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주요 언론사들이 오스트리아에서 아스트라제네카 백신 접종을 중단했다고 대대적으로 보도했으나 ‘사실’과 달랐다.

오스트리아에서 아스트라제네카 백신 접종 후 49세 여성 1명이 혈액 응고 장애로 숨지고, 35세 여성이 폐색전증으로 치료를 받자 아스트라제네카 접종을 중단했다는 보도가 이어졌다.

“사망자 발생 오스트리아, AZ백신 접종 중단…사망 원인 조사”(뉴스1) “오스트리아, AZ백신 접종 후 사망자 나오자 사용 중단(한국경제)” “사망자 나오자…오스트리아, AZ 백신 중단했다” (서울신문) “오스트리아, 사망자 발생에 AZ 코로나 백신 접종 중단”(파이낸셜뉴스) 등 기사가 대표적이다. 

▲ 오스트리아가 아스트라제네카 백신 사용을 중단했다는 언론 보도
▲ 오스트리아가 아스트라제네카 백신 사용을 중단했다는 언론 보도

오스트리아의 대응을 언급하며 정부를 비판하는 보도도 이어졌다. 9일 뉴데일리는 “오스트리아의 경우 사망자가 발생하자 인과성을 찾지 못했다고 판단하면서도 AZ 백신 접종 중단을 선언했다. 그러나 우리 정부는 접종의 위험성 검토는 계속하되 접종을 중단하지는 않는다는 방침”이라고 했다. 8일 문화일보 역시 “정부 1차 접종자 오락가락… 백신 현장 혼선”기사를 내고 “(오스트리아는) AZ 백신 접종을 일시 중단하고 사망 원인 조사에 착수했다”며 한국 정부와 비교했다.

그러나 이 내용은 사실이 아니었다. 오스트리아 연방보건안전국(BASG) 홈페이지 원문을 보면 아스트라제네카 백신 가운데 ‘ABV 5300’이라는 이름을 가진 ‘batch’의 접종을 중단한다고 밝히고 있다. ‘batch’는 표면적으로는 ‘집단’이라는 의미지만, 한 제조 공정에서 만들어진 같은 일련번호를 가진 제품군을 뜻하기도 한다.‘ 특정 일련변호를 가진 소수의 백신만 접종 중단했는데 전체 백신의 접종을 중단한 것처럼 잘못 보도한 것이다. 

▲ 2월 26일 안산시립노인전문병원에서 의료진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아스트라제네카(AZ) 백신 접종 준비작업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 2월 26일 안산시립노인전문병원에서 의료진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아스트라제네카(AZ) 백신 접종 준비작업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ABV 5300’ 일련번호를 가진 백신의 잔여 물량은 6000도즈다. 1도즈는 1회 접종 분량이다.

국내 언론이 다수 인용한 로이터통신 원문 기사 역시 제목은 “Austria suspends AstraZeneca COVID-19 vaccine batch after death”로 ‘batch’라는 표현이 제목에 드러나 있다.

▲ 오스트리아 상황을 전한 로이터 통신 기사 갈무리
▲ 오스트리아 상황을 전한 로이터 통신 기사 갈무리

논란이 확산되자 주오스트리아 한국 대사관은 9일 ‘아스트라제네카 백신 접종 후 사망사고에 대한 오스트리아 정부 입장’ 공지를 통해 “이미 유통된 사고 관련 백신과 동일한 일련번호의 백신(ABV 5300) 중 아직 접종하지 않은 6000여 도즈는 즉시 회수하여 사용을 중지했다”며 “사망자의 부검 결과 및 아스트라제네카 백신과의 관련성 확인 여부 등에 따라 향후 조치를 결정할 예정이나 현재는 회수된 6000여 도즈 이외 아스트라제네카 백신은 계속 접종 중”이라고 밝혔다.

11일 연합뉴스는 ‘오보’를 내고서 이를 바로잡지 않고 ‘팩트체크’하기도 했다.

연합뉴스는 11일 오후 2시 “오스트리아는 AZ 코로나백신 접종 중단했다?” ‘팩트체크’ 기사를 통해 오보를 낸 기사들을 언급하며 “이러한 기사만 읽으면 마치 오스트리아 보건당국이 아스트라제네카 백신 접종을 완전히 중단한 것으로 이해하기 십상”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연합뉴스는 “오스트리아에서 아스트라제네카 백신 접종을 전면 중단했다는 내용은 사실과 다르다”며 “오스트리아는 여전히 아스트라제네카 백신을 접종하고 있으며, 이 백신 중 특정 제조단위가 붙은 백신만 사용을 중단한 것이 정확한 상황”이라고 했다.

연합뉴스는 지난 8일 “오스트리아, AZ 백신 중단..‘사망자 보고 후 예방 차원’” 기사를 통해 외신을 인용하며 ‘백신 중단’이라고 보도했다. 연합뉴스는 11일 ‘팩트체크’ 기사를 내기 불과 6시간 전에 송고한 기사에서도 “오스트리아 당국은 간호사 사망 후 아스트라제네카 백신의 접종을 중단했다”고 보도했다.

▲ 11일 연합뉴스 기사(위)와 8일 연합뉴스 기사.
▲ 11일 연합뉴스 기사(위)와 8일 연합뉴스 기사.

국가기간통신사 연합뉴스의 ‘공신력’이 큰 데다 전재 계약을 맺은 언론사가 많다 보니 8일 연합뉴스 기사가 나온 이후 서울경제, SBS, 아이뉴스24 등에서 연합뉴스와 같은 내용의 기사가 이어졌다.

11일에는 오스트리아가 아스트라제네카 백신을 ‘폐기’하는 것처럼 언급한 오보도 이어졌다. 헤럴드경제, 국민일보는 11일 외신을 인용하며 “남은 물량에 대해서는 더 이상 배포되거나 국민들이 접종하는 일은 없을 것”이라는 ‘오스트리아 보건 당국’의 입장을 전했다. 하지만 이 역시 해당 일련번호를 가진 백신에만 해당되는 내용이다.

오스트리아 사례를 다룬 언론 보도가 ‘사고’와 ‘접종 중단’을 부각한 점도 짚을 필요가 있다. 일례로 8일 한국경제는 “오스트리아, AZ백신 접종 후 사망자 나오자 사용 중단” 제목의 기사를 내고 “사망 사례에 인과 관계가 있다는 증거 있지 않아”를 부제에 썼다. 제목이 사실과 다른 점도 문제였지만 ‘인과관계가 밝혀지지 않았다’는 중요한 내용을 제목에 쓰지 않으면서 혼란을 부추길 수 있다.

해당 사고는 백신 접종과 인과관계가 확인되지 않았다. 오스트리아 연방보건안전국(BASG)은 7일 첫 입장을 낼 때부터 “백신 접종과 인과관계가 있다는 증거는 없다”고 밝혔다. 유럽의약품청(EAM) 역시 예비조사 결과 “현재로서는 백신 접종이 이 같은 질환을 유발했다는 징후가 없다”는 입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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