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 정무위원회에서 가습기살균제 참사 진상규명을 제외하는 사회적 참사 특별법 개정안이 통과된 가운데 환경부가 진상조사를 반대한 것으로 드러났다. 

미디어오늘 취재 결과 환경부는 가습기살균제 진상규명의 유일한 증거라고 할 수 있는 살균제 구매 기록을 2011년부터 2016년까지 약 5년간 방치하는 등 진상조사에 부정적 태도를 보인 가운데 국회 정무위에도 진상조사가 필요없다는 내용을 보낸 것이다. 

환경부가 국회 정무위에 제출한 사참위 활동기간 연장에 대한 부처별 수용여부 문건을 보면 환경부는 “가습기살균제 사건과 관련 특조위 출범 전부터 2016년 검찰수사 및 국회 국정조사, 2017년 가습기살균제 피해구제를 위한 특별법 제정 등 진상규명, 책임자 처벌, 피해구제를 위한 활동이 이뤄졌다”며 “지난 2년여간의 위원회 활동으로 원인규명, 정부대응 적정성 조사 등 특조위 설치 목적이 충족됐다고 판단됨”이라고 ‘불수용’ 의견을 보냈다. 

환경부는 또한 “가습기살균제 피해구제 특별법 개정(2020년 9월25일 시행)으로 피해구제를 확대하기 위한 법적 근거가 마련됐으므로 특위 형식의 한시적 조직보다는 국회 및 정부 차원의 상설조직을 통해 안정적인 피해자 지원업무를 수행하는 게 타당할 것”이라며 사참위 활동기간 연장에 반대했다. 

▲ 가습기살균제 참사 피해자들이 지난해 5월24일 서울 여의도 옥시레킷벤키저 본사 앞에 세운 시민분향소를 철수하고 정부와 기업의 책임을 촉구하는 기자회견을 열었다. 피해자 이재성씨(가운데)가 가습기살균제 피해로 숨진 아기의 영정사진을 들고 있다. 사진=김예리 기자
▲ 가습기살균제 참사 피해자들이 지난해 5월24일 서울 여의도 옥시레킷벤키저 본사 앞에 세운 시민분향소를 철수하고 정부와 기업의 책임을 촉구하는 기자회견을 열었다. 피해자 이재성씨(가운데)가 가습기살균제 피해로 숨진 아기의 영정사진을 들고 있다. 사진=김예리 기자

 

반면 사회적참사특조위는 정무위에 “가습기 살균제 참사 진상규명에 매진했음에도 대내·외적 한계로 조사내용이 여전히 미진하다”며 연장을 요청했다. 사참위는 미진한 조사내용으로 “조사기간 및 인력의 한계, 조사내용의 일부가 현재 재판진행 중인 범죄사건과 관련, 코로나19로 인한 조사대상자나 참고인 대면조사 및 해외현지조사 제약, 관련 기관 및 정부부처의 비협조 등”을 이유로 들었다. 여기서 정부부처는 환경부도 포함한다. 

또한 사참위는 “피해신고가 없는 제품, 폐업한 기업이 제조·판매한 가습기 살균제 제품 조사 등 추가로 진상규명해야 할 과제들이 산적해있다”고 국회에 보고했다. 

그렇지만 박주민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발의한 사회적참사특별법 개정안을 여당은 환경부 주장대로 수정해 지난 8일 정무위에서 처리했다. 

미디어오늘 취재를 종합하면 가습기살균제를 마트 등에서 구매하면 5년간 구매기록이 남는데 이는 현재로서 유일한 증거다. 2011년 가습기살균제가 사회적 문제로 떠올랐지만 환경부는 2016년 국정조사 때까지 국민들에게 이를 안내하지 않아 그간의 판매이력이 보존되지 않은데 책임이 있다. 이에 2016년에서야 안내를 시작해 최근 15만건의 구매기록을 사참위가 입수해 조사중이다. 만약 2011년부터 기록을 보관했다면 더 많은 구매기록을 확보했을 것으로 보인다. 환경부는 그동안 피해자 규모를 늘어나는 것에 부정적인 태도를 보여온 것으로 알려졌다.

최예용 사참위 부위원장은 9일 진상규명 중단에 항의하는 차원에서 사퇴의사를 표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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