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앙일보는 11일 “‘디지털 혁신’ 중앙일보, 네이버 ‘많이 본 뉴스’ 점유율 1위” 기사를 썼다. 이어 12일 “올해 온라인 독자들이 '많이 본 뉴스' 중앙일보가 1위”기사를 냈다. 중앙일보는 “국내 최대 뉴스유통 플랫폼인 네이버의 ‘많이 본 뉴스’ 페이지뷰(PV)에서 2위 언론사의 2배에 가까운 점유율을 기록하면서 국내 언론사 중 1위를 차지했다. 중앙일보는 ‘많이 본 뉴스’ 6개 카테고리 중 5개 부문에서 1위를 독식했다”고 했다.

언론의 자랑이 이어졌다. 국민일보는 “국민일보, 네이버 ‘많이 본 뉴스’ 5위, 종합지 중 3위” 기사를 썼다. 한국경제는 “한국경제 '네이버 많이 본 뉴스' 경제지 중 압도적 1위” 기사를 통해 ‘경제지 중 압도적 1위’라고 강조했다.

이들 기사에 등장하는 통계의 출처는 기자협회보의 기사다. 기자협회보는 네이버가 최근까지 공개했던 6개 뉴스 카테고리별 일간 랭킹 30위 기사를 분석해 순위를 냈다. 기자협회보는 “각 분야별 상위 30개 PV(페이지뷰) 기사만이 ‘많이 본 뉴스’에 등재돼 온 만큼 순위권 내 기사들만의 PV 합산과 비율로 따진 점유율 역시 실제 현황과는 다를 수 있다”고 했다.

▲ 한국경제 기사 갈무리.
▲ 한국경제 기사 갈무리.

순위를 자랑한 언론사들이 높은 순위를 기록한 건 사실이다. 특히 중앙일보는 19.89%라는 압도적인 점유율을 보였다. 네이버에서 높은 주목을 받았다는 건 언론사의 ‘영향력’을 가늠하는 지표가 될 수 있다. 특히 종이신문을 벗어나 온라인에 특화된 뉴스 형식과 유통 실험이 일정 부분 반영됐을 수 있다.

그러나 기자협회보 기사를 보면 자랑만 할 수 있는 상황인지 의문이 든다. 기자협회보의 관련 기사 2건의 제목은 “네이버 독식 ‘중·조·연’... 디지털 뉴스 승자일까” ““네이버 뉴스 ‘여론 독과점’… 정치 편향보다 더 큰 문제는 ‘저질화’”다. 

기자협회보가 주목한 건 ‘순위’ 그 자체가 아니라 순위 경쟁 과정에서 불거지는 뉴스 ‘저질화’다. 네이버 뉴스 랭킹에 오른 뉴스는 주목도가 높아져 언론사 수익과 직결된다. 따라서 랭킹에 오르기 위해 자극적인 기사를 쓰거나, 주목 받는 이슈의 기사를 받아쓰거나, 카테고리를 임의로 바꿔 기사를 내보내는 문제가 이어지고 있다. 

그나마 국민일보는 “언론사 내부에선 다수 저질 뉴스를 송고하면서도 ‘PV 때문에 어쩔 수 없고, 신문이나 방송에선 그러지 않으니 괜찮다’는 분위기가 존재한다”는 기자협회보 기사의 취지가 반영된 지적도 전했다. 반면 중앙일보와 한국경제는 자랑 뿐이다.

주목 받은 중앙일보의 기사는 어땠을까. 기자협회보에 따르면 ‘세계’ 카테고리 PV 상위 10개 뉴스 중 8개를 만든 중앙일보 기사의 제목은 <백악관 마비시킨 힉스, 트럼프 수양딸 불리는 모델출신 88년생>, <“마스크 안 썼다고 악플” 리얼리티쇼 여성연예인 극단 선택>, <‘대만 국민 여동생’의 추락···“국적 바꿔라” 비난 쏟아진 사연>, <삼촌에 성폭행당한 10세 소녀, 낙태 수술장 앞서 가로막혔다>,  <성행위 중 몰래 콘돔 뺐다…佛외교관 고발당한 ‘스텔싱’이란> 등이다. 기자협회보는 “올해 우리 공동체에 가장 중요한 국제뉴스가 위와 같았을 소지는 희박하다”고 지적했다.

한국경제는 클릭수를 유발하기 위한 ‘선 넘은’ 기사가 적지 않았다. 한경닷컴의 한 기자는 자신이 받은 사내 최다 트래픽상 상장을 SNS에 올리며 “무리수를 둔 적도 많았다”고 해 논란이 됐다. 이 기자는 “‘비서들, 싫다는 얘길 안 해’ 박원순 과거 발언 재조명” 기사를 썼다. 고 박원순 서울시장이 과거 예능 프로그램에 출연해 비서들이 자신의 새벽 운동 제안에 싫다는 얘기를 하지 않았다는 발언을 끄집어내 성폭력 사건과 연관된 것처럼 보이게 한 ‘나쁜 기사’였다.

무엇보다 한국 언론은 독자적인 플랫폼을 만들지 못한 채 포털에 종속돼 치열한 경쟁을 벌인지 오래다. ‘자랑’할 상황이 아니다.

저작권자 © 미디어오늘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