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가 방송사 지배구조 개혁 법안 논의를 위한 공청회 진술인으로 박근혜 정부 청와대 홍보비서관과 미래통합당 총선 예비후보였던 인사를 선정해 논란이다.

언론계에서는 방송독립을 위한 법안을 마련하는데, 독립성과 거리가 먼 사람이 법에 관한 대표 진술을 하는 것은 받아들일 수 없다며 반발하는 목소리도 나온다.

이원욱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장은 19일 공고를 내어 “국회법 제64조의 규정에 의하여 우리 위원회의 ‘방송지배구조 관련 공청회’를 오는 24일 오전 10시에 과방위 회의실(627호실)에서 연다”고 밝혔다.

이 위원장은 진술인으로 김동준 공공미디어연구소 소장, 천영식 펜앤마이크 대표, 최영묵 성공회대 신문방송학과 교수, 황근 선문대학교 커뮤니케이션학과 교수가 나온다고 공고했다.

이 가운데 천영식 대표는 지난 21대 국회의원 총선거에서 경북 군위군 의성군 청송군 영덕군 미래통합당 국회의원 예비후보로 출마했으나 낙선했다. 그는 특히 박근혜 정부 청와대 홍보기획비서관을 지냈고, 자유한국당 추천으로 KBS 이사로 활동하다 총선 출마를 위해 중도에 그만뒀다. 총선에 낙선한 뒤 현재는 팬앤마이크 대표를 하고 있다.

천 대표는 ‘천영식의 증언’이라는 저서에서 “문화일보 공채 1기로 들어가 이후 23년간을 정치부 기자로 살았고 3년간 워싱턴 특파원을 지냈다”며 “세월호 사고 이후 당시 정부에 대대적인 혁신 바람이 불어 신문사에 있던 제가 청와대 국정홍보비서관을 맡게 되었다. 이후 홍보기획비서관으로서 대통령의 이미지 홍보 컨셉과 행사 기획 등을 담당했다”고 설명했다.

박근혜 탄핵을 두고 천 대표는 “검찰과 특검 모두 권력을 잃어 가는 대통령을 대상으로 망신 주기와 밀어붙이기식 수사를 벌였고, 헌법재판소는 일부 정치 세력의 과도한 공세에 휘둘려 역사적인 탄핵 재판을 공정하고 차분하게 진행하지 못했다는 비판으로부터 내내 자유로울 수 없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KBS 이사시절 지난 2019년 9월12일자 쿠키뉴스와 인터뷰에서는 “박근혜 전 대통령은 여성이었기 때문에 비상식적인 공격과 차별을 받았다고 생각한다”며 “결국 ‘밀애설’ 등 낯부끄러운 유언비어로 인해 탄핵까지 당하게 됐다”고 말했다.

▲천영식 팬앤마이크 대표. 사진=천영식 블로그
▲천영식 팬앤마이크 대표. 사진=천영식 블로그

 

▲천영식 팬앤마이크 대표가 청와대 비서관 시절 당시 박근혜 전 대통령과 악수하고 있다. 사진=천영식 블로그
▲천영식 팬앤마이크 대표가 청와대 비서관 시절 당시 박근혜 전 대통령과 악수하고 있다. 사진=천영식 블로그

 

이를 두고 오정훈 전국언론노동조합 위원장은 19일 미디어오늘과 통화에서 “적폐정권 시절 홍보수석이 방송에 개입한 혐의로 유죄판결을 받은 박근혜 정권 청와대에 복무한 사람이 공영방송 지배구조 법 개정안의 진술인으로 나오는 것은 용납하기 어렵다”고 비판했다.

천 대표가 이사로 몸담았던 KBS 내부에서도 비판의 목소리가 나왔다. 유재우 전국언론노동조합 KBS본부장은 이날 통화에서 “KBS 이사로서 책임감 있게 마지막까지 임기를 채우지도 못하고, 정치인으로서 공천받겠다고 이사직에서 나간 분이 방송사의 독립적인 이사선임에 대한 확고한 철학이 있을 수 없다”며 “정당의 정치적 이익을 KBS 안에서 구하는 것을 당연하게 생각하는 분이 공청회에서 그런 말을 하도록 한다는 것 자체가 국민의힘이 방송독립의 의지와 철학의 부재를 보여준다”고 지적했다.

이에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 소속 박대출 국민의힘 의원은 19일 미디어오늘과 통화에서 “공청회 할 때는 상대방이 내는 진술인을 존중한다”며 “공청회는 크게 전문가들의 의견을 참고하는 사안이지, 절대적인 것은 아니다. 양쪽 의견을 균형있게 들어보고, 여야 추천 인사를 존중하는 것이 일반적인 관행이므로 이견이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박 의원은 천 대표가 부적절하다는 비판에 “언론인 출신이고, 누구보다 언론 전문가라는 측면에서 낸 것으로 본다”며 “문제가 없다고 본다”고 답했다.

공청회에서 논의할 방송법 개정안은…국민이 이사추천 vs KBS 이사 여야 7대6

한편, 오는 24일 열리는 공청회에는 공영방송 지배구조를 개선하기 위해 발의한 법안들이 논의될 것으로 보인다. 대표적인 법안 정필모 더불어민주당이 낸 방송통신위원회 설치 등에 관한 법률 개정안과, 방송법, 방송문화진흥회법, 한국교육방송공사법 개정안이다. 이 법안들에 의하면, 방송통신위원회가 제청할 KBS EBS 방송문화진흥회 이사후보자를 추천하기 위해 ‘이사후보 추천 국민 위원회’(국민위)를 두도록했다. 국민위는 방통위가 지역, 성별, 연령을 고려해 방송분야종사자 등 방송 전문성이 있는 사람의 의견을 반영해 100명의 위원으로 구성한다. 국민위는 방통위가 공모한 사람과 방송 관련 직능단체의 추천을 받은 사람 중 투표를 통해 다득표 순으로 KBS EBS 방문진 이사후보 13명을 각각 추천한다. 국민이 방송사 이사를 추천할 수 있도록 한 장치다.

같은 당의 정청래 의원의 방송법 개정안을 보면, KBS 사장을 공모로 지원자를 받아 사장추천위원회를 거쳐 이사회 의결로 결정하도록 했다. 또한 이사회는 사장후보자 추천을 위해 100명 이내 홀수 위원으로 사장추천위원회를 구성하는 조항을 신설했다. 추가 법안에서 정 의원은 KBS 이사회의 이사 수를 11명에서 13명으로 늘리고, 각 분야의 대표성을 고려해 방통위가 추천하고 대통령이 임명하되, KBS와 소속 구성원, 학계, 시민단체가 추천하는 사람이 전체 이사진의 2분의 1 이상이 되도록 했다. 또한 정 의원은 KBS 이사회가 사장후보자 추천을 위해 사장 임명제청 시 재적이사 3분의 2 이상 찬성으로 의결하도록 했다(특별다수제).

이에 반해 박성중 국민의힘 의원이 지난해 8월 제출한 방송법 개정안을 보면, KBS 이사회는 이사장을 포함한 이사 13명으로 구성하되, 여당 추천 7명, 야당 추천 6명을 대통령이 임명하도록 했다. 또한 KBS 사장의 임면권을 대통령이 아닌 이사회에 부여했다. 이사회가 재적이사 3분의 2 이상의 찬성으로 KBS 사장 임면을 의결하도록 했다. 박 의원은 이사장이 사장후보자에 대한 국회의 인사청문회를 마친 뒤 인사청문경과보고서를 채택한 후 사장을 임명(任命)하도록 하는 조항을 신설했다(제50조제2항).

허은아 국민의힘 의원도 지난달 27일 발의한 방송법 개정안에서 KBS 이사회 정원을 15명으로 증원하고, 이사의 경우 여당 추천 6명, 야당 중 의석수가 가장 많은 당이 6명, 방송통신위원회가 3명을 각각 추천한 뒤 대통령이 임명하도록 했다. 이사장의 임기는 2년으로 하되 이사의 임기를 3년에서 6년으로 늘렸다. 부칙에 법 개정후 최초로 임명되는 이사의 임기를 각각 2년(5명), 4년(5명), 6년(5명)으로 한 임기 교차제도 도입했다.

이 가운데 전국언론노동조합과 언론노조 KBS본부 등 언론계에서는 정필모 의원의 법안을 선호하고 있다. 정당추천(후견)을 배제하고 국민들이 직접 이사를 추천할 수 있다는 점에서 정치적 독립성을 확보한다는 의미가 있으며 고 이용마 기자의 유지를 계승하는 법이라는 평가다.

박대출 의원은 “권력으로부터 독립하고, 사내 특정 집단으로부터 독립하는 형태로 가야 한다”면서도 국민참여 위원회 구성안에 대해서는 “또다른 정파적, 이익을 대변하거나 특정 그룹 이익을 반영하지 않는 방향으로 가야한다. 어려운 문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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