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 문화체육관광위원회 소속 김승원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취재·제작 및 편집의 자율성 보장을 위해 편집위원회 설치를 의무화하고 포털의 사회적 책무를 강화하는 내용을 골자로 한 ‘신문 등의 진흥에 관한 법률’(신문법) 개정안을 지난달 13일 대표 발의한 가운데 개정안을 놓고 신문협회·편집인협회와 전국언론노동조합이 충돌했다. 해당 법 개정 작업에는 언론노조가 함께했다. 

신문협회와 편집인협회는 지난달 30일 김 의원의 신문법 개정안에 대해 폐기 입장을 문화체육관광부에 전달하며 “일률적으로 편집위원회 설치 등을 법률로 강제해 신문 편집인의 편집권 침해, 사적 자치의 침해 등 헌법적 가치를 정면으로 위반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개정안에 따르면 일간신문 사업자는 편집위원회를 두도록 의무화했다. 편집위원회에는 사업자를 대표하는 편집위원과 취재 및 제작종사자를 대표하는 편집위원을 포함해야 하며 편집위원회는 신문 제작 자율성 보장을 위해 △편집의 공공성 및 자율성 보장에 관한 사항 △편집의 기본원칙에 위배되는 내용으로서 양심에 반하는 취재 또는 제작에 대한 거부권에 관한 사항 △편집 및 취재 관련 윤리지침에 관한 사항 등이 담긴 편집규약을 제정해야 한다.

이들 협회는 “(개정안에 담긴) 신문사 관련 22개 조항 가운데 20개가 의무 또는 강제 조항으로 신문법 1조(목적)가 명시한 ‘신문 발행의 자유와 독립 및 그 기능을 보장’이란 취지를 정면으로 위반하는 것”이라 주장했다. 이어 “개정안은 편집위원회 등 설치 유무에 따라 언론진흥기금 지원 여부를 결정하도록 해 정부가 신문 편집에 개입할 수 있는 길을 열어놓았다”며 “언론을 통제하겠다는 위험천만한 발상이며, 언론의 자유를 훼손할 우려가 크다”고 했다. 이어 “해외 선진국가에서 정부가 법률로 편집위원회 설치를 강제하는 사례는 없다”고 덧붙였다. 

언론노조와 전국신문통신노조협의회는 1일 “신문 발행에 있어 자유와 독립이라는 가치는 정치권과 자본과 같은 외부의 압력은 물론이고 내부의 부당한 압력으로부터도 보호되어야 한다. 그러나 현재의 법은 오직 사주들의 자유와 독립만 보장할 뿐”이라며 신문협회 등의 주장을 반박했다. 이들은 “신문협회는 ‘신문사업자가 종사자의 취재와 제작 및 편집 활동을 보호하고 자율성을 보장하여야 한다’는 개정 조항에 대해 신문사업자의 권리를 침해하는 과도한 규제로 삭제해야 한다고 밝혔다”며 “헌법과 신문법은 신문사주의 권한만 보호해야 한다는 주장과 무엇이 다른가”리고 비판했다. 

▲김승원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취재·제작 및 편집의 자율성 보장을 위해 편집위원회 설치를 의무화하고 포털의 사회적 책무를 강화하는 내용을 골자로 한 ‘신문 등의 진흥에 관한 법률’(신문법) 개정안을 지난달 13일 대표 발의하며 기자회견을 갖는 모습. 오정훈 언론노조위원장이 발언하고 있다. ⓒ언론노조
▲김승원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취재·제작 및 편집의 자율성 보장을 위해 편집위원회 설치를 의무화하고 포털의 사회적 책무를 강화하는 내용을 골자로 한 ‘신문 등의 진흥에 관한 법률’(신문법) 개정안을 지난달 13일 대표 발의하며 기자회견을 갖는 모습. 오정훈 언론노조위원장이 발언하고 있다. ⓒ언론노조

언론노조와 전신노협은 “편집위원회와 편집규약 등 의무화는 간섭이라기보다는 공적 지원을 위한 명시적 기준”이라며 “신문협회마저도 자율적으로 잘하고 있다고 자랑하는 민주적인 내부 논의 구조의 형식을 공적 지원의 기준으로 정하는 것이 간섭이란 주장은 모순”이라고 주장했다. 이어 “신문협회는 편집위원회와 편집규약을 잘 지키는 언론에 공적 지원을 하는 것에 대해서도 정부 개입 등의 부작용을 우려했으나 현재 지역신문발전지원 특별법에서도 우선 지원 대상자 선정 기준의 하나로서 문제없이 잘 유지되고 있다. 오히려 신문협회 등이 지원 기준으로 앞세우는 ABC부수 인증에 대한 문제 제기의 목소리가 더 크다”고 했다.
 
언론진흥기금 관리·운용 주체를 한국언론진흥재단에서 문화체육관광부로 변경하는 개정안에 대해서도 의견이 엇갈렸다. 신문협회 등은 “정부의 미디어정책 기조, 성향에 따라 언론지원사업의 틀이 달라져 공적기금 운용의 독립성, 자율성이 훼손될 뿐 아니라 언론진흥기금 집행의 공정성·투명성을 저해할 우려가 있다”며 “정부 지원금에 의한 언론 통제와 이로 인한 언론 자유의 침해 가능성 등을 감안할 때 폐기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한국언론진흥재단 고위관계자 역시 “정부와 대척점에 있어야 할 언론노조가 정부에게 기금 운영을 직접 맡기는 것은 부자연스럽다”고 지적했다. 

이에 대해 언론노조와 전신노협은 “이 같은 우려를 드러내기 전에 신문협회는 자기 고백부터 해야 옳다. 언론재단의 언론진흥기금관리위원회에 신문협회가 위원으로 참여하고 있음을 말이다. 지원하는 곳과 지원받는 곳이 같은 모순부터 고치자는 입장이라면, 언론진흥기금의 투명한 관리와 운용에 대해 언론노조는 누구와도 기꺼이 논의할 준비가 되어 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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