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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민의 경제기사비평] 오류 없는 기사가 드물다 
[이상민의 경제기사비평] 오류 없는 기사가 드물다 
[이상민의 경제기사비평]

1년 중 가장 중요한 날은 어떤 날일까? 본인 생일이나 결혼기념일 수도 있다. 실존적 경험에 따라 4월16일이거나 5월18일 수도 있다. 그런데 예산 측면에서는 12월2일이 가장 중요한 날이다. 내년도 예산안이 국회에서 확정되는 날이기 때문이다. 

예산은 3년 주기로 진행된다. 2020년 올해는 20년 예산이 집행된다. 동시에 19년 결산이 이루어지며 21년 예산이 편성된다. 즉 예산이 집행되는 n년 도에는 n-1년 결산과 n+1년 예산이 편성되는데 12월2일은 내년도 예산안이 ‘안’이라는 꼬리표를 떼고 본예산이 된다. 

그런데 왜 하필이면 12월2일일까? 국가재정법이나 국회법에 그렇게 쓰여있을까? 아니다. 무려 헌법 조항이다. “국회는 회계연도 개시 30일전까지 예산안을 의결해야 한다”는 헌법 제54조에 따라 12월2일이 최종 시한이다. 그래서 예산안 처리 시한을 지키지 않으면 헌법위반이다. 중앙정부 예산이 12월2일 확정돼야 중앙정부 보조금 사업 등을 반영해 광역단체는 12월17일까지 예산안을 확정한다. 기초단체는 광역단체 보조금 등을 반영해 12월22일까지 확정할 수 있다. 올해는 다행히 법적 시한을 지켰다. 87년 이후 8번째에 불과하다.  

이렇게 중요한 12월2일이 속한 한 주간 주요 언론 사설들을 분석했다. 12월2일이 수요일이니 월, 화, 수에는 예산안 통과에 대한 언론사의 바람을, 목, 금, 토에는 국회 예산안 심의 결과에 대한 언론사의 평가를 담아야 정상이다.

▲ 12월1일 조선일보 사설
▲ 12월1일 조선일보 사설

 

먼저 조선일보. 조선일보는 12월1일 ‘내년 적자국채 90조인데 여야 또 재난지원금 경쟁’ 그리고 12월4일, ‘하루 3000억원씩 국가부채 증가, 어느 누가 책임질 수 있나’란 사설을 발표했다. 재정정책은 결국 재정의 적극적 역할과 재정의 지속가능성 사이에서의 위험한 줄타기다. 언론사 성향에 따라서 어떤 언론사 사설은 적극적 역할을, 그리고 다른 언론사는 지속가능성을 높이자는 두 가지 상반된 의견이 다 나오는 것이 다양한 언론의 존재 이유다. 그런 의미에서 시의성에 맞춰 명료한 의견을 사설에 담는 것 자체는 바람직하다. 다만, 명확한 개념이 아쉽다. 조선일보가 말하는 ‘적자 국채’는 내용상 ‘국채’를 뜻하는 것으로 보인다. 국채와 적자국채는 다른 개념이다. 개념에 맞춰 국채라고 쓰자. 특히, 4일 사설을 보면 국회에서 예산액을 늘린 것은 코로나 대응이라기보다는 내년 재보궐 선거 때문이라고 한다. 그러나 지난 4월에는 21대 국회의원 선거가, 19년 4월에도 국회의원 보궐선거, 18년 4월에는 전국동시지방선거가 있었다. 그런데 내년 재보선 때문에 10년만에 처음 국회에서 예산안을 늘렸다는 설명은 설득력이 떨어진다.

중앙일보는 3일 ‘내년 예산 558조원...내 돈이라면 이렇게 쓸까’라는 사설을 한 차례 다뤘다. 국채를 적자국채라고 잘못 표현한 것 외에도 GDP 대비 국가채무 비율이 역대정부가 지켜온 마지노선이라는 표현은 올바른 설명이 아니다. 분모인 GDP는 1년간 발생한 부가가치를 합친 유량(flow)개념이지만 분자인 국채는 작년 국채뿐만 아니라 수십년전 국채도 누적해서 쌓이는 저량(stock)개념이다. 분자만 누적되다보니 최소한 국가의 복지정책이 완성될 때까지는 점차 늘어나는 것이 정상이다. 이에 GDP대비 국채비율 40%는 박근혜정부때 마침 국채비율이 39% 대로 증가 중인 당시 상황에서 처음 만들어진 단계적 개념에 불과하다. 실제로 2002년 국가채무 비율은 불과 17.6%였으니 국채비율 40%는 역대 정부가 추구해온 불변의 목표는 아니다.

동아일보는 3일 ‘여야 퍼주기 경쟁에 나랏빚 1000조 육박’. 4일 ‘나랏빚 폭증 아랑곳없이 지역구 챙긴 여야 실세의 몰염치’ 두 개 사설을 실었다. 그런데 내년 예산안은 올해 4차례 추경예산을 합한 금액보다 3조원 이상 많다고 한다. 그러나 이는 예산안과 예산을 혼동한 잘못된 서술이다. 예산안은 국회의 심의를 통과하지 못한 것을 이르는 것으로 정부 예산안이 국회를 통과하면 예산이 된다.

한국일보는 11월30일 ‘3차 재난지원금 정교한 선별과 제때 지급이 중요’ 4일 ‘법에도 없는 소소위 예산 심사 안한다더니’ 사설 두 개를 다뤘다. 소소위 예산 문제를 다뤘다는 점에서 높은 평가를 준다. 그러나 정부안보다 예산이 늘어난 것은 2009년 이후 11년 만이라고 하는데 이는 사실이 아니다. 4대강 예산을 담은 2010년에도 정부안보다 늘어난 예산을 날치기로 국회를 통과했다. 

한겨레는 11월30일 ‘재난지원금 담은 예산 법정시한 지켜야 한다’는 사설을 단 한 차례만 다뤘다. 법정시한을 지켜야 마이너스 성장이 예상되는 경제 활력을 위해 신속한 예산 집행이 중요하다고 한다. 그러나 내년 경제성장을 마이너스로 예상하는 곳은 아직은 없다. 불필요한 과장법은 오류를 낳기 마련이다. 

▲ 12월5일 경향신문 사설
▲ 12월5일 경향신문 사설

 

경향신문은 2일 ‘법정시한 내 예산안 처리에 합의한 여야’, 5일 ‘공공병원 예산이 고작 15억원’이라는 사설 두 개를 다뤘다. 특별한 오류는 안 보인다. 칭찬한다. 

예산, 재정 관련 기사를 읽어보면 오류가 없는 기사가 오히려 드물다. 그래도 예산 재정을 다루는 것이 직업인 사람 입장에서는 오류가 나더라도 다루지 않는 것보다는 낫다. 그런 의미에서 가장 문제는 서울신문이 아닐까 한다. 서울신문은 11월30일 부터 12월5일까지 예산안 통과 주간에 단 한 차례도 예산 관련 내용을 사설에 싣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래도 전주인 11월26일 ‘3차 재난지원금 지급 적극 검토해야’라는 사설을 다룬 적은 있다. 내년도 예산은 558조원이다. GDP 1900조원의 거의 30%에 이르는 큰 규모다. 더 많은 예산 기사를 정확하게 다루는 언론이 많아지기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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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람 2020-12-19 22:21:27
나는 검찰 사태에서 검찰 간부와 언론사주의 만남을 그냥 넘어간 징계위를 보면서, 한국 검찰/언론에 대한 신뢰를 거의 거뒀다. 해외 민주주의 언론이 보면, 견제와 감시가 작동되지 않는 한국 견제 시스템을 유사 공산주의 국가로 볼 것이다. 일본 극우 매체가 한국을 공산주의 국가라고 말해도 나는 할 말이 없다. 언론 신뢰가 최악인데, 언론보도를 비판하는 내가 이상할 정도다. 씁쓸하다. 집단을 버리는 것보다 국민을 버리는 게 쉬운가. 이러니 가짜뉴스와 허위기사/잘못된 언어 사용/선전/선동이 난무하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