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오늘

KBS 지역 유튜브 담당자 “물거품 됐다” 들고 일어난 이유
KBS 지역 유튜브 담당자 “물거품 됐다” 들고 일어난 이유
광주총국 ‘뉴미디어 추진단’ 폐지·전국적 뉴미디어 지원 ‘백지화’ 방침에 ‘반발’

22일 KBS 사내 인트라넷에 “지난 3년의 노력, 하루아침에 물거품이 됐다!”는 제목의 입장문이 올라왔다. 통상적인 입장문과 달리 노조나 직군 단체 명의가 보이지 않았다. 기수나 소속 부서별로 뜻을 모아 낸 것도 아니었다. 입장문 말미엔 ‘광주·대전·부산·전주·창원·청주총국 디지털콘텐츠 담당자 일동’이라고 돼 있다. KBS에서 지역 디지털 콘텐츠 담당자들의 집단 반발은 처음 있는 일이다. 

이들은 입장문을 통해 “올해 직무를 재설계한다던 혁신추진부는 기대는 고사하고 상식에도 배치되는 폐지안을 들고 나왔다”며 “전국의 지역민들에게 KBS지역총국의 이 같은 ‘역행’이 KBS가 추구하는 혁신이라고 자신 있게 말할 수 있는가?”라며 반문했다.

이들이 반발하는 이유는 KBS 사내 혁신추진부가 지난 11일 공개한 ‘직무 재설계안’ 때문이다. ‘직무 재설계안’에는 KBS광주총국에 총국장 직속으로 구성된 ‘뉴미디어 추진단’을 폐지하고 보도국, 편성국 등 개별 부서로 이관하는 내용이 있다. 사실상 광주총국 ‘뉴미디어 추진단’ 폐지 방침인 것이다. 

▲ 서울 여의도 KBS 사옥.
▲ 서울 여의도 KBS 사옥.

한 지역 총국 ‘뉴미디어 추진단’ 폐지에 다른 지역 KBS 담당자들까지 반발하는 이유는 뭘까. KBS 지역 관계자 A씨는 “광주총국에 대한 내용이지만, 광주만의 문제는 아니다”라며  “사실상 전국적인 백지화를 추진하는 것”이라고 토로했다.

양승동 사장 체제에서 KBS는 ‘지역국 활성화’ 사업의 일환으로 제주 7시 뉴스 도입과 더불어 KBS광주총국에 ‘뉴미디어 추진단’을 신설하고 유튜브 등 뉴미디어 콘텐츠 제작 지원금을 연 1억원 규모로 지급했다. 이어 사측은 2019년 ‘뉴미디어 추진단’을 9개 총국에 확대하겠다고 공언했다. 하나뿐인 ‘뉴미디어 추진단’마저 폐지하면서 전국적 뉴미디어 지원 자체가 무산될 가능성이 높은 것이다.

A씨는 “이미 광주에 대한 지원도 줄었던 상황인데, 이제는 조직 자체를 없애면서 전국적인 지원 자체가 엎어지게 됐다”고 했다. KBS 지역 관계자 C씨는 “뉴미디어추진단을 전국적으로 확대한다고 해서, 그걸 믿고 각 지역마다 임시로 뉴미디어 조직을 만들었다. 인력을 뽑는 등 투자를 했고, 40초짜리 단신뉴스에선 볼 수 없는 현장 중계 등 다양한 콘텐츠를 준비하고 있었다”고 설명했다.

지역 관계자들은 부족한 지원 속에서도 KBS 광주총국 등 지역의 뉴미디어 성과에 주목해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KBS 광주총국의 유튜브 채널은 총 33만 구독자를 확보했다. KBS 역시 사보를 통해 KBS  광주총국 사례를 긍정적으로 평가한 바 있다.

KBS 광주총국은 유튜브를 통해 광주 타이어휠 고의 훼손 사고 관련 밀착 취재로 주목 받았다. 긴박한 압수수색 현장을 기자가 스마트폰 라이브로 찍어 18만 조회수를 기록했고 독자 제보, 취재 후기 등의 영상도 각각 수십만 조회수를 기록했다. 오히려 TV보다 유튜브를 통해 더 많은 제보를 받기도 했다. 2만건에 달하는 아카이브 영상을 분석해 전두환 재임 당시 영상을 발굴하는 프로젝트도 호평을 받았다.

KBS 대전총국은 지역민의 목소리를 듣는 유튜브 전용 숏다큐 ‘다큐5분 달그릇’을 제작하고 있다.  최근에는 코로나 상황에서 취업 경쟁하기 더욱 힘들어진 지역 청년들의 고충을 담았다. KBS 대전총국은 KBS가 기존에 제작한 다큐멘터리 가운데 지역 이슈와 관련한 내용을 재가공해 유튜브에 올리기도 했다. KBS 대전총국은 뉴미디어팀을 만든 후 10개월만에 유튜브 구독자가 24만명가량 늘었다. 

‘직무 재설계안’은 관련 업무를 개별 부서로 이관한다는 내용으로 뉴미디어 업무 자체를 없앤다는 내용은 아니다. 하지만 KBS 지역 관계자 B씨는 “다르지 않은 얘기”라고 했다. “쪼개서 현업부서로 업무를 이관한다곤 하지만 지금도 보도국, 편성국에선 인력이 부족하다고 난리인데 당연히 TV중심으로 돌아갈 수밖에 없다. 그러면 디지털은 유령 계정이 되거나 소멸할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 KBS 광주총국의 타이어휠 고의훼손 문제 관련 취재 후기 영상. 30만이 넘는 조회수를 기록했다.
▲ KBS 광주총국의 타이어휠 고의훼손 문제 관련 취재 후기 영상. 30만이 넘는 조회수를 기록했다.
▲ KBS 대전총국 '다큐5분 달그릇' 갈무리.
▲ KBS 대전총국 '다큐5분 달그릇' 갈무리.

물론 지역KBS 뉴미디어 콘텐츠 가운데는 자체적인 콘텐츠보다는 트로트, 깡 등 인기 열풍에 편승하는 영상을 쏟아내는 경우도 적지 않다. 이와 관련 C씨는 “지원이 부족한 상황에서 현재까지는 큐레이션과 재가공에 집중해왔다”며 “조금 더 지원하면 지역민들을 위한 독자적인 콘텐츠를 만들 수 있는데 왜 자꾸 TV에만 집중하려는지 이해를 못 하겠다”고 했다.

그러면서 그는 “사업적으로 보더라도 다른 지역 방송사들이 뉴미디어 사업에 투자하고 있는데 왜 우리는 여전히 뉴미디어를 ‘방송 다시보기’로만 여기는지 의문”이라며 “공공성 측면에서도 중요하다. 지역에서 만든 프로그램들이 지역민들에게 다가가지 못하고 있다. 마이K서비스나 홈페이지로 거의 안 본다. 재편집하고, 재가공해야 하고, 지역을 구현하기 위한 콘텐츠를 제작해야 한다”고 했다.

이들은 입장문을 통해 “KBS 지역방송국의 독립적인 디지털 영역 구축은 공익성을 구현하는 새로운 기회의 장을 조성하는 것이다. 지역을 불문하고 디지털 영역을 축소하거나 폐지하는 것은 혁신이 아니라 퇴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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