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C 스포츠국이 경영진이 추진하는 ‘중계·제작 이관’을 골자로 한 조직개편안에 내부 성명을 내는 등 반발 움직임이 나왔다. MBC 노사는 스포츠국 구성원을 포함하는 조직 개편 관련 대화를 시작하기로 했다. 

MBC 스포츠국 PD들을 포함한 구성원 19명은 지난 3일 사내 게시판에 국 명의 성명서를 내고 “우리들을 기존의 제작 업무에서 하루아침에 배제하려는 조직개편이 진지한 고민과 소통 없이 잔인한 방식으로 진행되고 있다”며 “개편 당위성만을 들이미는 회사에 대해 스포츠국 구성원들은 깊은 배신감과 분노를 느낀다”고 밝혔다. 

MBC는 내년 1월을 시한으로 중계·제작 기능을 MBC플러스의 스포츠 전문 채널 ‘스포츠플러스’로 일원화하고 본사 스포츠국에는 취재 리포트와 기획, 사업 기능을 남기는 조직개편안을 마련하고 있다. 현재까지 스포츠국은 올림픽과 월드컵 등 종합대회를, 스포츠플러스는 단일종목을 중심으로 중계·제작을 맡아왔다. 

스포츠국은 ‘스포츠는 오늘 죽었다’라는 제목의 이 성명에서 “(경영진의 안은) 구성원들의 터전을 없애고 해당 업무에서 배제한다는 것을 의미한다”며 “회사는 시한을 내년 1월로 정하고 장기 비전 제시나 충분한 의견수렴 절차 없이 폭압적 방식으로 개편을 추진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스포츠국은 회사가 구성원의 노동 환경이 걸린 문제를 명확한 근거 제시나 소통 없이 밀어붙이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들은 “구체적 수치와 근거를 밝혀달라고 되물었을 때 ‘우리가 언제 숫자와 근거로 조직개편을 했나’라는 답변을 들었다”며 “회사는 시종 ‘조직의 비효율성’을 이유로 개편 당위성만 얘기하고 있다”고 했다. “경영진에게 JTBC, tvN 등 경쟁사들이 스포츠에 투자를 늘리는 이유와 스포츠 콘텐츠 미래에 대해 물었을 때 들은 대답이 ‘우리가 그것까지 알아야 하나?’였다”고도 했다. 

▲MBC 스포츠 로고
▲MBC 스포츠 로고

스포츠국은  “우리 시스템과 노하우는 제작 기능을 스포츠플러스로 이관한다고 해서 인수인계할 수 있는 영역이 아니다”라며 “최근 5년 간 대형 스포츠 이벤트의 제작 사업자로 KBS나 SBS가 아닌 MBC가 선정됐던 것은 시장에서 최고의 제작역량 및 최적의 사업구조를 인정받았다는 증거”라고 했다. 앞으로 1년 반 동안 도쿄 올림픽과 베이징 동계 올림픽, 항저우 아시안게임, 카타르 월드컵 등 빅 이벤트 4개를 앞둔 시점에 시기적으로도 적절하지 않다고 했다. 

이들은 “현 경영진 모두 지난 세월, 제작 자율성을 침해당하고 공정한 방송 활동을 억압받는 경험을 해보셨으리라 생각한다. 스포츠국 구성원 삶이 걸린 문제에 ‘부서 유지가 비효율적이다’ ‘SBS가 했다’는 말만 반복하는 상황을 정당하게 받아들일 수 없다”며 “이것이 언론 자유와 공정성을 위해 싸워온 MBC의 방식인가? 최소한 진정성 있는 고민의 흔적을 보여달라”고 했다. 

스포츠국 구성원들은 “스포츠국 구성원들은 현재 자행되고 있는 경영진의 폭압적 방식과 과정들을 거부하며 이해와 설득이 동반된 소통을 요구한다”고 밝혔다. 

전국언론노조 MBC본부도 지난달 말 발행한 노보에서 스포츠국 조합원 명의의 글을 통해 회사의 조직개편안이 ‘스포츠부문 효율화를 명분으로 한 사실상 일방 구조조정’이라고 했다. MBC본부 서울지부 스포츠국 조합원은 해당 글에서 “(개편안이) 관철된다면 스포츠국 구성원에게 남는 것은 ‘누가 떠나고 누가 남을 것인가?’라는 잔인한 질문”이라며 “노동조건의 중대한 변화”라고 했다. 

MBC 노사에 따르면 회사는 7일 오후 노사협의회에서 스포츠국 구성원들 반발에 노조와 스포츠국 구성원이 참여하는 자리를 만들어 대화를 지속하기로 했다. 오동운 언론노조 MBC본부장은 “조직개편안의 완결 여부를 떠나 구성원이 대화를 요청하고 있는 상황에서 회사와 언론노조 MBC본부, 구성원을 포함하는 소통 자리를 만들기로 했다”고 했다. MBC노사는 노사협의회가 스포츠국 조직개편안 변동 가능성을 논하는 자리는 아니었으며 구체적 내용은 앞으로 대화에서 논의할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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