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N 사외이사 추천 과정에서 드러난 일방적 결정에 반발한 MBN 시청자위원들이 25일 회의에서 도중 퇴장했다. 사측의 사외이사 후보에 대한 일방 통보와 시청자위원회에서의 불통 의사결정에 비판이 이어지고 있다.

명숙·성수현·안진걸·탁종열·최진봉 MBN 시청자위원들은 26일 공식 입장을 통해 “어제(25일) 시청자위원회의 파행적 운영에 저희 시청자위원들은 깊은 유감을 표한다”며 “2월 2차 시청자위원회가 열리기 3일 전에야 MBN 사측은 단체카톡방에서 사외이사를 추천해달라며 사진을 보내왔다. 이에 시청자위원들이 절차적 문제가 있음을 제기하고 회사에 기간 연장 등 재검토를 건의하자고 했음에도 받아들여지지 않았다”고 밝혔다.

문제를 제기한 5인의 시청자위원들은 “회의에서 여러 시청자위원들이 사외이사 추천 기간이 촉박할 뿐 아니라 시청자위원회에서 어떤 기준으로 어떻게 결정할지 먼저 논의하고 그후 임시 시청자위 회의를 잡아 사외이사 추천을 결정하자고 요청했다. 그러나 이런 합리적 견해를 묵살하고 마치 작전이라도 수행하는 것처럼 사외이사 추천을 강행했다”고 폭로했다.

▲ 서울 중구 충무로 매일경제그룹 건물 앞에 있는 MBN 깃발이 바람에 날리고 있다. ⓒ 연합뉴스
▲ 서울 중구 충무로 매일경제그룹 건물 앞에 있는 MBN 깃발이 바람에 날리고 있다. ⓒ 연합뉴스

방송통신위원회는 지난해 11월 MBN 조건부 재승인을 결정하며 시청자위가 추천하는 인사를 사외이사에 포함하라는 등의 조건 및 권고를 내걸었다. 사외이사로 구성된 감사위원회를 구성하고 그 기능을 실질적으로 강화할 것도 주문했다. 대주주의 부당 지시를 거부할 수 있는 사외이사를 통해 투명하고 독립적 경영을 하라는 취지였다. 시청자위는 노사 동수 추천인사로 구성됐다.

25일 시청자위에서 추천 인사로 거론된 인물은 지난해 MBN 시청자위원장이었던 신용섭 전 EBS 사장이었다. 신 전 사장은 방통위 통신정책국장, 방송통신융합정책실장, 상임위원 등을 거쳐 2012년 말 EBS사장에 선임된 인사다. 시청자위원 5인 반발에도 나머지 시청자위원 6명은 거수로 추천을 강행했던 것으로 전해졌다. 내달 19일 예정된 주총을 앞두고 ‘속전속결’로 이뤄진 결정이라는 비판이 뒤따른다.

5인의 시청자위원들은 “사외이사 추천은 이미 예정된 일이므로 1월 1차 회의 때 절차와 기준 등을 논의할 수 있도록 미리 회사가 요청할 수도 있었다. 그러나 회사는 회의 3일 전에야 사외이사 추천을 요청했다”며 “사외이사 결정 방식이나 기준에 대한 충분한 논의 없이 결정하는 것은 MBN 쇄신에 역행하는 일이다. 이렇게 졸속으로 사외이사 선임을 강행하는 것을 보며 참담함을 금할 수 없다”고 비판했다.

이들은 이어 “저희는 이번 2차 회의 문제점과 형식적으로 사외이사를 추천하도록 만들어버린 MBN 측 방식에 대해 회사 내외와 방통위, 국회, 국민에게 낱낱이 알릴 것”이라며 “이번 사외이사 추천 진행 과정을 보면서 설립 과정에서 확인된 불법 행위에 대해 회사가 진지한 반성조차 없다고 보기 때문이다. 이를 바로잡기 위해 모든 노력을 기울일 것”이라고 전했다.

전국언론노조 MBN지부도 26일 성명을 통해 “노사 동수 추천으로 출범한 2021년 MBN시청자위가 결국 2회째 만에 파행됐다”며 “시청자위 권한인 사외이사 추천을 두고 사측이 날치기 처리를 강행한 것이 원인이다. 이에 심각한 우려와 유감을 표시한다”고 비판했다.

언론노조 MBN지부는 “지난해 11월 노사합의 당시 사측은 시청자위원을 5대5 노사동수로 구성하되 시청자위원장은 사측이 추가로 추천하게 해달라고 요청했다”며 “노조는 위기 극복 차원에서 대승적으로 이를 받아들였다. 결국 사측이 6, 노조가 5의 구도가 됐다”고 설명한 뒤 “이를 빌미로 (6인의) 사측 위원들은 다수결을 주장했다. 하지만 충분한 논의가 없는 다수결은 다수의 폭력일 뿐이라는 것이 민주주의의 상식”이라며 “사측 위원들은 일방적으로 신용섭 전 EBS 사장을 단수 후보로 추천하는 것으로 회의를 강행했다. 이는 방통위 재승인 권고 조건을 위반하는 심각한 폭거라고 하지 않을 수 없다”고 비판했다.

현재 MBN 시청자위원은 구종상 위원장(동서대 미디어커뮤니케이션 교수), 최재석 위원(변호사), 최진봉 위원(성공회대 교수), 탁종열 위원(노동인권저널리즘센터 소장), 심성욱 위원(한양대 광고홍보학부 교수), 지성우 위원(성균관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명숙 위원(인권운동네트워크 바람 활동가), 안진걸 위원(민생경제연구소 소장), 곽은경 위원(컨슈머워치 사무총장), 성수현 위원(YMCA 시청자미디어운동본부 간사), 노경희 위원(한국장애인단체총연합회 기획협력국장) 등 11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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