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호일보의 한 간부 기자가 평기자 집 앞에 집회 신고를 냈다. “회사 발전을 저해하는 노조위원장 사퇴”를 주장하기 위해서다. 기호일보 노조는 지자체 보조금을 횡령하고 각종 언론 윤리를 위반한 사장 사퇴를 요구하며 올해 하반기 내내 투쟁 중이다. 집회신고는 이 투쟁에 대한 반발로 보인다. 

기호일보 경기북부본사 A 본부장은 지난 22일 인천부평경찰서에 기호일보 B 기자가 사는 아파트 앞에서 집회를 연다고 신고했다. 명칭은 “회사 발전 저해하는 노조위원장 사퇴 요구 집회”로 참가자 9명이 오는 30일~31일 오전 7시부터 1시간 동안 ‘아파트 출입구 좌우 20m’에서 집회를 한다고 밝혔다. B 기자는 기호일보 노조위원장(현재 공석) 대행이다. 

A 본부장 집회 예정일은 노조가 신고한 집회 날짜와 겹친다. 기호일보 노조는 이보다 10여일 전인 지난 9일 “보조금을 횡령한 기호일보 한창원 사장 퇴진을 요구하는 집회를 연다”며 인천연수경찰서에 신고했다. 오는 30일 오전 7시부터 1시간 동안 한 사장 자택 앞 출입구 인근에서 집회를 열 계획이다. 

▲기호일보 CI.
▲기호일보 CI.
▲사진출처=기호일보 노동조합.
▲기호일보 노조 조합원들은 지난 11월부터 ‘사장 퇴진’ 리본을 다는 준법투쟁을 시작했다.

 

노조가 한 사장 퇴진 투쟁을 시작한 지 이달로 세 달 째다. 퇴진 촉구 성명을 여러 차례 내며 회사와 교섭을 시도했지만 제대로 된 대화 자리가 마련된 적은 없다. 이에 노조는 지난 11월 ‘사장 퇴진’ 리본을 달기 시작해 지난달 19일부터는 회사 앞 1인 시위도 열고 있다. 

노조 관계자는 “회사가 단체교섭을 거부하면서 정당한 이유를 밝힌 적은 없다”고 밝혔다. 노조는 지난해 11월부터 지금까지 2차례 단체교섭 요구 공문을 보냈고, 사측 관계자를 대면해 요구한 횟수도 3차례다. 지난 1년 간 공식 교섭은 열린 적 없고 노조는 정당한 거부 사유를 사측으로부터 듣지 못했다. 노조법상 노사는 정당한 이유 없이 교섭을 거부해선 안 된다. 

노조가 사장 집 앞까지 찾게 된 이유는 사측의 불성실한 태도에 있다. 회사는 교섭 요구에 응하지 않는 대신 최근 노조에 공문을 보내 민·형사상 대응을 언급했다. “노조의 위법 행동이 회사 경영에 피해를 주고 회사와 구성원들의 대외 이미지도 손상되니 활동을 자제해달라”며 “추후 회사와 개인의 명예훼손 등 취업규칙 및 노동조합법 관련 위배 사항에 대해 법적 절차를 진행할 수 있다”고 밝혔다. 

복수노조 설립 움직임도 있다. 이달 직원들에게 가입서를 메일로 보낸 ‘기호일보를 사랑하는 노동조합 설립 준비위원회’는 “노사 간 합리적인 소통과 화합을 통해 조직과 개인이 상생·발전하는 데 기여코자 한다”며 “회사 발전과 조직원들의 권익을 대변하는 책임 있는 노조가 되겠다”고 밝혔다. 그런데 관리자인 C 부장기자가 이를 주도하면서 사내엔 ‘기존 노조를 고립시키는 전략이 아니냐’는 입말도 돌았다. 

한 사장은 2018년 인천지방법원으로부터 업무상 횡령 유죄로 징역 1년6개월의 집행유예를 선고받았다. 2013~2018년 경인일보, 중부일보 등과 비영리법인을 만들어 지역행사 개최 명목으로 지자체로부터 보조금을 받고 횡령한 사건이다. 지난 8월에는 지역신문 사장들 외유성 여행 경비 136만원을 공기업 인천관광공사에 요구하고 실제 지원받은 사실이 확인돼 도덕적 지탄을 받았다.

▲8월25일 뉴스타파 "[언론의 '공짜 취재'] ③ 김영란법 이후에도 계속됐다" 보도 중 관련 내용 갈무리. 기호일보가 인천관광공사에 지역언론 사장단 외유성 출장 경비를 요청해 논란이 됐다.
▲8월25일 뉴스타파 "[언론의 '공짜 취재'] ③ 김영란법 이후에도 계속됐다" 보도 중 관련 내용 갈무리. 기호일보가 인천관광공사에 지역언론 사장단 외유성 출장 경비를 요청해 논란이 됐다.

 

노조는 이를 계기로 그동안 누적된 한 사장의 언론 윤리 위반을 폭로했다. 지난해 1월부터 지난 11월까지 약 130건의 보도자료 기사가 ‘(사장님)’ 문구가 달린 제목으로 기사입력기에 올라왔고 보도됐다. 특정 세무서 약 15건, 정치인 관련 13건, 특정 문화원 관련 13건, 보수단체 관련 8건 등이다. 노조는 특정 기관이나 인물의 비판기사가 갑자기 삭제되거나 ‘기사를 쓰지 말라’는 사장 전화를 직접 받은 기자도 있다고 밝혔다. 

노조의 근본적 목적은 편집국 개혁이다. 우선 사장에게 상법, 취업규칙 등에 따라 ‘사내이사 자격 상실’ 및 ‘해고’가 적용돼야 한다고 본다. 나아가 민주적 절차가 담보된 사장 공모제 도입을 주장하며 디지털 혁신, 출입처 제도 개선, 급여 체계 개선 등도 요구한다. 지난 21일에는 투명하고 공정한 인사 시스템을 요구했다. 그동안 시스템이 아닌 경영진 주관에 따라 채용이 이뤄진다는 논란이 있었고, 계약직을 뽑아 평가 후 정규직으로 전환시키는 기자 채용 관행도 폐지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와 관련 한 사장은 23일 입장을 묻는 미디어오늘 취재에 응하지 않았다. 집회 신고와 관련해 A 본부장은 “취재를 거부하겠다”고 밝혔다. C 기자도 복수 노조 설립과 관련한 질의에 답변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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