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 떠났나 했습니다. 만화가이자 ‘크리에이터’인 윤서인씨가 지난 3일 자신이 운영하는 ‘윤튜브’ 채널에 성제준 원장 등과 함께한 목포 여행 영상을 올렸습니다. 언뜻 보면 평범한 브이로그 같지만 내용을 들여다보면 그렇지 않습니다. 

[관련기사: 주간 유튜브]

제목은 ‘목포 탕탕이 될뻔한 썰’. ‘탕탕이’를 말할 때마다 ‘탕탕’을 강조합니다. 윤서인 일행은 노란 리본 스티커를 차와 옷에 부착하고 다닙니다. 옷에 큼지막한 스티커를 붙이며 이곳에선 노란 리본을 붙이고 있어야 안전하다고 거듭 강조합니다. 홍어 가게 간판을 읽으며 “으따 최고여 목포하면 홍어지라”라고 말합니다.

이 여행 콘텐츠는 이들이 공동 운영하는 ‘인라이트 스쿨’이라는 유튜브 채널에 본격적으로 올리고 있습니다. 이 채널에는 광주여행편도 있습니다. ‘성지순례’ ‘추모현장’이라는 표현을 쓰고. 5·18 민주묘지 앞에 무릎을 꿇은 모습을 섬네일 이미지로 썼습니다. 민주묘역 ‘민주의 문’ 앞에 서서 “민주 의문, 민주화운동에 의문을 가져선 안되겠죠”라고 하고, 동상을 보여주는 장면에서 “진짜 총기를 들고 일어났네. 꼭 시체는 하나씩 이렇게 안고 있다. 애기 안고 난리났어. 뭐라고 할 말이 없네”라고 부연합니다.

▲ 인라이트스쿨 콘텐츠 갈무리.
▲ 인라이트스쿨 콘텐츠 갈무리.

이들은 길에 늘어선 태양열 발전 시설을 보고 “왜 이렇게 태양열을 좋아하지. 민족의 태양이 있어서 그러나?”라고 말합니다. 조선일보 지역사무실을 보고선 ‘남조선일보’가 맞는지 확인하고, 옛 전남도청 건물에 있는 문구를 언급하며 평양에서 본 것 같다고 하고요. 관광용으로 만든 여권 모양 팸플릿을 보여주며 ‘여권’을 다른 의미로 소비하기도 합니다.

왜 이런 콘텐츠를 만들었을까요? 5·18 민주화운동에 대한 악의적인 왜곡과 허위 정보 문제는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닌데요. 유튜브는 최근 대응을 시작했습니다. 유튜버 왕자 채널이 5·18 민주화운동이 폭동이라는 주장을 하다 증오심 콘텐츠 정책 위반으로 영상이 삭제되고 채널이 경고를 받은 일이 대표적입니다. 유튜브는 5·18 관련 문제적 영상에 ‘괴롭힘’ ‘증오심 표현’ 콘텐츠로 규정하고 대응하고 있는데, 이런 상황에서 자칫하면 채널이 삭제될 위험 부담이 큽니다.  

윤서인의 콘텐츠는 어떤가요. 문제가 된 기존 콘텐츠와 본질적으로 이야기하는 내용이 다르지는 않습니다. 북한과 연관 짓고 폭동이라는 프레임으로 규정하려 하고 지역을 향한 비하와 혐오를 이어갑니다. 하지만 명시적으로 드러내놓고 혐오표현을 쏟아내거나 허위사실을 단정하지 않는다는 차이가 있죠. 대신 에둘러 표현하거나 비꼽니다. 즉, 유튜브의 규제망을 벗어나는 사각지대에 있는 콘텐츠라고 할 수 있습니다.

▲ 인라이트 스쿨 콘텐츠 갈무리.
▲ 인라이트 스쿨 콘텐츠 갈무리.

요즘 국회에선 5·18 역사왜곡 처벌법 논의가 한창입니다. 더불어민주당이 5·18 민주화운동을 부인·비방·왜곡·날조하거나 허위사실을 유포하는 행위를 금지하고 이를 위반하면 처벌하는 내용의 법안을 당론으로 추진하고 있습니다. 국민의힘과 보수언론은 역사에 대한 해석이 다르다는 이유로 처벌하는 건 과도하다며 반발하고 있습니다. 앞서 미디어오늘은 ‘허위사실’ 여부가 아닌 ‘광주 시민들에 대한 혐오표현’의 범주에서 논의가 필요하다고 밝히기도 했습니다. 

윤서인의 콘텐츠를 보면 어떻게 규정하느냐, 양형이 과도한가를 따지는 일 못지 않게 ‘처벌이 과연 효과를 발휘할 수 있는가’를 고민해야 한다는 생각이 듭니다.

홍성수 숙명여대 법학부 교수는 저서 ‘말이 칼이 될 때’를 통해 혐오차별 표현을 형사처벌하는 국가에선 법이 기준을 제시하면 처벌을 피하는 표현을 쓰는 전략적인 발화자를 처벌 못하는 대신 감정적인 사람들만 심판 받는 한계가 있다고 전합니다. 

이미 유튜브 자체 규제에 전략적 발화자가 등장했습니다. 제재를 피해가는 ‘꼼수 콘텐츠’가 등장한 시점에서 ‘규제 일변도’식 대응을 떠나 진짜 효과적인 방안이 무엇인지 현 상황에 맞는 논의가 차분하게 이뤄지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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