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오늘

[이주의 미오픽] ‘성소수자 축복’ 목사 징계가 역사적 사건인 이유
[이주의 미오픽] ‘성소수자 축복’ 목사 징계가 역사적 사건인 이유
‘축복, 죄가 되다’ 뉴스앤조이 구권효 편집국장·최승현 기자, 경소영 ‘유유히유영’ PD

기독교대한감리회(기감)가 이동환 영광제일교회 목사에게 성소수자 축복기도를 했다는 이유로 지난달 15일 정직 2년을 선고했다. 이동환 목사는 지난해 8월 인천 퀴어문화축제에서 축복식 집례자로 나서 축복기도를 올리고 참가자들에게 꽃잎을 뿌렸다. 국내 기독교 교단이 목회자가 성소수자를 축복했다는 이유로 재판을 열어 징계한 최초 사례다.

뉴스앤조이의 단편 다큐멘터리 ‘축복 죄가 되다’ 제작진은 지난 23일 “이동환 목사 징계는 성소수자 인권을 지지하는 목소리가 높아지는 한국 사회에서 기독교가 오히려 극우화하는 현상을 보여주는 상징적 사건”이라고 했다. 가쁜 호흡의 현장 취재를 중심으로 운영되는 소규모 언론사가 다큐 영상을 제작하기로 결단한 까닭이다. 뉴스앤조이의 구권효 편집국장, 경소영 ‘유유히유영’ PD, 최승현 기자가 기획과 제작에 참여했다.

‘축복, 죄가 되다’는 교계에 확산하는 성소수자 혐오를 보수 기독교계의 특성과 정치 전략의 측면에서 분석했다. 김근주 느헤미야 기독연구원 교수는 다큐에서 “국내 개신교에서 끔찍한 게 걸핏하면 전투적 자세”라며 “목표가 하나 생기면 신앙에 ‘열심’이 생기고, 남을 박살내고 색출하는 걸로 뜨거움을 발휘하면서 개신교 교회 전투성이 드러날 것 같은 (심리)”라고 짚는다. 다큐는 “감리교단 내에는 민주주의가 없다. 전국 교회 자체도 그렇다. 교단의 왕, 목회자 등 소수 의결권자가 교회를 좌우한다”고도 지적한다.

[ 관련 영상 : ‘축복, 죄가 되다’ / 뉴스앤조이 ]

▲뉴스앤조이 단편 다큐멘터리 영상 ‘축복, 죄가 되다’ 갈무리
▲뉴스앤조이 단편 다큐멘터리 영상 ‘축복, 죄가 되다’ 갈무리
▲뉴스앤조이 단편 다큐멘터리 영상 ‘축복, 죄가 되다’ 갈무리
▲뉴스앤조이 단편 다큐멘터리 영상 ‘축복, 죄가 되다’ 갈무리

뉴스앤조이는 기독교 내 성소수자 혐오를 비롯한 극우·약자혐오 이념이 싹트는 움직임을 비판적으로 주시해왔다. 다큐가 기독교계 내 성소수자 혐오 움직임을 정치적 맥락에서 비출 수 있었던 이유다.

구권효 편집국장은 “개신교가 ‘성소수자 혐오’에 조직적으로 뛰어든 게 2014년께다. 퀴어퍼레이드를 몸으로 저지하는 집회도 이 때 시작됐다”고 했다. 현장 인터뷰와 영상제작을 맡은 경소영 PD는 “인터뷰이로 나온 김근주 교수도 성소수자 인권 옹호 강의를 이유로 예장합동의 특강 금지 조치를 받았다”며 “한국 기독교가 적을 상정해 물리치려 하고, 이 행위 자체를 신앙의 척도로 삼는 경향이 있다. 시절에 따라 이는 반공, 이슬람 혐오를 거쳐 2010년대 중반부터 성소수자 혐오에 이르렀다”고 말했다.

이동환 목사를 징계한 근거 규정부터가 생긴 지 얼마 안 됐다. 감리교 재판법 제3조8항은 “동성애 찬성·동조 행위”를 마약과 도박과 같은 층위에 두고 징계 대상으로 규정하는데, 2015년에 신설됐을 뿐더러 일반 신도들은 규정 존재도 몰랐다.

영상 제작 결정 이전부터 현장 취재를 맡아온 최승현 기자는 “교계 내 약자혐오 움직임은 매카시즘과 비슷하다”며 “한 예로 김영우 총신대 총장은 각종 비리 의혹으로 2018년 학생들의 수업 거부와 점거 사태, 용역 진압까지 이르렀는데, 서울광장에서 퀴퍼를 가로막는 집회를 할 땐 학생과 총장이 하나 돼서 ‘동성애 반대’를 외치더라”고 했다.

▲뉴스앤조이 단편 다큐멘터리 영상 ‘축복, 죄가 되다’ 갈무리
▲뉴스앤조이 단편 다큐멘터리 영상 ‘축복, 죄가 되다’ 갈무리
▲뉴스앤조이 단편 다큐멘터리 영상 ‘축복, 죄가 되다’ 갈무리
▲뉴스앤조이 단편 다큐멘터리 영상 ‘축복, 죄가 되다’ 갈무리

‘축복, 죄가 되다’는 약자에 대한 동정 혹은 포용의 시선에 머물지 않는다. 이혜연 인천퀴어문화축제 조직위원장은 다큐 속 인터뷰에서 “2018년 1회 퀴어퍼레이드 이후로 교회는 너무 무서운 곳이었다. 교회에서 나오는 무리를 보며 ‘저들도 (교인들이 축제를 몸으로 막아섰던) 동인천역에 있었을까? 알아보면 어떡하지?’ 생각하면 돌아다니기도 힘들었다”고 말한 뒤 “놀랍게도 2회 축제를 기점으로 많은 게 바뀌었다. 축복식은 회복의 과정이었고, 교회에 우리와 같은 목소리를 내는 사람이 있다는 건 엄청난 힘”이라고 했다. 다큐는 “목사들이 매주 하고, 교인이 매주 받는 축복기도 행위를 이유로 징계한 것이 말이 되지 않는다”고 지적하기도 했다.

경 PD는 다큐에서 기독교 내에서 아래로부터 대화가 시작돼야 한다는 점을 강조하고 싶었다고 했다. 그는 “인터뷰이들은 공통적으로 기독교 내에 대화 자체가 불가능한 상황이고, 이 구조에서 상위 소수가 의사결정을 한다고 지적한다. 이번 재판도 비민주성과 불통이 낳은 결과”라고 말했다. 이어 “기감 경기연회 재판위원장에게 추궁하고 싶었지만, 선고 당일 취재기자의 인터뷰 요청에 ‘논란거리만 된다’며 거절했다”며 아쉬움을 표했다. 재판위원장은 영상 속 녹취에서 최 기자에게 징계의 이유로 “‘개전의 정’을 보이지 않았기 때문”이라고 말한다.

경 PD는 “교계 언론은 이번 일이 어떤 의미인지, 감리교가 얼마나 큰일을 저질렀는지를 조명해야 하는데 잠잠하다. 오히려 교계 밖 언론에서 크게 다뤘다”며 “교계 언론으로 내부에서 자성 역할을 하려 했고, 이 영상은 그 일환”이라고 말했다. 최 기자는 “주류 교계 언론이 관심을 가지지 않는 사회적 소수자 문제, 부당하게 혐오 대상이 되는 이들이 당당한 사회 구성원임을 알리는 일이 목표”라며 “전문성과 정확성을 가지고 저널리즘 관점에서 기독교의 문제를 다루려 한다”고 말했다. ‘축복, 죄가 되다’는 유튜브와 뉴스앤조이 홈페이지에서 볼 수 있다.

이 기사를 후원합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