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애인 단체들이 청와대 기자회견에 수어통역을 요청하는 의견서를 제출했다.

‘장애의 벽을 허무는 사람들’, 동서울장애인자립생활센터, 공유&공익 플랫폼 에이블업 등 장애인 단체들은 30일 오후 기자회견을 열고 청와대 기자회견에 수어통역사 배치·청와대 홈페이지 영상에 수어통역 제공 등을 촉구하고 의견서를 제출했다.

이날 기자회견에서 농인 노만호씨는 “지난 5월 문재인 대통령 취임 3주년 연설방송을 보다 기분이 안 좋아졌다. 뉴스 전문채널을 통해 방송을 보고 있었는데 수어통역이 없었다. 국민을 상대로 한 대통령의 연설에 수어통역이 없는 것에 수어를 사용하는 농인으로서 자괴감을 느꼈다”고 했다.

▲ ‘장애의 벽을 허무는 사람들’등 장애인단체들이 30일 오후 기자회견을 열고 청와대 대통령 기자회견 등에 수어통역사 배치를 요구하는 의견서를 제출했다. 사진=‘장애의 벽을 허무는 사람들’ 제공.
▲ ‘장애의 벽을 허무는 사람들’등 장애인단체들이 30일 오후 기자회견을 열고 청와대 대통령 기자회견 등에 수어통역사 배치를 요구하는 의견서를 제출했다. 사진=‘장애의 벽을 허무는 사람들’ 제공.

노만호씨는 “한국수어법에는 수어가 국어와 동등하다고 명시되었는데, 대통령이 왜 법률을 지키지 않는지 의구심이 들었다”며 “자라면서 받았던 차별을 농인 후배들에게 물려주고 싶지 않다”고 지적했다.

이어 그는 “그러기 위해서는 청와대부터 한국수어법을 지켜야 한다. 수어가 소외계층을 지원하는 언어로 그치지 말고 대한민국의 언어라는 것을 대통령이 먼저 보여주어야 한다. 기자회견을 할 때, 대국민 연설을 할 때 수어통역사를 옆에 세우는 일부터 시작해야 한다”고 했다.

‘장애의 벽을 허무는 사람들’은 성명서를 통해 “지난 5월10일 문재인 대통령의 취임 3주년을 맞아 대국민 특별연설이 있었다. 당시 연설을 생중계한 방송사는 지상파방송사 등 12개였다. 하지만 이 가운데 5개(KBS, MBC, SBS, MBN, KTV) 방송사만 수어통역을 제공했다”며 “방송사 수어통역사들의 표현이 조금씩 달라 연설 내용에 대한 자의적 해석을 낳을 우려도 있었다”고 지적했다.

‘장애의 벽을 허무는 사람들’은 “청와대는 인권위의 입장표명을 받아들여 청와대 춘추관에 수어통역사를 배치하라. 코로나19 브리핑 수어통역과 같이 중계를 하는 모든 방송사에, 같은 내용의 수어통역을 내보낼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했다. 이 단체는 “청와대 홈페이지에도 수어통역을 하루 빨리 제공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지난 5월 ‘장애의 벽을 허무는 사람들’은 청와대가 대통령 기자회견에 수어통역을 하지 않은 데 대해 국가인권위원회에 차별 진정을 했으나 인권위는 지난 8일 수어통역 중계를 한 방송사들이 있다며 진정을 기각했다. 하지만 인권위는 “청와대의 주요연설을 중계하거나 영상을 청와대 홈페이지에 게시할 때 농인의 실질적 정보 보장을 위해 수어통역을 제공하기를 바란다”는 입장을 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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