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역의 ‘뉴스 사막화’ 현상에 ‘지역 뉴스 포털’로 대응하자는 아이디어가 나온 지 십수년이 지났지만 논의는 제자리다. 다양한 해법이 나오는 가운데 본질적으로 지역민들의 언론 불신을 해소하지 않으면 어떤 제도적 장치도 효과가 크지 않다는 지적이다. 

대전충남민주언론시민연합(이하 대전민언련)은 지난 4일 ‘지역언론 공공성 강화를 위한 지역협력 모델로서 지역 뉴스 포털 설립’의 가능성과 과제를 다루는 토론회를 열었다. 단체 창립 20주년을 맞아 연속 개최하는 ‘지역 저널리즘의 실종, 한국형 뉴스 사막과 지역 언론 활성화를 위한 대응 전략 세미나‘의 마지막 3차 토론회다.

지역 뉴스 포털은 다음, 네이버 등의 포털사이트처럼 다양한 매체의 보도를 한 플랫폼에서 볼 수 있는 뉴스 서비스 기획의 일종이다. ‘지역 뉴스 사막화’는 언론사가 없는 지역이나 매체·보도량이 줄어 언론 기능이 상실된 상태의 지역 문제를 이른다. 한국의 경우, 광고형 뉴스와 지방정부(출입처) 보도자료 인용 보도, 지역 권력기관에 영합하는 기사가 과다하다는 문제가 지적된다.

▲최윤호 언론노조 TJB지부장이 제시한 지역언론포털 기획 청사진.
▲최윤호 언론노조 TJB지부장이 제시한 지역언론포털 기획 청사진.

발제를 맡은 최윤호 언론노조 TJB(대전방송)지부장은 지역의 뉴스 사막화 지적에 동의했다. 그는 “지역민 신뢰를 잃고 언론이 외면받으면서 시청자·독자수가 감소한다. 그럼 언론 광고가 줄고 경영실적이 악화되면서 사내 복지도 나빠진다. 이는 언론 보도 질 하락으로 이어지고 다시 지역민의 불신이 깊어진다”며 악순환을 지적했다.

악순환에 빠진 구조적 요인으로 크게 두 가지가 지목됐다. 뉴스 소비 지형 변화에 따른 지역언론의 ‘도달 가능성 상실’과 ‘좋은 보도와 경영 수익의 마이너스 관계’다. 즉 지역민이 지역 언론을 일상적으로 찾을 수 있게 도달 가능성을 회복하고 심층 보도와 경영 수익을 정비례 관계로 바꾸는 대안이 필요하다.

최 지부장은 이에 지역 뉴스 포털이 지역의 뉴스 사막화 현상을 개선하는 단초가 될 것이라 제안했다. 대전·충남·세종 지역의 언론노조 산하 지부 6개(TJB·대전MBC·대전KBS·대전CBS·금강일보·대전일보 등)가 모인 언론협의회가 내부 토론을 거듭하며 고민 중인 기획이다.

최 지부장은 기본 구상으로 “각 회원사에서 뉴스콘텐츠를 제공하는 통합 웹 페이지로, 중앙·지방정부와 언론재단이 홍보비와 기금 등을 기탁하고 페이지는 이용 회원들에게 콘텐츠를 나눠주며 시민들이 이걸 보고 ‘좋아요’, ‘100원 납부’ 등의 방식으로 기사료를 내는 개념”이라며 “기사료 납부 방식에서 지역 화폐 경제나 토큰(Token) 경제도 구현할 수 있지 않느냐는 고민도 나왔다”고 밝혔다. 토큰 경제는 쉽게 말해 일종의 인센티브(토큰) 보상을 통해 소비 선순환을 강화하는 블록체인 서비스 기반의 개념이다.

▲최윤호 TJB지부장이 지적한 '지역 언론 뉴스 사막화' 문제.
▲최윤호 TJB지부장이 지적한 '지역 언론 뉴스 사막화' 문제.

최 지부장은 “핵심 전제는 연대와 협력”이라며 “(양질의 식당 여러 개가 한 골목에 있어 시장 활성화를 구현한) 백종원의 골목식당처럼 ‘집적효과’가 있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대전시와 관련된 모든 뉴스를 한 포털에서 볼 수 있는 이점을 이용자에게 제대로 제공해야 한다는 의미다.

최 지부장은 이와 관련 “좋은 보도와 경영 수익의 마이너스 관계를 해결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는 최 지부장이 지역 언론이 지방정부 홍보비 수익에 과도히 의존하고, 보도자료 인용 보도에 치중해 현안을 제대로 취재하지 않게 되는 근본 이유로 지적한 문제다.

최 지부장은 “이를테면 한 다큐멘터리를 1억원 들여서 제작해 방영하면 광고가 붙는다. 그런데 그 광고는 해당 프로그램에 붙은 게 아니라 내일 방영될 다른 정규프로그램에 딸린 광고다. 다큐멘터리를 방영하는데 수입은 줄고 비용은 느는 식”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왜 보도자료만 받아서 인용해 보도할까. 1~2시간 내로 쓸 수 있는 용이함 때문”이라며 “비판기사, 심층 기사를 쓰려면 몇 배의 시간과 훨씬 많은 노동력과 자원이 필요하다. 그런데 이는 수익에 역행한다”고 덧붙였다.

▲게티이미지.
▲게티이미지.

“지역 신문 구독자 2%, 근본 문제부터 들여다 봐야”

토론자로 참석한 패널 4명 모두 지역 언론 포털의 순기능에 동의했다. 다만 손주화 전북민주언론시민연합 사무국장은 제도적 장치보다 언론의 신뢰 회복 노력이 먼저라고 강조했다.

손 국장은 “2000년대 중반 무렵에도 포털이 대안으로 얘기됐다. 그 사이 10년 넘게 시간 흘렀는데 지금도 포털이 중요 수단으로 얘기가 나온다. 논의 수준이 플랫폼 형성 쪽에 집중됐는데 좀 더 변화가 필요해보인다”고 운을 뗐다.

손 국장은 “뉴스를 모아 놓는다고 시민들이 모일까. ‘보도자료 인용 보도가 많네’란 인식을 하는 것 이상의 시너지 효과가 있을까”라고 말했다. 전북민언련은 매달 지역 지상파 3사의 지역 현안 보도량을 모니터링 중인데, 시·군 지자체 보도는 전체의 1~10%밖에 차지하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손 국장에 따르면 올해 기준 전북지역에 등록된 신문은 186개, 종합일간지는 17개다. 인터넷매체는 매년 30개 수준으로 늘고 있다. 유료부수가 2만부 이상인 일간지는 1개, 전체 일간지 유료부수를 합쳐도 6~7만부 수준이다. 광주·전남·전북 지역에서 지역 신문을 구독하는 독자는 전체 180여만명 중 2% 이내다.

▲4일 3차 세미나는 마정미 한남대학교 정치언론학과 교수 사회로 최윤호 TJB지부장이 발제를 맡았다. 한상헌 대전세종연구원 박사, 손주화 전북민주언론시민연합 사무국장, 최일 금강일보 정치부장, 김정동 대전참여자치시민연대 사무처장 등이 패널로 참여했다.
▲4일 3차 세미나는 마정미 한남대학교 정치언론학과 교수 사회로 최윤호 TJB지부장이 발제를 맡았다. 한상헌 대전세종연구원 박사, 손주화 전북민주언론시민연합 사무국장, 최일 금강일보 정치부장, 김정동 대전참여자치시민연대 사무처장 등이 패널로 참여했다.

손 국장은 기술적인 대안 제시만큼 언론계 내에서 근본적인 개혁이 시작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한 예로 2018년 ‘남원 주재기자 돈 봉투 사건’을 들었다. 남원시청 출입기자 13명이 한 건설사로부터 총 2000여만원 뇌물을 받고 유죄선고를 받은 사건이다. 지역 언론사 10여곳이 거론됐으나 지역사회에 사과를 표명한 곳은 한 군데도 없다.

김정동 대전참여자치시민연대 사무처장은 포털 세부 기획과 관련해 “얼마나 많은 지역민들이 지역언론을 소비하는지, 어느 계층에서 어떻게 소비하는지 명확하지 않으니 이 진단부터 필요해보인다”며 “포털을 다음, 네이버와 같은 방식으로 운영할지, 일종의 큐레이션 기능만 할지, 큐레이션을 한다면 무엇을 기준으로 누가 할지, 참여하는 언론사 범위는 어떻게 정할지 등 고민이 필요한 사항이 많다”고 밝혔다.

최일 금강일보 정치부장은 “지역 언론을 향한 뼈아픈 비판을 진지하게 받아들이고 깊이 반성한다”면서 포털의 가능성에 대해 “각 언론사가 자신만의 특화된 장점을 살릴 수 있지 않을까. 언론들이 저마다 장점을 살린 탐사보도, 기획 취재 등을 활성화해 언론사 간 과도히 중복되는 보도 문제를 개선할 수 있다”고 말했다.

손주화 국장은 지역 언론 포털이 잘 돌아가려면 언론사 간 협력 모델을 구축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선거 후보 토론회가 방송사별로 산발적으로 진행되면서 파급효과가 낮아 지난 수년 간 통합하는 시도를 했지만, 각 방송사 이해관계가 첨예하게 얽혀 있어 제대로 이뤄진 적이 없다”며 “최근 뉴스타파, 셜록, 프레시안 등이 협업해 같은 보도 콘텐츠를 내놓듯, 지역 언론계도 이같은 모델을 시도해볼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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