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론사 기사를 해당 언론사 허락없이 인터넷 카페나 블로그에 공유하면 불법일까?

한국일보가 자사의 기사를 공유한 인터넷카페나 블로그 운영자에게 ‘한국일보 허락을 받지 않았으니 저작권법 침해’라고 주장해온 것으로 확인됐다. 한국일보 측은 저작권 보호를 위한 조치라는 입장이지만 공표된 기사를 비영리로 활용하는 것까지 문제 삼는 건 과하다는 의견도 나온다. 

미디어오늘이 복수의 카페·블로그 운영자들을 취재한 결과, 한국일보 측은 인터넷 공간에 자사 기사를 공유할 경우 내용증명을 보내 ‘저작물의 출처를 표시했더라도 당사의 허락이 없는 한 저작권 침해’라고 주장했다. 

법적 조치가 가능하지만 이를 보류하고 금액을 지급하는 것으로 사안을 원만하게 마무리짓기 권유한다며 한국일보 측은 기사·사진·그래프 등에 대해 1건당 법인기준 33만원, 개인기준 11만원을 요구했다. 저작권 침해행위에 대해 한국일보가 취할 수 있는 법적조치로는 저작권법에 따른 ‘침해의 정지 청구’, ‘손해배상 청구’, ‘형사고소’ 등 세 가지를 언급했다. 

또한 한국일보 측은 이러한 조치가 금전적 이득을 목적으로 하는 게 아니라 저작권 보호, 투명한 구매문화 정착, 다른 저작권 침해당사자들과 형평성 등을 고려한 것이라고 알렸다. 

▲ '뉴스저작권 침해 사례' 한국일보 홈페이지 갈무리
▲ '뉴스저작권 침해 사례' 한국일보 홈페이지 갈무리

 

한국일보는 자사 홈페이지에 ‘뉴스저작권 침해 사례’ 5가지를 공지했다. 

기사 출처를 밝히고 사용했더라도 언론사 허락없이 기사를 온라인·SNS 등에 게시하는 것은 무단전재로 불법이고, 외부인이 볼 수 없는 사내 게시판이라도 임의로 뉴스 데이터베이스를 구축해 게재·배포하는 건 저작권법 위반행위이며, 업무상 목적으로 뉴스를 스크랩해 배포하는 것은 뉴스 저작권 침해라고 주장했다. 개인블로그나 카페에 뉴스를 허락없이 올리는 것과 허락없이 기사를 출판·판매하는 행위도 저작권법 위반이라고 공지했다. 

한국일보 측은 저작권 보호를 위해 4~5년 전부터 이를 알려왔다고 했다. 한국일보 측 관계자는 지난 4일 미디어오늘과 통화에서 “저작권이 중요해지는 시대이고, 많은 시간을 들여 만든 기사 아니냐”라며 “개인이든 기업이든 저작물에 대해 허락을 맡고 쓰는 게 기본”이라고 말했다. 이어 “일단 설명을 드리고 (상대가) 허락없이 썼는데도 저작권 위반이 아니라고 주장하면 전화로 해결할 수 있는 문제가 아니다”라며 “의견이 다르면 법적으로 해결할 수밖에 없는 문제”라고 했다. 

▲ '뉴스저작권 침해 사례' 한국일보 홈페이지 갈무리
▲ '뉴스저작권 침해 사례' 한국일보 홈페이지 갈무리

 

한국일보 측이 내용증명에 함께 첨부한 법원 판결문(서울중앙지법 2013가소6000300)을 보면 단순 사실보도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을 수 없고, 창작성이 있는 기사는 저작권법이 보호하는 저작물에 해당한다. 다만 해당 판례에서는 피고가 기사를 블로그에 올려 자신의 영업에 활용하기 위한 영리목적이 다분했다는 점도 고려해 배상판결을 내렸다. 

법무법인 디라이트 소속 안희철 변호사는 미디어오늘과 통화에서 “저작권법 28조(공표된 저작물의 인용)와 35조의5(저작물의 공정한이용) 등을 보면 공표된 저작물은 보도·비평·교육 등 합당한 범위에서 ‘공정이용’하면 저작권 침해로 보기 어렵다”며 “유료기사가 아니고, 기사를 비영리 목적으로 이용했다면 문제가 안 될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안 변호사는 “다만 기사내용 중 예술성(창의성)이 있다면 저작권성을 보호받을 가능성이 없지는 않지만 다퉈볼 여지가 있다”고 했다. 한국일보 측이 제시한 판결문에 대해선 피고가 ‘공정이용’ 등에 대해 효과적으로 주장하지 않았을 가능성이 있다고 봤다. 

관련해 검찰의 판단도 있었다. 2014년 7월 서울중앙지검은 언론기사를 개인 홈페이지 등에 무단으로 게재한 혐의로 고발된 국회의원 270명을 모두 ‘혐의없음’ 처분했다. 영리목적이거나 통상적 이용방법(공정이용)에 충돌하지 않으면 언론사 이익을 해치지 않는다고 판단했다. 의원들이 자신을 홍보하는 목적으로 홈페이지에 기사를 공유한 것을 두고 ‘비영리 목적’이라고 해석한 것이다. 

언론계에서는 이례적인 일인 만큼 비판적인 의견이 나온다. 한 신문사 기자는 “유료기사도 아니고 출처를 밝혔는데도 돈을 요구한 건 과하다”며 “그래도 한국일보 기사를 신뢰하고 영향력이 있다고 생각해서 공유한 것 아니냐”고 말했다. 

운영자들은 처음엔 당황스러웠다는 반응이다. 비슷한 관심사를 가진 사람들끼리 정보교류를 목적으로 하는 비영리 온라인 공간인데 기사를 공유했다고 사용료를 요구하는 건 억울하다는 입장이다. 다만 미디어오늘이 취재한 사례들은 모두 운영자들이 해당 게시물을 내리고 신문사 측에 재발방지를 약속했더니 따로 비용청구나 법적조치를 하지 않았다고 밝혔다. 

한국일보 관계자는 “한국일보 입장은 독자들 대다수가 저작권을 이해하는 추세인 만큼 저작권에 대해 홍보를 많이 하고 있다”며 “코로나로 대면하기 어려우면 전화로라도 자세하게 설명을 한다”고 말했다. 

▲ '뉴스저작권 침해 사례' 한국일보 홈페이지 갈무리
▲ '뉴스저작권 침해 사례' 한국일보 홈페이지 갈무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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