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영방송 이사를 뽑을 때 해당 방송사 사측과 노조에 이사 추천권을 보장하는 법 개정안이 발의됐다. 사장을 뽑기 위한 임시 위원회(사장후보시청자평가위원회)를 최대 199명까지 구성해 사장후보를 평가하도록 했다.

전혜숙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이 같은 내용을 담은 방송법‧방송문화진흥회법‧한국교육방송공사법‧방송통신위원회 설치법 개정안을 지난 2일 대표발의해 3일 회부됐다. 각각 KBS와 MBC, EBS의 이사회 구성과 사장 선임방식을 규정한 공영방송 지배구조 개선방안이다.

전 의원은 공통적으로 공영방송 3사의 이사 구성을 모두 13명으로 증원했고, 이사는 여야, 방송통신위원회, 방송미디어관련단체, 방송사 노사가 추천하는 인물로 구성하도록 했다. 사장 선임은 이사회에 설치된 사장후보시청평가위원회가 사장 후보를 평가하면 그 평가결과를 토대로 이사회가 대통령에게 추천하도록 했다.

우선 KBS의 경우 전 의원의 방송법 개정안을 보면, 이사회 규모는 현행 11명에서 모두 13명으로 늘었고, 이사는 △여당 추천 4명 △야당 추천 3명 △방송통신위원회 위원전원이 동의해 추천한 2명 △방송미디어 단체 추천 2명 △KBS공사(사측) 추천 1명 △KBS 교섭대표 노조 추천 1명으로 구성된다.

사장 선임을 위해 이사회가 ‘사장후보시청자평가위원회’를 설치하도록 한 점도 눈에 띈다. 성별과 연령, 지역 등을 반영해 150명 이상 200명 이내의 홀수의 위원 구성한다. 이는 사장을 평가할 때 모집했다가 이사회의 사장후보자 최종 의결 후 해체되는 임시기구다. 평가위원회 구성은 공모 등 공정성과 객관적, 합리적 운영 절차를 보장하도록 했는데, 외부 전문기관에 구성과 운영을 위탁할 수도 있게 했다. 이 평가위원회는 이사회가 기존 사장의 임기만료 70일 전까지 후임 사장 후보자를 선정하면 후보자의 발표와 질문 답변을 통해 사장 후보를 평가한다. 평가 기준은 △방송의 독립성과 공공성ㆍ공익성에 관한 실천 의지 △시청자 주권 및 지역성 실현에 대한 공헌도 △정치적 중립성 △방송 관련 전문성 △방송 및 언론 관련 단체나 기관에서 종사한 경력 등이다. 평가위원회는 해당 후보자들의 평가결과를 이사회에 제출하면, 이사회는 사장 후보자에 대한 평가위원회의 평가결과가 최종 평가점수 중 70% 이상 반영되도록 해야 한다.

▲전혜숙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지난달 18일 국회 과방위 전체회의에서 한상혁 방송통신위원장에게 질의하고 있다. 사진=미디어오늘 영상 갈무리
▲전혜숙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지난달 18일 국회 과방위 전체회의에서 한상혁 방송통신위원장에게 질의하고 있다. 사진=미디어오늘 영상 갈무리

 

MBC의 최대주주인 방송문화진흥회 이사진 구성도 전혜숙 의원 법안(방문진법 개정안)을 보면, 크게 다르지 않다. 이사 구성(총 13명)의 경우 △여당 추천 4명 △야당 추천 3명 △방통위 추천 2명 △방송 미디어 단체 추천 2명 △MBC 사측 추천 1명 △MBC 교섭대표 노조 추천 1명 등이다. 사장후보시청자평가위원회 구성과 기능도 KBS와 동일하다.

EBS도 전 의원의 교육방송공사법 개정안을 보면, 거의 비슷한데, 일부 달라진 점이 있다. 현행법은 방송통신위원장이 임명하도록 한 EBS 사장을 이사회의 제청으로 대통령이 임면하도록 개정했다. 임원의 임기는 1회에 한해 연임할 수 있게 했다.

이사회 구성은 규모가 13명인 점은 동일하지만 KBS와 방문진 이사보다 좀 더 다양하다. EBS 이사도 대통령이 임명하는데, △여당 추천 3명 △야당추천 2명 △방통위원 전원 동의 추천 2명 △방송미디어단체 2명 △EBS 공사측 추천 1명 △EBS 교섭대표노조 추천 1명 △교육부장관 추천 1명 △대통령이 정한 교육관련 단체 추천 1명으로 구성된다. 여야 추천 비율이 1명씩 줄어든 대신 교육부장관과 교육단체 몫이 1명씩 늘었다.

마찬가지로 사장후보시청자평가위원회의 구성과 활동 역시 KBS와 방문진법 개정안 내용과 거의 동일하다.

전혜숙 의원은 정치적 중립성과 방송의 독립성 확보하고, 최고의결기관인 이사회 구성과 사장 선임 절차의 공정성과 객관성을 보장하는 법적 장치를 마련해 공영방송 본연의 임무인 방송의 공정성ㆍ공익성을 실현하고자 했다고 밝혔다.

다만 공영방송 노사가 각각 1명씩 이사를 추천하도록 해 내부추천몫을 법에 명시한 것은 장기적으로 ‘조직이기주의’라는 불씨를 해소할 수 있을지가 관건이다. 지난달 24일 열린 방송사 지배구조개선 국회 공청회에서 의견진술인으로 나온 최영묵 성공회대 교수는 내부의 정파성의 심화와 내부 통제가 제대로 작동할지를 우려하면서 “KBS가 조직이기주의에 빠지는 것을 어떻게 막을 것인지도 중요하다”고 지적했다.

황근 선문대 교수도 “KBS와 MBC의 조직이기주의에 대한 국민들의 비판여론이 매우 높다”며 “외부의 감시와 견제를 거의 받지 않고 있는 상태에서 그나마 유일한 감시기구인 이사회에 내부구성원을 다수 포함시킨다면 이는 지금의 조직이기주의와 감시받지 않은 독선적 방송체제를 더욱 고착시킬 수 있다”고 우려했다.

이에 반해 양정숙 의원은 “최근 공공기관 등에 노동이사제 도입이 활발하고, 노조의 참여가 시대의 흐름에 맞다”고 반박했다.

전혜숙 의원실 관계자는 “조직의 특수한 문화를 잘 대변하고, 구성원과 이사회의 가교역할을 할 사람이 필요하다고 봤다”며 “13명 중 2명이 조직이기주의에 기반한 이사회 주도를 하기는 어려울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다른 이사들이 제어할 수 있으며, 다양성 측면에서 오히려 더 긍정적 효과가 있으리라 본다”고 말했다.

또한 전혜숙 의원법안에 도입한 임시기구인 ‘사장후보시청자평가위원회’의 경우 위원구성을 어떤 기준으로 할지 분명히 명시하지 않은 점도 논란의 여지를 남겼다. 이사 구성에 있어 다양한 분야 인사(방송단체, 방송사 노사)를 포함했다고 하나 오히려 ‘여야 추천’을 법에 명시해 정치후견의 한계를 근본적으로 벗어나지는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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