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 준법감시위? 이재용 형량 감경 외 어떤 의미도 없다”
“삼성 준법감시위? 이재용 형량 감경 외 어떤 의미도 없다”
김경율 회계사, 토론회서 강경 비판 “오로지 정준영 판사 위한 것”… 강제·지속성 없어 “무전유죄, 유전집행유예 재판”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뇌물죄 파기환송심을 맡은 재판부가 양형 참작 요소로 밝힌 ‘준법감시기구 설치’를 두고 시민사회의 강도 높은 비판이 쏟아졌다. 재벌 총수의 사적 범죄에 적용할 수 없는 감경 사유인데도 재판부가 강행 중이며 기구의 강제력·감시 효과·지속가능성 모두 ‘0’에 가깝다는 평가다. 

김경율 회계사(경제민주주의21 대표)는 14일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경실련)에서 열린 ‘삼성 준법감시위 진행에 대한 평가토론회’에서 “재판장 정준영 판사를 위한, 정준영 판사 요구에 의해 만들어진 기구일 뿐”이라며 “형량 감경 외 어떤 의미도 없다”고 비판했다. 토론회는 경제개혁연대, 경제민주주의21, 경실련, 민변 민생경제위, 민주노총, 참여연대, 한국노총, 한국YMCA전국연맹 등이 열었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지난 11월30일 오후 서울 서초구 서울 고등법원에서 열린 '국정농단 뇌물 사건 파기환송심' 속행공판에 출석하고 있다. ⓒ민중의소리 김철수 기자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지난 11월30일 오후 서울 서초구 서울 고등법원에서 열린 '국정농단 뇌물 사건 파기환송심' 속행공판에 출석하고 있다. ⓒ민중의소리 김철수 기자

 

정준영 부장판사(서울고법 형사1부)가 재판 초기 양형 기준으로 삼겠다며 설치를 권고한 준법감시위는 특검과 시민사회 일각의 반발에도 계속 운영 중이다. 8차 공판이 열린 지난 7일엔 감시위를 심리한 전문심리위원단의 최종 의견 발표가 진행됐다. 위원 3명의 의견이 하나로 모아지지 않아 통합보고서는 아직 제출되지 않았다고 알려졌다. 

특검이 추천한 홍순탁 회계사는 강제성, 실효성, 지속가능성을 모두 낮게 평가했다. 재판부 측 강일원 전 헌법재판관도 강제성과 지속가능성에 유보적 답을 냈다. 삼성 측 위원 김경수 변호사만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김 회계사는 이 심리도 형량 감경을 위한 요식행위일 뿐이라고 질타했다. 조사 절차와 수준을 따져보면 “심리가 아니라 컨설팅 수준”이라는 것이다. 김 회계사는 회계사 현장 조사에 적용하는 GAAS 회계감사기준을 일례로 “경영진이 알고 있는 모든 기록, 문서 등 정보에 대한 접근 및 감사 대상에 대한 접근도 제한이 없어야 하며 내부 회계관리제도 운영실태보고서도 요청할 수 있고 거절되면 이는 감사 의견을 거절할 수 있는 범위 제한”이라며 “어떤 기준도 충족하지 않은 심리였다”고 평가했다. 

불충분한 심리는 전문심리위원도 스스로 밝힌 바다. 위원 3명의 현장조사에 소요된 시간은 3일에 걸쳐 10시간에 그쳤다. 미래전략실의 후신인 사업지원TF에 대한 기본 조사도 하지 못했다. 김 회계사는 이를 표준감사시간에 빗대 “지난해 삼성전자 감사 투입 인원은 한해 136명이고 6만7000여시간을 썼다”며 “공인회계사회 표준감사시간 제정안 기준(40%)보다 낮은 30%를 잡아도 1만8000시간은 나온다. 그런데 고작 10시간”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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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일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경실련) 등 8개 시민사회단체가 ‘이재용 국정농단 뇌물사건 파기환송심과 삼성 준법감시위 진행에 대한 평가토론회’를 열었다. 사진=경실련 유튜브 갈무리
▲14일 토론회에 참석한 김우찬 고려대 경영학 교수.
▲14일 토론회에 참석한 김우찬 고려대 경영학 교수.

 

김우찬 고려대 교수(경영학)도 실효성과 지속가능성 측면을 강하게 비판했다. 우선 준법감시위 결정은 강제력이 없다. 대외로 감시 내용을 알리는 게 압박 수단 전부다. 그룹 총수 범죄를 방지하려면 전 계열사가 준법감시위와 협약을 맺어야 하는데도 7개 계열사만 체결했다. 그런데 경영 책임자들이 조직적 증거인멸로 유죄를 선고받고 분식회계로도 기소된 삼성바이오로직스는 협약을 맺지 않았다. 2년 전 ‘유가 증권 위조’ 논란이 불거지고 삼성물산-제일모직 불법 합병에도 연루된 삼성증권도 빠졌다. 

김 교수는 “올해 3월 주주총회에서 회사가 추천한 삼성SDI와 삼성SDS 사외이사 후보를 보면 1명은 삼성바이오로직스 분식회계 혐의를 부인하는 의견서를 낸 인물이고, 또 1명은 2015년 삼성물산과 제일모직 합병이 정당했다고 의견서를 냈다”며 “모두 준법감시위 출범 이후의 일로 부적절 인사가 사외이사로 추천되지 않도록 권고했어야 했지만 하지 않았다”고 꼬집었다. 

김태한 삼성바이오로직스 사장도 지난 3월 사내이사에 재선임됐다. 그는 2011년 삼성바이로로직스 설립 때부터 이사로 재직하며 이번 분식회계 등 회계사기를 사실상 지휘한 인물로 지목된다. 

준법감시위 협약 탈퇴는 당사자 서면으로 가능하다. 준법감시위 위원과 사무국 직원 임기는 2년이다. 김 교수는 “준법감시위 구성원들의 책임 의식이 강하다는 이유로 지속가능한 기구라고 말을 하는데 어불성설”이라며 “2006년 일명 ‘삼성 X-파일 사건’ 이후 ‘삼성을 지켜보는 모임’이 생겼지만 2년 후 끝났고, 2008년 고 이건희 회장이 ‘삼성 비자금 특검’ 후 1조원을 사회 환원한다고 공언했으나 안 지켰다”고 강조했다. 

▲14일 토론회 참석한 김종보 변호사.
▲14일 토론회 참석한 김종보 변호사.

 

“준법감시위 ‘이재용 사퇴’ 말 못하면 이미 끝”

“회삿돈 86여억원을 횡령해 대통령에게 뇌물을 줬다. 3여년 재판을 거치며 대법원에서 유죄 판단을 받았다. 상식적인 준법감시위라면 이런 대표에게는 퇴진을 요구해야 한다.” 김종보 변호사는 이 점만 봐도 준법감시위는 실효성 없는 기구라 볼 수 있다고 밝혔다. 

정준영 판사의 전제부터 그릇됐다는 지적은 전문가들 공통 견해다. 이재용 부회장 뇌물 사건은 재벌 총수가 사익인 불법 경영권 승계를 위해 회삿돈을 뇌물로 빼돌린 개인 범죄다. 그런데 정 판사는 ‘기업 범죄’에 적용 가능한 ‘미국 연방 양형기준’ 제8장을 적용해 삼성 측에 준법감시위 설치를 권고했다. 준법감시제도를 운영하는 법인에는 양형 감경이 가능하다는 취지의 조항이다. 

전성인 홍익대 교수(경제학)는 “미국 연방 양형기준 8장의 취지는 전혀 다르다”며 “우선 법인에만 가능하고, 위법 행위 당시 준법 감시 체계가 작동하고 있어야 가능하고, 경영 책임자가 위법행위에 직접 참가했거나 고의로 외면했을 땐 면제가 안 된다. 이 부회장은 어디에도 부합하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14일 토론회 참석한 박용석 민주노총 민주노동연구원장.
▲14일 토론회 참석한 박용석 민주노총 민주노동연구원장.

 

전 교수는 또 “가해자 범죄가 피해자 탓으로 둔갑한 논리”라고 비판했다. 삼성전자 등 계열사는 이 부회장 횡령 범죄 피해자에 가깝다. 전 교수는 “회사의 준법감시 제도가 부실해 총수가 범죄를 저질렀고, 범죄자를 치료하는 게 아니라 피해자인 계열사를 치료하면 된다는 식”이라며 “성폭력 범죄자에게 전자발찌를 채우는 게 아니라 피해자가 CCTV를 달았는지를 보고 양형을 정하는 셈”이라고 말했다. 

김종보 변호사는 근본적으로 “회삿돈 86억원을 뇌물을 주기 위해 횡령했는데 준법감시기구를 설치했다고 사법부가 형을 깎아주는 게 맞느냐”며 “이 같은 부당함을 알면서도 어떤 논리와 궤변으로 판결문을 쓰면서 깎아줄 것인지, 아니면 공명정대하게 판결할지 시민사회가 지켜봐야 한다”고 밝혔다. 2017년 12월 수원지법은 삼성물산 자금 10억원을 횡령한 전 삼성물산 직원에게 징역 4년을 선고했다. 김 변호사는 “참 이해하기 어렵지만 우리 사법부는 일반 직원이 횡령하면 거의 실형이고, 기업 총수가 횡령하면 집행유예”라며 “무전유죄, 유전집행유예란 말이 나오는 이유”라 덧붙였다. 

박용석 민주노총 민주노동연구원장은 “이 사건은 4년 전 박근혜 전 정부의 국정농단 공범으로 국민들이 촛불을 들고 광장으로 나온 원인이 됐다”며 “촛불의 힘으로 집권한 문재인 정부는 재벌개혁을 외쳤지만 현재 이 정신도 후퇴하고, 재판부 또한 이재용에게 관대하다. 촛불을 든 국민들이 무슨 생각을 할까”라고 꼬집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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