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 : 피해자 A씨를 만난 날은 징역형 확정 바로 다음날이었다. 바쁜 상황에서 굳이 피해자와 약속을 잡아 만났는데, 그게 기억 안 나나?
정봉주 : 그동안 카페에서 팬들과 그렇게 만나왔다. 남녀가 만나 마치 뭔 일이 있었던 것처럼 (기사를) 썼다. 그렇게 만난 팬들은 수도 없이 많다. 
검찰 : 피해자 A씨와 강의나 강연 뒤풀이가 아닌 단둘이 만난 적은 그날이 처음인 것 같은데 특별히 바쁜 상황에서 만난 이유가 무엇인가?
정봉주 : 검사님은 자꾸 남녀가 1대1로 만났다고 몰아가시는데 일상적인 일이다.

검찰이 정봉주 전 통합민주당 의원을 증인 신문하면서 ‘구속수감을 앞두고 피해자인 A씨를 굳이 만난 이유가 뭐냐’고 묻자 정 전 의원이 답변한 내용이다.

▲자신의 성추행 의혹 보도를 허위라고 주장하며 반박했다가 무고 등의 혐의로 기소된 정봉주 전 국회의원이 지난 5월27일 오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법에서 열린 첫 공판에 출석해 법정으로 향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자신의 성추행 의혹 보도를 허위라고 주장하며 반박했다가 무고 등의 혐의로 기소된 정봉주 전 국회의원이 지난 5월27일 오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법에서 열린 첫 공판에 출석해 법정으로 향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자신의 성추행 의혹을 보도한 인터넷언론 프레시안의 명예를 훼손하고 허위고소(무고)한 혐의로 불구속 기소된 정봉주 전 통합민주당 의원(59)에 대해 검찰이 2심에서도 징역 10개월과 벌금 200만원을 선고해달라고 요청했다. 

검찰은 지난해 7월27일 1심에서도 공직선거법 위반 및 명예훼손 혐의에 벌금 200만원을, 무고 혐의에 징역 10개월을 구형했다. 1심 재판부는 지난해 10월 정 전 의원에게 무죄를 선고했다. 재판부는 사건의 발단이 된 정 전 의원의 성추행 의혹 사실을 증거가 부족하다는 이유로 인정하지 않았다.

검찰은 4일 오후 서울고등법원 형사6부(부장판사 오석준) 심리로 열린 결심 공판에서 정 전 의원을 증인 신문했다. 이날 재판정에는 정 전 의원 측 지지자들과 김남국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방청했다. 

검찰이 “사건이 일어난 2011년 12월23일 정대일씨와 함께 하루종일 있었는데 정(대일)씨에게 일정을 확인하지 않은 이유는 무엇이냐”고 묻자 정 전 의원은 “정대일과 함께 있었다는 기억이 없다”고 답했다. 정대일씨는 정 전 의원이 A씨를 만난 날 정 전 의원과 일정을 함께 했다고 주장해온 인물이다.

정 전 의원은 “법정에서 이야기하긴 그렇지만 프레시안 기사는 기사가 아니다. 다른 언론사들을 오해하게 만든 기사”라며 “나치 기사다. 기사를 쓰려면 사실 확인 과정이 있어야 하는데 기사의 기본을 하나도 안 갖추고 있었다”고 주장했다.

재판부도 검찰과 같은 질문을 했다. 오석준 부장판사가 “그다지 친하지도 않은 여대생이 (정 전 의원에게) 얼굴을 보자고 했다. 친한 친구가 보자고 해도 바쁜 상황이면 ‘안 될 것 같다’는 식의 반응을 보이는 게 일반적”이라며 “정치적으로나 이념적으로나 특별히 연관이 없는 여대생이 만나자고 했다고 해서 만난 이유가 뭐냐”고 묻자, 정 전 의원은 “팬들이 만나자고 하면 신분 등 상관없이 만나는 편이다. 잘 기억나진 않지만 아마 동선이 겹쳐서 만났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고 말했다.

검찰은 공소 사실 일부를 추가해달라고 재판부에 요청했다. 검찰은 “원심은 피해자 진술의 신빙성이 낮아 성추행으로 인정하기 어렵고 프레시안 보도가 객관적이고 진실됐다고 보기 어려워 무죄를 선고했다”며 “하지만 정씨는 피해자 A씨를 만났음에도 2018년 8월12일 기자회견에서 세 차례에 걸쳐 만나지 않았다고 허위사실을 공표했다. A씨를 만났는지 여부는 성추행이 있었는지를 다툴 중요한 사실인데 거짓 진술했다. 이 부분에 대한 허위사실 공표 판단을 해달라”고 밝혔다.

▲정봉주 전 의원이 지난 2018년 3월12일 오전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 국회 정론관에서 프레시안 미투 폭로기사 반박 기자회견을 열었다. 사진=이치열 기자
▲정봉주 전 의원이 지난 2018년 3월12일 오전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 국회 정론관에서 프레시안 미투 폭로기사 반박 기자회견을 열었다. 사진=이치열 기자

검찰은 “만일 피해자가 허위로 주장하는 거라면 남자친구와 주변 지인들에게 당시 거짓말을 했다는 건데, 그럴 이유가 있다고 보긴 어렵다”며 “A씨는 일관된 진술을 하고 있다. 성추행 당시 남자친구에게 보낸 이메일과 주변 지인들에게 보낸 문자 내용을 보면 알 수 있다. 성추행이 있었던 무렵 지인들에게 말한 내용은 증거로 볼 수 있다”고 했다.

검찰은 “원심은 정치적 의도가 있다고 판시했지만 피해자가 (정 전 의원에 대한 성추행 폭로에) 의도를 가질 이유를 찾기 어렵다”며 “성추행을 당한 피해자가 이 사실을 밝히지 않고 있다가 이런 행위를 했던 자(정봉주)가 서울시장을 하겠다는 게 말이 안 된다고 봐서 폭로했다. 이는 지극히 자연스러운 일”이라고 밝혔다. 

한편 정 전 의원에 대한 항소심 선고는 다음달 18일 오후 2시20분에 열린다.

정 전 의원은 2018년 3월7일 한 호텔 카페에서 기자 지망생(A씨)을 성추행했다는 프레시안 기사가 보도되자 “성추행한 사실이 전혀 없다”고 주장하고, 기자회견을 통해 “프레시안의 새빨간 거짓말. 대국민 사기극”이라고 비난했다. 

이에 프레시안은 2018년 3월16일 정 전 의원을 출판물에 의한 명예훼손죄로 고소했다. 이후 정 전 의원은 자신의 주장과 다른 증거를 발견했다며 프레시안을 상대로 자신이 제기한 고소를 취하한 뒤 정계 은퇴를 선언했다. 그러나 4·15 총선을 앞두고 열린민주당 창당을 선언하며 기존 발언을 번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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