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기 5년차를 맞은 문재인 대통령의 신년 기자회견 여부나 방식이 관심이다. 그간 소통 부족을 지적받아 온 문재인 대통령이 기자회견을 시작으로 언론 접촉면을 늘려갈 가능성에도 기대가 모인다.

청와대는 유례 없는 감염병 확산과 강도 높은 사회적 거리두기 상황에서 어떻게 기자회견을 개최할지 고심하고 있다. 한때는 코로나19로 기자회견이 열리지 않는 것 아니냐는 우려도 있었다. 그러나 대통령이 소통에 소홀하다는 지적이 이어져온 만큼 기자회견 없이 한해를 시작하는 건 부담스러울 거란 관측이 나왔다. 일부 여권 인사들도 조만간 문 대통령이 여러 현안에 직접 답할 거라 밝혀왔다.

기자회견 시기는 전례에 비춰 이달 중순경으로 예상된다. 문 대통령은 취임 이래 1월 둘째주 또는 셋째주에 신년 기자회견을 가져왔다. 2018년과 2019년엔 1월10일, 2020년엔 1월14일에 기자회견이 진행됐다. 올해의 경우 수도권 사회적 거리두기 2.5단계 조치가 오는 17일까지 예정됐기 때문에 해당 시기를 고려할 것으로 보인다. 

▲2020년 1월14일 신년 기자회견 당시 문재인 대통령. 사진=청와대
▲2020년 1월14일 신년 기자회견 당시 문재인 대통령. 사진=청와대

예년처럼 수많은 취재진과 문 대통령이 한 공간에서 질문을 주고받기는 힘들 것으로 보인다. 청와대 프레스센터인 춘추관 브리핑룸에서 기자회견을 한다고 가정하면 300여명의 출입기자 가운데 10분의1도 참석할 수 없게 된다. 영상회의 플랫폼 활용이 불가피한 이유다. 7일로 예정된 각계 인사·시민들과의 신년인사회도 영상회의 형식으로 개최될 예정이다.

청와대 출입기자들로서는 기자회견이 열리더라도 어떻게 질문 기회를 얻느냐가 고민 거리다. 출입기자는 수백명이고 질문할 수 있는 시간은 제한돼 있기 때문이다. 출입기자 A는 “몇년 간 단 한 번도 질문 기회를 얻어본 적이 없다. 이번에는 뭐라도 들고 가야 하나 생각했는데, 지금 같아서는 대통령 얼굴이나 볼 수 있을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당연히 정례적으로 진행돼야 할 기자회견에 목매야 하는 상황이 씁쓸하다는 반응도 있다. 평소 문 대통령의 언론 접촉이 너무 없다보니 신년 기자회견 여부에 대해서조차 관심이나 통제가 과하다는 지적이다. B기자는 “기자회견이 무슨 대단한 것처럼 포장되는 건 ‘빈도’ 때문인 것 같다”며 “상시적 소통이 필요해보인다”고 꼬집었다.

실제 대통령의 언론 접촉이 너무 적다는 지적이 오랜 시간 제기돼왔다. 임기 말에 이르기까지 문 대통령이 언론과 직접 소통한 사례는 6번, 그마저도 1번은 KBS와의 인터뷰다. 지난해에는 신년 기자회견 단 한 번을 제외하고 질문 받는 대통령을 볼 수 없었다. 문 대통령이 마지막으로 기자회견장에 선 시점이 꼭 1년 전인 것이다.

▲‘장애의 벽을 허무는 사람들’등 장애인단체들이 2019년 12월30일 오후 기자회견을 열고 청와대 대통령 기자회견 등에 수어통역사 배치를 요구하는 의견서를 제출했다. 사진=‘장애의 벽을 허무는 사람들’ 제공.
▲‘장애의 벽을 허무는 사람들’등 장애인단체들이 2019년 12월30일 오후 기자회견을 열고 청와대 대통령 기자회견 등에 수어통역사 배치를 요구하는 의견서를 제출했다. 사진=‘장애의 벽을 허무는 사람들’ 제공.

이런 비판이 높아지면서 올해부터는 대통령과 언론의 접촉면을 늘려갈 거라는 전망도 나온다. 청와대 관계자들은 코로나19로 인해 어쩔 수 없이 기회를 만들지 못했을 뿐, 상황이 나아지는 대로 그간 못한 자리들을 마련할 거라 설명했다. 다만 국내 정치 현안과 거리를 둬 온 문 대통령이 선택적 소통만 하는 게 아니냐는 의심도 있다. 이를 불식시키기 위해서라도 대통령이 ‘질문 받는 자리’가 자주 마련돼야 한다는 요구가 기자들 사이에서 나온다.

한편 대통령 기자회견장에 수어통역사를 배치해달라는 장애단체 요구가 받아들여질지 주목된다. 정부 발표, 코로나19 브리핑, 국회 기자회견 등에서 이뤄지는 수어통역이 청와대엔 없다. 대통령 연설이나 기자회견을 중계하는 방송사 차원에서 수어통역을 제공하는 경우는 있지만, 청와대가 직접 통역사를 두진 않고 있다.

장애단체들은 청각장애인들도 국어인 수어로 대통령의 메시지를 들을 권리가 있다고 말한다. 장애의벽을허무는사람들을 비롯한 단체들은 지난해 30일 기자회견을 열고 “수어가 소외계층을 지원하는 언어로 그치지 말고 대한민국의 언어라는 것을 대통령이 먼저 보여줘야 한다”며 “기자회견을 할 때, 대국민 연설을 할 때 수어통역사를 옆에 세우는 일부터 시작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저작권자 © 미디어오늘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