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년을 관통한 핵심 이슈는 코로나19다. 언론 보도 역시 코로나19에 집중됐다. 일부 언론은 정파적 접근으로 오보를 낳거나, 혼란과 혐오를 부추기는 등 사회에 악영향을 미쳤다. 2020년 문제가 된 코로나19 보도 행태를 정리했다.

보도준칙 무시하는 ‘우한폐렴’ ‘뚫렸다’ ‘창궐’ 표현

코로나19 확산이 이어지는 가운데 언론의 부적절한 표현은 끊이지 않았다. 초창기 언론은 ‘우한폐렴’이라는 용어를 썼지만 ‘코로나19’ 공식 명칭 지정 이후에는 해당 표현을 자제하는 언론이 많았다. ‘우한’이라는 지명은 특정 국가와 지역에 대한 혐오를 불러일으킬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코로나19’가 공식 명칭이 된 이후에도 조선일보 등 일부 언론은 ‘우한폐렴’ ‘우한코로나’ 등의 표현을 썼다. 총선을 앞둔 시점에서 자유한국당(국민의힘)은 ‘우한’ 명칭을 쓰면서 정부의 ‘중국발 입국금지’ 이슈를 전면에 내세우며 정치 공세화했다.

감염병 보도준칙은 ‘감염병의 규모, 증상, 결과에 대한 과장된 표현 자제’를 언급하며 구체적으로 ‘패닉’ ‘대혼란’ ‘공포’ ‘대란’ ‘창궐’ 등의 표현을 삼가야 한다고 했다. 그러나 이 같은 표현을 담은 기사를 포털에서 찾는 일은 어렵지 않다. 뉴스1은 공항에서 비닐옷과 마스크를 착용한 여행객이 출국장을 향하는 모습을 전하며 ‘엑소더스’(탈출)라는 표현을 쓰기도 했다.

▲ 뉴스1 사진기사 갈무리.
▲ 뉴스1 사진기사 갈무리.

‘먹튀 중국인’ ‘비위생 대림동’ 혐오 낳은 보도

“[단독]월 7만원 내고 4억7500만원 치료받은 중국인, 건보급여 어쩌나”. 1월31일 머니투데이 기사 제목이다. “중국인에게 지급된 연간 건강보험급여 지출액이 연 5000억원을 넘어선 것으로 확인됐다. 전체 외국인에 대한 연 지출액 중 72%에 달하는 비중”이라는 내용이다. 포털 다음 댓글 9200여개, 네이버 댓글 6800여개가 달릴 정도로 여파가 큰 기사였다. 중국인 ‘먹튀’와 중국인에 특혜를 베푸는 정부를 비난하는 댓글이 적지 않았다.

▲ 중국인 건강보험 문제를 제기한 머니투데이 기사 제목과 그래프.
▲ 중국인 건강보험 문제를 제기한 머니투데이 기사 제목과 그래프.

이 기사에는 중요한 사실이 제대로 언급되지 않았다. 국적별 건강보험 급여를 가입자 1인당 건강보험 급여로 바꾸면 중국(100만원)은 미국(94만원)과 비슷한 수준으로 ‘중국’을 특별하게 문제 삼기 힘들다. 국내에 중국 국적자가 압도적으로 많은 점을 고려하지 않고 지출만 계산해 착시를 일으킨 것이다. 외국인 건강보험 재정은 지난 5년 동안 흑자를 기록하는 등 오히려 중국인을 비롯한 외국인들은 ‘내는 돈’에 비해 ‘받는 돈’이 적었다.

헤럴드경제의 “대림동 차이나타운 가보니…가래침 뱉고, 마스크 미착용 ‘위생불량 심각’” 르포도 악의적인 ‘혐오’ 기사로 꼽힌다. 코로나19와 서울 대림동이 직접적인 연관이 없는 데다 대림동 시장만 유독 비위생적이라고 볼 만한 근거도 없었다. 특히 기사에는 “중국인 또는 화교처럼 보이는 사람 중 마스크를 착용하는 비율이 낮았다”는 등 막연한 추정이 뒤섞이기도 했다.

동선 공개 악용해 ‘강제 아웃팅’ ‘가십 기사’

방역 당국은 ‘방역’을 위해 확진자의 동선을 공개하는데 일부 언론은 이를 토대로 혐오를 유발하거나 ‘클릭’을 위한 선정적인 기사를 쏟아냈다.

대표적인 문제적 기사가 5월7일 국민일보의 ‘단독’ 기사 “이태원 게이클럽에 코로나19 확진자 다녀갔다”다. 서울 이태원의 한 클럽에서 코로나19 확진자 발견으로 감염세가 확산된 상황을 전하면서 불필요하게 성소수자를 특정하는 문구를 써 ‘강제 아웃팅’ 논란이 불거졌다. 이후 다른 언론에서도 이를 바탕으로 선정적인 기사가 쏟아졌다. 언론노조 국민일보지부와 차장기자단이 해당 보도에 반발하는 등 자정 노력이 이어지기도 했다.

▲ 국민일보 기사 갈무리.
▲ 국민일보 기사 갈무리.

온라인 이슈를 취재 없이 전달하는 기사를 많이 쓰는 위키트리와 인사이트는 ‘확진자 동선’을 가십거리로 다뤘다. 위키트리는 “서초구 20대 확진자, 자가격리 어기고 매일 스벅 갔다” “강남 유흥업소에 코로나 퍼뜨린 ‘초신성’ 윤학의 충격적인 동선” 기사를, 인사이트는 “코로나 확진 판정 받고 이동 동선 공개됐다 룸살롱 여성 만난 것 들킨 아이돌” “미국에서 돌아와 3일 내내 왕돈까스만 먹었던 서울 관악구 확진자 동선” 기사를 썼다. 확진자 동선이 클릭을 유발하는 미끼가 된 셈이다.

▲ 확진자 동선공개를 바탕으로 가십 기사를 쓴 위키트리(위)와 인사이트 기사 제목.
▲ 확진자 동선공개를 바탕으로 가십 기사를 쓴 위키트리(위)와 인사이트 기사 제목.

언론사 성향 탓? ‘답정너’ 오보 속출

언론의 정치적 성향이 코로나19 국면 보도에도 영향을 미친 가운데 황당한 오보로 이어진 경우도 적지 않다. 보건당국에 대한 비판적인 기사를 써온 조선일보는 3월9일 한 확진자가 대구에 거주한다는 이유로 보건소 진료를 거부당했다고 보도했지만 사실이 아니었다. 조선일보는 3월13일 “최종 확진자 동선 조사 결과 보건소에 가지 않은 것으로 확인돼 바로잡는다”며 사과했다. 

▲ 감염병 예산이 증액됐는데 감액됐다고 잘못 보도한 TV조선 '뉴스퍼레이드' 갈무리.
▲ 감염병 예산이 증액됐는데 감액됐다고 잘못 보도한 TV조선 '뉴스퍼레이드' 갈무리.

TV조선 ‘뉴스 퍼레이드’는 지난 1월31일 감염병 대응 예산이 지난해 252억원에서 올해 162억원으로 삭감됐다고 전하며 “방역 대응이 근시안적”이라고 했다. 그러나 후속 편성 금액을 더하면 예산은 증액된 것으로 드러나 방송통신심의위원회는 해당 보도에 법정제재를 결정했다. 이후 TV조선은 후속편성 예산까지 살펴보기 힘든 취재 기한 등을 고려해야 한다고 주장하며, 방통심의위가 ‘과중한 취재 의무’를 요구했다며 제재 불복 소송을 제기했다. 하지만 1심 재판부는 “과중한 취재 의무라 보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조선일보는 정부뿐 아니라 민주노총에 대한 황당한 오보를 내기도 했다. 조선일보는 3월9일 “코로나 난리통에…조합원 교육한다고 딸기밭에 간 서울대병원 노조”기사에서 “민주노총 산하인 서울대병원 노조가 우한 코로나 사태 와중에 노조 교육이라며 단체 휴가를 내고 딸기 따기 체험을 가 논란”이라고 했다. 기사에는 “본지 취재를 종합하면”이라는 표현이 있지만 제대로 된 취재가 아니었다. 해당 노조는 코로나19 확산에 따라 ‘딸기밭 체험’을 취소했기 때문이다. 조선일보는 이 보도 역시 정정해야 했다.

▲ 코로나19 관련 조선일보 정정보도들.
▲ 코로나19 관련 조선일보 정정보도들.

속보 경쟁에 또 인명 피해 오보

메르스 사태, 세월호 참사에 이어 속보 경쟁 과정에서 불거진 오보 문제는 이번에도 반복됐다. 3월13일 YTN은 마스크를 사려고 가족과 약국에 갔던 70대 노인이 사망했다고 보도했으나 ‘사망’이 아닌 ‘중태’ 상태였다. YTN은 오보를 인정하고 “인명피해 관련 기사를 작성할 때 사실관계를 철저히 파악하고 더욱 신중하게 접근할 것을 약속드린다”고 했다. 뉴스1과 한국경제는 대동소이한 보도를 했으나 YTN과 달리 정정보도문을 쓰는 대신 기사를 수정하거나 삭제했다.

▲ 3월13일 YTN 보도 갈무리.
▲ 3월13일 YTN 보도 갈무리.

못 믿을 백신? 불신과 공포 야기

“엿새간 10명 사망, 독감백신 쇼크”. 10월22일 조선일보 1면 톱기사 제목이다. 이어지는 2면에선 “고령층 무료접종 이후 사망자 속출했다” 기사가, 3면에선 “정은경 ‘백신 사망 연관성 없어’ 전문가들 ‘상황 심각, 접종 멈춰야’”기사가 배치됐다. 그러나 ‘백신’과 ‘죽음’ 사이의 명확한 인과관계가 드러나지 않았다. 전체 접종 인구 수에 비해 사망자가 많다고 보기 힘들고, 고령층의 경우 계절적 요인을 고려한 사망 원인을 살펴보는 등 분석이 필요한 상황이었다. 

그러나 일부 언론은 ‘차분한 분석’ 대신 ‘불신’을 부추겼다. 질병관리청은 지속적으로 ‘연관성이 없다’고 했으나 비중 있게 다뤄지지 않았다. 12월5일 질병관리청이 접종 후 사망 108건 모두 백신 무관하다는 발표를 하자 조선일보는 7일 10면 하단에 1단 기사로 이 사실을 다뤘다. 불신을 부추기는 보도는 지면 전반에 부각한 반면 의혹 제기가 사실이 아니었다는 결과는 눈에 띄지 않는 곳에 배치한 것이다.

▲ 10월22일 조선일보 1면.
▲ 10월22일 조선일보 1면.

‘시급한 확보’ 요구하더니, 확보하면 ‘위험’

코로나19 백신이 잇따라 개발된 가운데 보수언론을 중심으로 코로나19 백신 확보가 늦어진 데 대해 거센 비판을 했다. 이는 정부의 적극 대응으로 이어졌다는 점에서 긍정적인 평가가 가능하다. 다만, 일부 언론은 ‘백신 확보’가 늦었다고 강도 높게 비판하다 확보 이후엔 ‘백신 안전성’ 논란을 도마 위에 올리면서 논란을 자초했다.

한국일보 김희원 논설위원은 지난 28일 “방역 교란 언론” 칼럼을 통해 정부가 화이자와 존슨앤드존슨(얀센)의 백신 1600만명 분 도입 계약을 체결했다고 발표한 당일 문화일보의 “안전성 강조하더니 3상 진행중인 백신 계약” 기사를 지적했다. 김희원 논설위원은 “이 신문을 포함한 언론들이 이미 접종을 시작한 화이자·모더나 백신을 선구매하지 않았다고 비판하던 것과는 앞뒤가 맞지 않고, 지금 계약하지 않으면 또 접종 시기가 늦어진다는 점에서 도움도 안 되는 기사”라며 “동료들 모두 한탄했을 정도”라고 지적했다. 

▲ 12월30일 이데일리 기사 갈무리.
▲ 12월30일 이데일리 기사 갈무리.

2시간 간격을 두고 나온 상반된 이데일리의 기사는 온라인에서 화제가 됐다. 이데일리는 지난 30일 오후 2시40분경 “심상찮은 아스트라제네카 백신…韓방역당국 비상 걸리나” 기사를 내고 백신 안전성 우려 등으로 영국 정부 승인이 미뤄진다고 보도했다. 그러나 보도 직후 영국 보건부가 승인을 결정하자 이데일리는 오후4시40분경 “英 마침내 AZ백신 승인…한시름 놓은 韓 방역당국” 기사를 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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