표정 변화 없는 독설과 촌철살인이 보수신문에 작렬한다. 김이택 한겨레 대기자는 지난 7월 첫 선을 보인 한겨레 유튜브 ‘김이택의 저널어택’에서 검찰을 비호하는 보수신문을 거침없이 비판했다. 

“정략적 목적에 따라서 진실을 뒤틀고 왜곡하면서 저널리즘 운운하고 진실의 수호자를 자처할 수 있겠어요? 마음대로 프레임 짜고 본말을 뒤집어도 아무 문제 없을 거라는 오만방자한 태도. 아마도 조중동 같은 유력 언론들이 스스로를 권력이라고 착각하는 게 아니라면 있을 수 없는 일이죠.”(한겨레 유튜브 ‘김이택의 저널어택’ 1회)

김이택 기자는 1986년 한국일보 기자로 언론계에 첫 발을 디뎠다. 한겨레가 창간한 1988년 한겨레에 입사한 베테랑 기자다. 2014년에는 편집국장에 임명됐고, 지금은 대기자로 활동한다. 김 기자는 사회부 차장이던 2001년 3월부터 두 달 동안 25차례 70건의 시리즈 기사를 기획, 보수언론을 집중 해부했다. 기획 제목은 ‘심층해부 언론권력’이었다. 

▲ 김이택 한겨레 대기자가 지난달 29일 오후 서울 마포구 한겨레에서 미디어오늘과 인터뷰하고 있다. 사진=김도연 기자
▲ 김이택 한겨레 대기자가 지난달 29일 오후 서울 마포구 한겨레에서 미디어오늘과 인터뷰하고 있다. 사진=김도연 기자

조선·중앙·동아일보로 대표되는 보수신문에 대한 감시에 천착한 그는 지난 10월 제32회 안종필 자유언론상을 수상했다. 안종필 자유언론상은 1970년대 유신독재에 맞서다 해직된 동아일보 언론인들이 매년 수여하는 상이다. 기자들이 가장 영예롭게 받아들이는 기자상 가운데 하나다. 심사위는 김 기자에게 “팩트에 기반한 논리로 보수언론·세력 문제점을 누구보다 통렬하게 지적하는 등 언론개혁 이슈를 꾸준히 제기해온 공적을 높이 평가했다”고 했다. 

지난달 29일 오후 서울 마포구 한겨레에서 만난 김 기자는 “안종필 자유언론상은 내게 너무 과분한 상”이라며 “언론 신뢰도가 하루가 다르게 추락하고 있다. 한겨레도 예전만 못하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OECD 국가 중 대한민국 언론 신뢰도가 꼴찌인 상황에서 상을 받는다는 것도 염치 없는 일”이라고 말했다. 

한겨레 유튜브가 지난 7월부터 제작하고 있는 ‘김이택의 저널어택’은 그 이름처럼 언론, 특히 보수신문과 종편을 감시한다. 이들이 어떤 프레임으로 사실 왜곡하고, 보수 지지자들을 선동하는지 논리적으로 설명한다. 김 기자는 “20년 전과 비교했을 때 ‘언론 지형’은 달라지지 않았다”며 “20년 전 한겨레가 제기한 어젠다였던 ‘보수신문과 카르텔 개혁’은 지금도 유효하다”고 밝혔다. 

한겨레가 ‘심층해부 언론권력’ 시리즈를 보도하던 시기는 정부가 언론사 세무조사에 나설 때였다. 김 기자는 “김대중 정부의 언론 정책은 박지원 비서실장(현 국가정보원장)으로 상징되는 ‘캐시앤 위스키’였다. 술과 밥, 촌지로 기자 로비하는 것이 관행이었다”며 “언론시민단체는 여기에 비판적이었다. 특히, 김대중 정부와 조중동 관계에 문제 의식이 컸다”고 말했다. 

김 기자 설명에 따르면, 당시 언론계는 김대중 정부의 언론사 세무조사가 김영삼 정부처럼 ‘칼로 물 베기’, ‘뒤로는 다 깎아주는 밀실 흥정’식으로 끝나선 안 된다고 우려했다. 이런 우려를 받아들인 김대중 정부가 2001년 초 세무조사에 착수했으나 보수신문 저항에 부닥쳤다. 미디어면을 신설한 조선일보는 “한겨레·대한매일 등 5개, 97~99년 법인세 납부 0”, “한겨레·대한매일 무가지 비율 높다”, “대한매일·한겨레 앞다퉈 조선·동아 공격” 등 기사로 비판 언론에 ‘선전포고’를 하기도 했다.  

김 기자는 “김대중 정부의 세무조사에 반발한 조선일보가 한겨레에도 선전포고를 한 것”이라며 “우리도 (조선일보 공격에) 준비해야 한다는 문제 의식이 있었다. 무엇보다 당시 조선일보 태도는 적반하장이었다. 심층 기획 보도로 한국 언론 문제를 직시해야 한다고 생각했다”고 술회했다. 

한겨레 보도는 보수신문이 받는 특혜와 사주 권력, 그리고 불법과 비리를 겨냥했다. 조선·동아일보 반대에 세종로 앞 도로가 좁아졌고 지하철 노선이 직선에서 곡선으로 둔갑한 사례, 시유지를 무단으로 차지한 뒤 주차장 진입로로 썼던 코리아나호텔, 주변 임야를 무단으로 훼손한 방씨 일가 묘역 등의 보도였다. 

그 가운데서도 김 기자가 꼽는 건 ‘보수신문과 친일’이었다. 김 기자는 “한겨레는 주요 일간지 가운데 최초로 조선일보가 제호 위에 일장기를 올렸던 기사(1940년)를 찾아 보도했다. 동아일보 사주 친일 문제를 지적한 보도는 소송전으로 이어지기도 했다”며 “두 신문이 친일 문제에 진정성 있게 사과한 걸 본 적 없다. 친일 보도가 있었다는 사실조차 제대로 인정하지 않는 분위기”라고 비판했다. 

▲ 지난 7월 첫 선을 보인 한겨레 유튜브 ‘김이택의 저널어택’ 갈무리.
▲ 지난 7월 첫 선을 보인 한겨레 유튜브 ‘김이택의 저널어택’ 갈무리.

김 기자의 현재 걱정과 문제의식은 ‘기울어진 언론 지형’이다. “20년 전과 비교하면 더 악성이 됐다. 그때는 ‘안티조선운동’ 등 언론 지형을 바로잡으려는 사회적 움직임이 활발했다. 지금은 언론 지형을 바로잡아야 한다는 목소리는 소수에 가깝다. 현 정부나 언론시민사회는 서울신문·YTN 지분 매각, 수신료 인상, 가짜뉴스 처벌, 징벌적 손해배상 같은 이슈를 제기할 뿐 언론 지형 문제에는 관심을 기울이지 않고 있다.” 

김 기자는 “기울어진 언론 지형을 바로잡지 않으면, 언론의 민주주의는 지속성을 갖기 어렵다”며 종합편성채널과 지상파를 대조했다. 조중동 신문권력이 종편이라는 물적 토대를 확고히 하고 있는 상황에서, 정치권력이 교체되면 공영방송들의 보도·제작 자율성이 결코 지금과 같지 않을 것이란 전망이다. 이명박·박근혜 정권 당시 공영방송의 왜곡편파 보도가 이같은 주장을 뒷받침한다. 

“문재인 정부를 잇는 정권이 들어선대도 지금처럼 보수신문이 ‘1단짜리 기사를 1면 톱으로 세우는’ 왜곡·편파 보도를 이어간다면 각종 개혁은 정말 어려워질 것이다. 조중동이 종편이라는 물적 기반까지 공고히한 현재, 상대적으로 공영방송 지배구조는 취약하다. 정권이 바뀌어 KBS 사장이 교체되면 보도·제작 논조가 지금과 같겠나? 상당히 위태로운 상태다. 가뜩이나 종편은 성장하는데 지상파들은 다 적자다. 물론, 미디어 환경 변화 영향도 있지만 종편 매출 상승에 비해 지상파는 뚝 떨어졌다. 지금도 구조조정입네, 사옥매각입네 하는데 이대로면 공공성이 흔들릴 수밖에 없다. 이 틈을 수구 언론이 놓칠리 없다. 장기적으로 일본식 보수장기 집권기가 오지 말란 법이 없다. 이런 차원의 고민을 현 정권과 청와대가 하고 있는지, 그럴 의지와 능력이 있는지 회의적이다.”

김 기자는 지난해 10월 칼럼에서 윤석열 검찰총장이 서울지검장 시절 보수언론 사주를 만난 사실을 비판하며 ‘조선일보’를 지목한 바 있다. 윤 총장과 방상훈 조선일보 사장의 만남 논란은 올해 국정감사에서 다시 도마 위에 올랐고 추미애 법무부장관은 보수언론 사주 회동 건으로 윤 총장을 감찰하고 있다고 밝혔다. 

김 기자는 “방 사장은 사장일 뿐이다. 법적 권한은 사실상 없는데도 여전히 사내 및 보도에 막강한 영향을 미치고 있다. 사주 생각과 다른 논조는 감히 상상하기 어렵다”며 “윤 총장과 방 사장 만남은 그 자체로 부적절하다. 발행인도, 편집인도 아닌데 왜 만났을까. 사적 목적이었다고 해도 오해를 사기 충분하다”고 꼬집었다.

김 기자는 남은 언론 생활을 지금처럼 ‘보수 카르텔’ 비판과 견제로 채울 전망이다. 그는 “군사독재 시절부터 보수 기득권 체제가 우리사회 물적 기반과 담론시장을 장악해왔다. 쉽게 무너지지 않는 ‘기득권 카르텔’”이라며 “조중동에 대한 비판이 관성적으로 비쳐지거나 받아들여질 수 있다. 조중동 비판에 보다 설득력을 갖춰야 하는 이유다. 관련 비평 콘텐츠도 독자들이 덜 지루하도록 다듬어야 한다. 누군가는 조중동 비판에 염증을 느낄 수도 있지만, 신문권력을 중심으로 한 우리사회 보수 카르텔에 대한 견제와 비판은 계속 되어야 한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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