어를 시작하게 된다. 9.11테러 이후 아프간에 간 김 PD의 이야기는 더욱 놀랍다. 아프간에 가게 된 이유에 대해 김 PD는 “당시 미국 대통령이 아프간에 전쟁을 선포하면서 여성 인권에 대해 이야기를 한다. 아프간 여자들이 어떤 환경에 놓였길래 미국이 아프간에 가야 하는 건지 궁금했다”고 전했다. 

그러나 아프간에 간 김 PD는 일주일 동안 아무런 영상도 찍지 못했다. 아프간 여성들이 모두 부르카를 머리부터 발끝까지 쓰고 있었고, 인터뷰를 하려고 해도 남성 허락이 없으면 할 수 없었다. 김 PD는 방송을 못할 수도 있다는 두려움에 휩싸였다. 그때 김 PD 머릿속에 떠오른 것이 아프간 카불 방송국의 마리암이라는 여성 아나운서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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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영미 PD가 촬영한 아프간의 여성 이야기를 다룬 KBS 일요스페셜. 

아프간 카불 방송국는 탈레반 정권이 붕괴되고 나서 5년 동안 금지됐던 방송을 재개했다. 놀랍게도 5년 만에 재개한 첫 방송에 여성 아나운서가 등장했는데 그가 마리암이다. 김 PD는 마리암의 친오빠가 카불 방송국 PD임을 알게 됐고 3일 동안 마리암과 그의 오빠를 따라다니며 “우리 같은 PD인데 사정을 봐달라”고 애원했다고 한다. 그들의 집까지 쫓아가 부탁하니 마리암이 촬영하고 싶다는 의사를 밝혔고 그렇게 ‘탈레반 붕괴 100일, 부르카를 벗는 아프간 여인들’(KBS 일요스페셜, 2002) 다큐멘터리가 탄생했다. 이후에도 ‘일촉즉발 이라크를 가다’(SBS, 2003) 등 분쟁 지역을 누비며 다큐멘터리를 촬영해왔다. 

김 PD는 분쟁지역을 취재하는 자신의 방식을 전달하기도 했다. 김 PD는 “한국에서는 내가 아부할 사람이 없지만, 촬영하러 가면 비굴하게 굴기도 한다”며 “예를 들어 쿠데타와 관련된 촬영을 할 때, 리더십을 가지고 있는 사람에게 ‘군복이 잘 어울린다’라든가 ‘관상이 좋다’는 식의 이야기를 하면서 촬영한 적도 있다”고 털어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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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일 tvN '유 퀴즈 온 더 블록'에 출연한 김영미 PD. 

김 PD는 목숨이 위태로운 상황도 여러 번 겪었다. 아프간에 있을 때는 시장에서 폭발물 테러를 겪어 꼬리뼈가 산산조각 났다. 그로 인한 트라우마도 겪고 있다. 다만 특종을 위해 목숨이 위태로운 일에 뛰어드는 것은 조심하라고 조언했다. 김 PD에게 누군가 IS 수장과 인터뷰를 잡았으니 촬영을 올 수 있느냐는 제안을 하기도 했다. 그곳에 가면 납치 당할 확률이 매우 높았기에 가지 않은 경험도 있다고 했다. 

위험한 상황을 여러 번 겪은 김 PD는 왜 카메라를 놓지 않는 것일까. 김 PD는 “국민의 알 권리를 충족시키기 위한 자신의 의무”를 강조하고 “잘 알려지지 않은 세계 지역 이슈에 대한 공감대를 높이기 위해서는 그 사회에 대한 정보가 더 필요하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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