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콘텐츠’, 그리고 ‘디지털’. 기자협회보가 2021년 16개 언론사 사장 신년사에 가장 많이 등장한 키워드를 집계했더니 ‘콘텐츠’(77회) ‘디지털’(71회)이 1, 2위를 차지했다. ‘유튜브 시대’가 되면서 영상 콘텐츠 제작이 ‘디지털 혁신’의 중심이 됐다. 신문들은 자사 유튜브 채널 콘텐츠를 지면을 통해 소개하거나 홈페이지에 부각하는 등 전면에 내걸며 경쟁하고 있다.

하지만 정작 디지털 콘텐츠를 제작하는 종사자들은 ‘중심’에 서지 못하고 있다. 최근 한 신문사의 뉴미디어 PD가 퇴사하면서 남긴 글이 언론계에서 화제가 됐다. 정규직 PD였던 그는 처우, 조직 문화 등 고충을 털어놨다. 뉴미디어 콘텐츠를 제작하는 언론인들은 ‘공감한다’고 입을 모았다.

미디어오늘이 2019년 12월~2020년 2월까지 3개월간 언론사 유튜브 콘텐츠 인력 채용 공고 32건을 분석한 결과 31건이 비정규직 노동자를 채용하는 내용이었다. 일부는 성과에 따라 정규직 전환을 ‘검토’한다고 했다. 

▲ 사진=gettyimagebank
▲ 사진=gettyimagebank

몇몇 언론사는 정규직 채용을 하고 있으나 여전히 정규직은 소수이고 여러 측면에서 ‘차별’이 이어지고 있다. 특히 뉴미디어 직군에 기자 직군과 동등한 처우를 보장하는 언론사는 한겨레 등 극히 일부 뿐이다. SBS는 디지털뉴스랩이라는 자회사를 설립해 비정규직이 만연한 방송계에서 이례적으로 정규직 채용을 했지만 본사 기자, PD 직군과 처우 차이는 작지 않다. 

뉴미디어 직군에 대한 낮은 처우에는 ‘이유’가 뒤따른다. ‘유의미한 수익이 나지 않는다’는 것이다. 

이와 관련 A방송사 PD는 “우리를 저널리스트로 대하지 않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수익원을 모색하는 건 전체 조직이 같이 고민해야 하는데 영상팀에만 넘기고 기자 직군은 책임 지고 고민하지 않는다”며 “채용 방식도 비정규직 채용 후 테스트를 거치곤 하는데 이런 방식으로 뽑으니 기자들과 대등하지 못한 관계가 된다”고 했다. 

다른 언론사도 마찬가지다. F신문사 뉴미디어 관계자 역시 “뉴미디어 부서에 있는 사람들에게 더 과도하게 증명을 요구한다. 이것이 사내 뉴미디어 전략을 오히려 뒷걸음질 치게 만드는 요인”이라고 꼬집었다. G방송사에서 비정규직으로 일했던 관계자는 “계약 기간이 짧았는데, 짧은 기간 내에 성과를 보여야 하는 점이 압박으로 느껴졌다. ‘좋은 콘텐츠’보다는 ‘성과가 잘 나는 콘텐츠’에 집중할 수밖에 없었다”고 했다.

정규직이 된다 해도 기자나 PD 중심 조직에서 10명 내외에 1~2개 팀으로 구성되는 뉴미디어 직군은 ‘벽’을 마주한다. 우선, 정규직이라 해도 승진에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다. B신문사 뉴미디어 부문 관리자급 관계자는 “PD들에게 장기적으로 직책이 부여돼야 하는데 기자들과 달리 한계가 있다. 팀장 자리조차 PD에게 맡기지 않는 분위기다. 이처럼 조직에서 한계가 보이니 정규직이어도 떠나는 것 아니겠나”라고 했다. 

“계약직이나 비정규직, 승진이 가로막힌 PD로 구성된 조직이라면, 회사가 내게 주도적 역할을 맡기지 않을 거라고 생각할 수밖에 없다. 비전이 있지 않다면 더 이상 다닐 이유가 없어진다.” A방송사 뉴미디어 PD의 말이다.

C신문사 뉴미디어 PD 역시 “미래가 없다. 기자들은 ‘차장, 부장, 좀 더 승진하면 국장이 될 거야’라며 미래를 그릴 수 있다. 내 위에 누가 있어야 그런 꿈을 꿀 수 있다”며 “소모품인 것 같은 기분을 직장인들 모두가 느끼겠지만 특히나 이 직군은 나의 5년 뒤, 10년 뒤를 그려보기가 너무 어려운 것 같다”고 했다.

조직 내에서 소수이다보니 목소리를 내기도 힘들다. B신문사 관계자는 “노조에서 조합원들의 권익을 지켜줘야 하는데, ‘영상 제작자들의 권익을 지키자’고 하면 대다수 노조원들이 동의하지 않을 수 있어 매우 조심스럽다”며 “신문이 사양 산업이고 회사 여건에 한계가 있으니 젊은 기자들도 ‘파이’를 나누고 싶어하지 않는 분위기”라고 했다. D신문사 뉴미디어 PD는 “정규직이긴 하지만 이 회사에서는 어떻게 해도 2등 시민인 것 같다”고 했다.

“편집국에서 영상팀에 제안할 때는 수용해야 하는 분위기가 있다. 들어주지 않으면 우리를 ‘쓸모 없다’고 생각한다. 반대로 영상팀에서 편집국에 협업을 제안하면 거의 들어주지 않는다. 현장에 가게 되면 영상을 찍어주거나, 편집해주는 일을 우리 업무로 인식한다. 젊은 기자라고 해서 다르지 않다.” D신문사 뉴미디어 PD의 말이다. 언론사 뉴미디어 부문 관계자들은 기자 중심 조직 구조가 오히려 혁신을 저해하는 것 아니냐고 지적한다.

C신문사 뉴미디어 PD 역시 “디지털에 대해 아무 이해가 없다.  ‘나는 기사를 쓰는 기자야, 중요한 사람 만나러 가. 사진이 오는 것처럼 영상도 와서 콘텐츠를 빛내줬으면 좋겠다’고 여기는 사람이 많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이 PD는 “네이버, 신문사 홈페이지 글을 읽는 독자와 유튜브 구독자는 전혀 다른 사람들이다. 플랫폼 별로 다른 기획으로 접근해야 하고, 영상은 독자적으로 살아남을 수 있는 콘텐츠가 되어야 하는데 기사를 빛내주는 장식 정도로 생각하는 경우가 비일비재하다”고 덧붙였다.

▲ 유튜브 스마트폰 화면. 사진=gettyimages.
▲ 유튜브 스마트폰 화면. 사진=gettyimages.

F신문사 뉴미디어 관계자는 “언론사 업무는 혼자 일한다는 측면이 강하다. 기자는 취재, 뉴미디어는 편집이라고 여기고, 머리와 손발을 움직이는 업무가 나뉘어 있다. 이는 ‘PD 한 명 뽑아놓으면 하루에 영상 하나 만들 수 있다’고 생각하는 나이브함과도 연결된다”고 했다.

상을 받을 때 뉴미디어 직군을 제외하는 경우도 있다. E방송사 뉴미디어 PD는 “편집을 프리랜서에게 시킨 다음 바이라인은 기자들만 넣거나, 상을 받으면 프리랜서는 빼고 기자들만 받는 경우가 많다”고 지적했다. F신문사 뉴미디어 관계자 역시 “기획 기사로 기자협회 상을 받을 때 기자 직군이 아니라는 이유로 빠졌다. 함께 작업을 했는데, 제외돼 속상했다”고 했다.

A방송사 PD는 “(영상 인력이) 기자를 도와주는 일을 한다는 마인드를 버려야 한다. 같이 일하는 PD, 디자이너도 저널리스트로서 역량을 갖추려는 노력이 필요하다. 리더도 그 역량을 갖추도록 교육기회를 제공하고, 환경을 만들어야 한다”고 했다. B신문사 PD는 “고용 측면에서 보장도 당연히 필요하지만 문화를 바꾸려는 노력이 이어지지 않는 한 비슷한 문제는 이어질 수밖에 없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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