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송사에서 뉴스 프로그램을 제작하는 ‘프리랜서’ 작가들이 기자·PD의 업무 지시를 받으면서 실질적으로는 근태도 구속받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원고 작성 외 주차비 정산부터 조연출, 앵커 리포트 작성까지 직무와 무관한 업무가 혼재돼 있었다.

30일 방송작가유니온(언론노조 방송작가지부)은 지난 10일부터 16일까지 전국 방송사 보도국 소속 작가 123명이 응답한 노동환경 설문 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소속 방송사는 전국 단위 지상파 36.6%(45명), 종합편성채널 43.1%(53명), 보도전문채널 9.8%(12명) 등으로 나뉘었다. 나머지는 KBS 지역총국과 MBC 지역사, 지역 민영방송, 국회방송 등이다. 

▲방송작가유니온이 지난 10~16일 간 전국 방송사 보도국 작가 123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노동환경 설문 조사 결과.
▲방송작가유니온이 지난 10~16일 간 전국 방송사 보도국 작가 123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노동환경 설문 조사 결과.

 

주 5일 출근하는 작가가 78.9%(97명)으로 압도적으로 많았다. 5일 이상 출근하는 비율은 82.9%에 달했다. 주 4일 이하 출근하는 이들은 1일 1.6%(2명), 2일 1.6%(2명), 3일 2.4%(3명), 4일 11.4%(14명) 등으로 나타났다. 

이들 대부분은 출퇴근 시간이 일정한 편이라고 밝혔다. 48%는 “매우 일정하다”고, 31.7%는 “다소 일정하다”고 응답했다. 같은 취지의 기타 의견까지 합하면 응답률은 93.5%에 달했다. 프리랜서 개념에 맞게 자유롭게 출퇴근하는 이는 6.5%에 불과했다. 

출퇴근 시간은 누가 정하냐는 질문엔 전임 작가의 일정 인수인계 등 ‘제작 관행’에 따른다는 답이 37.4%로 가장 높았다. ‘사측과 작가의 협의’(26%), ‘사측의 일방적 통보’(24.4%)가 뒤를 이었다. 이 밖에 “상황에 맞게 결정됨”, “회의시간과 방송 끝나는 시간 기준”, “과도한 업무로 퇴근 불가능”, “출근 안 하면 기자들이 눈치 줌” 등의 기타 의견이 나왔다. 

▲방송작가유니온이 지난 10~16일 간 전국 방송사 보도국 작가 123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노동환경 설문 조사 결과.
▲방송작가유니온이 지난 10~16일 간 전국 방송사 보도국 작가 123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노동환경 설문 조사 결과.

 

85.3%(105명)가 지각이나 조퇴·결근 시엔 상급자 허가를 받는다고 밝혔다. 응답별로 팀장, 부장, 국장 등이 50명이고 PD, CP 등이 41명으로 높았다. 메인작가 37명, 기자 12명, 데스크 7명, 앵커 5명 등이 뒤를 이었다. 

근무 장소 질문엔 “정규직 사원과 동일장소 내 지정된 자리”라는 응답(82.9%)이 가장 높았다. 8.1%는 “별도로 마련된 작가실”에서 일했고 4.9%는 “지정된 장소 없이 임의의 장소에서 대본을 작성”한다고 답했다. 업무용 컴퓨터 제공 여부엔 43.1%(53명)가 ‘제공하지 않는다’고 응답했다. 컴퓨터를 제공받는 56.1%(69명) 중 공용 컴퓨터를 사용하는 이는 17.9%, 개인 컴퓨터를 제공 받는 이는 38.2%였다. 

응답자 76.4%가 각 방송사가 소유한 ‘보도정보 시스템’을 이용했다. 뉴스 제작 전 과정을 통합 관리하는 시스템으로 취재 기획, 기사작성 및 송고, 데스킹, 자막 작성, 영상 편집 및 CG 의뢰, 큐시트 관리 등이 이뤄진다. 본인 아이디가 있는 경우(52%)가 없는 경우(48%)보다 다소 높았다. 

업무 변경 권한은 대부분 없었다. ‘업무 지시자 지시를 본인이 변경해 수행할 권한이 있느냐’는 물음에 72.4%(89명)가 “없다”고 답했다. 보도국 데스크와 PD, 기자들이 주된 지시자였다. 팀장, 부장, 국장의 지시를 받는 응답자는 41명이었고, 39명은 CP·PD 지시를 받는다고 밝혔다. 기자(28명), 앵커(13명), 데스크(5명) 등의 응답도 있었다. 35명은 메인작가라고 답했지만 이 가운데 작가에게 단독으로 지시받는 이는 13명에 불과했다.

정규직 업무를 대신한 적이 있느냐는 질문엔 다양한 답변이 달렸다. “주차증 관리”, “기자와 팀으로 일함”, “녹취 찾기”, “리포트에 필요한 영상 찾기”, “인력이 없어 조연출, PD 일을 대신함”, “제작비 정산, 작가들 월급 정산, 공문 요청 및 발송” 등이다. 

한 작가는 “출연자 정산 자료는 항상 작가가 취합해 보냈다. 주당 10개 코너 맡았는데도 앵커가 직접 쓰고 담당해야 할 클로징 멘트나 앵커 리포트가 작가 몫이었다”고 밝혔다. 이렇게 다른 직원 업무를 대신한 적이 있다고 답한 비율은 53.7%(66명)이었다. 

▲방송작가유니온이 지난 10~16일 간 전국 방송사 보도국 작가 123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노동환경 설문 조사 결과.
▲방송작가유니온이 지난 10~16일 간 전국 방송사 보도국 작가 123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노동환경 설문 조사 결과.

 

휴가와 병가 사용 경우 “원칙적으로 불가능하다”(59.3%)는 응답이 “사용할 수 있다”(40.7%)는 응답보다 다소 높았다. 이때 업무 공백이 생기면 다른 작가에게 양해를 구해 일을 부탁한다는 응답자는 65%였다. 8.9%는 정직원이 대신한다고 답했다. 5.7%는 대신할 사람이 없어 결방한다고 밝혔다. 기타 의견 중엔 “미리 일을 다 해놓고 휴가를 간다”(7명), “휴가·병가를 낸 적 없어 모른다”(7명), “집이나 병원에서 업무처리 한다”(3명) 등이 있었다. 

근로계약서를 쓴 작가는 응답자 100명 중 2명(2%)이다. 프리랜서 계약인 표준 집필계약서를 39명이 썼고, 32명은 업무 위탁계약서를 썼다. 기간은 ‘1년’이 46.8%로 가장 높았다. 기간의 정함이 없음이 40.4%로 뒤를 이었다. 6개월도 4.6%가 나왔다. 

방송작가유니온은 “뉴스에서는 노동문제, 비정규직 문제를 연일 보도하면서 보도국 내에서 상시지속 업무를 하는 작가들을 프리랜서로 위장 채용해 부품처럼 사용하고는 프리랜서라는 이유로 함부로 해고하는 방송사는 부끄러워해야 마땅하다”며 “‘프리하지 않은 프리랜서’는 반드시 없어져야 한다. ‘노동이 있는 곳에 근로계약’이라는 상식이 통하는 방송 현장을 만들기를 촉구한다”고 밝혔다. 

또 방송사에 “더 이상 ‘관행’이라는 핑계로 부조리 뒤에 숨지 말고 해법을 마련해야 한다”며 고용노동부, 방송통신위원회 등에도 “보도국 작가 노동 실태를 조사해 책임 있는 자세로 노동 환경 개선에 나설 것을 강하게 촉구한다”고 요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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