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각국 여성 언론인들이 성차별과 성폭력이 가장 많이 벌어지는 장소로 ‘인터넷’과 ‘뉴스룸’, 즉 일터를 꼽았다.

국경없는 기자회(RSF)는 지난 8일 여성의 날을 맞아 “성차별의 저널리즘에 대한 대가(Sexism’s Toll on Journalism)” 보고서를 발간했다. 보고서는 “성차별과 성폭력이 여성 언론인들에게 미치는 위험과 그것의 저널리즘에 대한 영향을 정리했다”고 밝혔다. 젠더 이슈를 전문으로 다루는 언론인을 포함해 전세계 120개국에서 일하는 150인의 언론인에게 보낸 설문조사 기반한 분석을 담았다.

설문조사에 따르면 여성 언론인을 향한 젠더 기반 폭력은 온라인에서 가장 많이 발생했다. 대부분의 젠더 기반 폭력은 어디에서 발생하느냐는 질문에 73%가 온라인에서 ‘이메일과 소셜미디어 메시지를 통해서’라고 복수 응답했다. 그 다음은 ‘뉴스룸’이었다. 58%는 물리적으로 직장에서 물리적으로 일어난다고 밝혔다. 47%는 전화를 통해서, 36%는 길에서 물리적으로, 15%는 편지로, 13%는 집에서 물리적으로 발생한다고 했다.

일례로 파키스탄 여성 언론인 20여명은 지난해 8월 집권당 ‘파키스탄 정의운동’이나 임란 칸 총리를 비판하는 보도를 했다는 이유로 온라인에서 지지자들의 협박 메시지 ‘폭격’을 받았다. 이들을 공동성명을 발표하고 “(정치인들에 의한) 공식적인 괴롭힘 이후에 성폭력과 물리적 폭력에 대한 협박”을 받는다며 “협박은 실제 폭력을 유발할 가능성이 있다”며 해당 정치인들이 지지자들의 행위를 중단할 것을 촉구했다.

▲국경없는 기자회가 지난 8일 여성의 날을 맞아 낸 “성차별의 저널리즘에 대한 대가(Sexism’s Toll on Journalism)” 보고서 페이지 갈무리
▲국경없는 기자회가 지난 8일 여성의 날을 맞아 낸 “성차별의 저널리즘에 대한 대가(Sexism’s Toll on Journalism)” 보고서 페이지 갈무리

특히 언론인의 사생활이나 사진을 온라인에 유포하거나 계정을 스토킹하는 현상이 일반화했다. 보고서는 “저널리스트의 사진 이미지를 성적인 목적으로 악용하는 행위도 젠더 기반 폭력의 일반적인 형태가 됐고, 65%의 응답자가 서베이에서 이 같은 행위를 보고했다”고 밝혔다. 보고서는 지난해 6월 방송 저널리스트 릴리 메이어스 등 호주의 여성 언론인 수백 명이 연차를 막론하고 계정을 추적 당했고, 사생활이 담긴 사진이 공공 커뮤니티에 유포돼 댓글 성희롱 대상이 됐다고 밝혔다.

응답자들은 ‘자국에서 어떤 종류의 젠더 기반 혹은 성폭력이 여성 언론인에 영향을 미치느냐’는 질문에 84%가 ‘성적 괴롭힘’을 꼽았다. 30%는 성폭행, 27%는 강간협박이라고 답했다. 7%는 강간을 꼽았다.

성폭력 가해자가 누구인지를 묻는 질문에는 51%가 ‘상사’라고 답했다. 50%는 국가, 경찰, 유력 정치인 등 ‘공권력’을 꼽았다. 46%는 동료, 46%는 정당 당원이나 지도자라고 답했다. 35%는 인터뷰이(들)을 꼽았다. 응답자 61%는 “성차별 또는 성폭력 피해 사실을 알린 뒤 뉴스조직 내에서 아무 조치도 취해지지 않았다”고 했다.

성적 폭력은 ‘그간 남성이 지배해온 분야’를 취재하는 언론인에게 특히 심하게 나타난다. 스포츠와 정치 분야다. 브라질에선 50명의 여성 스포츠 언론인들이 ‘#DeixaElaTrabalhar(그녀를 일하게 하라’라는 온라인 캠페인을 벌였다. 생방송 현장 리포트 중 관객들이 TV 중계 중인 여성 언론인에게 성추행하는 관행을 규탄하는 움직임이다. 스포츠 일간지 레퀴프의 여성 언론인 37명도 지난해 4월 언론계에서 벌어지는 성폭력 폭로가 잇따른 뒤 공동성명을 발표했다. 보고서는 “여성 스포츠 기자는 뉴스룸과 현장 모두에서 소수자로, 성차별 발언에 더 극심하게 노출된다”고 했다.

보고서는 “전통적으로 남성이 지배하는 분야인 정치 전문 여성 언론인도 같은 견해를 내놨다”고 했다. 브라질에선 자이르 보우소나루 대통령이 여성 탐사 기자의 비리 폭로 보도를 놓고 “성적 호의의 대가”라고 주장하는 일이 발생했다.

▲국경없는 기자회가 지난 8일 여성의 날을 맞아 낸 “성차별의 저널리즘에 대한 대가(Sexism’s Toll on Journalism)” 보고서 페이지 갈무리. 61%의 응답자가 “성차별 또는 성폭력 피해 사실을 알린 뒤 뉴스조직 내에서 아무 조치도 취재히지 않았다”고 답했다.
▲국경없는 기자회가 지난 8일 여성의 날을 맞아 낸 “성차별의 저널리즘에 대한 대가(Sexism’s Toll on Journalism)” 보고서 페이지 갈무리. 61%의 응답자가 “성차별 또는 성폭력 피해 사실을 알린 뒤 뉴스조직 내에서 아무 조치도 취해지지 않았다”고 답했다.
▲국경없는 기자회가 지난 8일 여성의 날을 맞아 낸 “성차별의 저널리즘에 대한 대가(Sexism’s Toll on Journalism)” 보고서 페이지 갈무리.
▲국경없는 기자회가 지난 8일 여성의 날을 맞아 낸 “성차별의 저널리즘에 대한 대가(Sexism’s Toll on Journalism)” 보고서 페이지 갈무리.

파스리시아 캄포스 멜로 탐사보도 기자는 2018년 브라질 대통령 선거에서 민간 사업가들이 ‘왓츠앱’ 상으로 보우소나루에게 투표하도록 설계된 허위정보 캠페인을 위한 불법 자금을 댔다고 보도했다. 보우소나루 대통령과 아들을 비롯한 측근은 멜로 기자가 “성적 행위를 대가로 정보를 짜낸 것”이라고 주장했고, 보고서에 따르면 멜로 기자는 신변보호를 위해 보디가드를 대동해야 했다. 멜로 기자는 보우소나루 대통령을 비롯한 공직자들을 고소해 지난 1월 첫 승소했다.

몰디브에선 ‘디 에디션’지의 편집자 래 무나바르가 대통령 소통 비서관에 의한 성폭력을 폭로했다. 소통 비서관은 지난해 2월 “‘함께 시간을 보내는 것’을 대가로 해당 기자와 매체에 특별 대우를 해주겠다는 권유를 했다. 무나바르 편집자는 민원을 제기했지만 어떤 조치도 취해지지 않았다고 밝혔다. 폭로 뒤 소셜미디어상 공분이 퍼졌고, 해당 소통 비서관은 올초 사퇴했다.

여성인권을 보도하는 기자들에 대한 폭력도 극심하다. 아프가니스탄의 방송 저널리스트인 말랄라이 마이완드는 지난해 아프가니스탄에서 피살된 2명의 여성 언론인 가운데 한 명이다. 보고서는 “IS가 자신의 소행이라고 밝혔다”며 “30세인 그는 ‘아프가니스탄 여성저널리스트 보호를 위한 센터’의 발랄라바드 지역 대표였다”고 했다.

조사에 답한 한 미얀마 저널리스트는 “여성 저널리스트는 정치인과 군인을 비롯한 취재원에 의한 차별을 맞닥뜨린다. 그들은 진지하게 받아들여지지 않고, 젊은 경우 특히 그렇다. 어떤 이들은 상사 또는 '안전'을 이유로 상사나 책임자로부터 차별을 당한다. 몇몇은 중요한 기사거리를 취재할 허락을 '안전을 위협한다'는 이유로 얻지 못한다”고 말했다.

크리스토프 들루아르 국경없는기자회 사무총장은 “국경없는 기자회의 최신 서베이 ‘성차별의 저널리즘에 대한 대가’를 보면, 많은 여성 저널리스트들이 겪는 두 배의 위험은 너무 일반적이다. 이것은 전통적인 취재 보도 현장과 인터넷과 디지털 영역뿐 아니라 그들이 보호받아야 할 곳, 바로 그들이 일하는 뉴스룸 안에서도 마찬가지다”라고 했다.

들루아르 총장은 “그 결과는 무엇일까? 48%의 응답자가 답변했다. ‘그 여성은 자기검열을 하고, 특정 분야에 대해 언급하는 것을 꺼리게 된다.’ 그것이 모든 것을 말한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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